brunch

산티아고 포르투갈 순례길 8일차

adron - Santiago De Compostela

by 노마드클로이

순례길 8일차 Padron - Santiago De Compostela


20190424_091924.jpg


산티아고 순례길의 마지막 날. 우리는 오늘 산티아고로 갑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스페인에는 비가 내렸고


20190424_092559.jpg
20190424_092758.jpg


오늘도 어김없이 우리는 손을 잡고 걸었습니다.


데카드론의 방수자켓을 모자까지 뒤집어쓰고 나란히 걸었어요





까미노 데 산티아고, 산티아고로 가는 마지막


1556602890284.jpg
1556602880039.jpg


오늘도 길 위에는 어김없이 예쁜 풍경들이 있었고


20190424_115042.jpg


알 수 없는 글귀가 적힌 표식도 있었습니다


1556602948710.jpg 2번 포스터는 저렇게 항상 훼손이 되어있었다는...


스페인은 요즘 총선이 한창이라

마을 곳곳마다 후보자들의 포스터가 붙어있어요!


HO는 기호 2번을

저는 기호 1번을 당선자로 꼽았습니다.


우린 한국으로 돌아가면

누가 당선되었는지 확인해보자고 했어요.


20190421_114910.jpg


평소에는 관심도 없었던

다른나라 정치에 관심을 갖게되고


20190421_114551.jpg


눈을 마주하고

상대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이 곳은


산티아고 가는길입니다






가장 어두운 시간은 해뜨기 직전이다
-파울로코엘료, 연금술사




20190424_151213.jpg


비가 점점 더 억수같이 내렸고


20190424_105413.jpg


HO와 저의 거리는 점점 멀어졌습니다


20190424_120418.jpg


저 멀리 뒤쳐지는 저를 보고


HO는 왔던 길을 돌아와 제 손을 잡아끌고 걸어갔습니다


20190424_121445.jpg


마지막 산티아고 가는 길은

아주 아름다울 것이다라는 제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질질 끌려가게 되었네요




엎친데 덮친 격으로

마지막 5km를 남겨두고



20190424_122803.jpg


우린 길을 잃었어요 ㅎㅎㅎㅎㅎㅎㅎㅎ


아무리 걸어도 화살표가 보이지 않았고


20190424_143740.jpg


결국엔 고속도로 위까지 걷게 됐어요!!!


이 길이 아닌 것만 같았지만 구글 지도에서 이 길로 가라고 해서 계속 갔는데

알고보니 찻길이었어요 ㅎㅎㅎㅎㅎ


20190424_152816.jpg


우릴 따라 걷던 두 명의 독일 할머니도

덩달아 길을 잃었고



마지막 5km를 남겨두고 길을 잃었다는 사실에

뭔가 웃기기도 하고 망연자실 하기도 했습니다


20190424_150607.jpg 다시찾은 표식



결국 우린 왔던 길을 되돌아갔고

다시 되찾은 까미노 길 위에서 독일 할머니는



"한국에선 아우토반 위를 걷는게 허용이 되어있니?

너희가 고속도로를 따라 걸어서 너무 놀랐어!!"


라며 크게 웃었습니다.


괜히 우리 때문에 함께 길을 잃은것만 같아 미안해져서 우리도 크게 웃었어요






그 이후로도 산티아고 대성당을 찾아가는 길은 쉽지 않았습니다


20190424_131858.jpg


너무 추워 찾아 들어간 바에서


20190424_131854.jpg 밥알만 있었던 리조또


난생 처음보는 형태의 리조또를 먹었고


20190424_150614.jpg


HO의 비상식량인 담배는

비에 젖어 함께할 수 없었습니다


20190424_151929.jpg


저는 애써 웃어봤지만 웃어지지가 않았어요! ㅋㅋㅋ





비를 맞으며 길을 걷다가

HO에게 파울로코엘료의 연금술사 책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20190424_151852.jpg


"HO, 연금술사 책 읽어봤어?"


"아 그거 니가 4년전에 사줬는데 아직 기숙사에 깨끗하게 놓여있어^^;;; "



"그 책에 이런 이야기가 나와. 사람들이 보물을 찾으려고 어디론가 떠나는데 대부분 중간에 포기를 해. 그런데 사실 보물은 사람들이 포기하는 그 지점에서 딱 한 번만 더 시도하면 되는 자리에 언제나 있었어"


20190420_171130.jpg


"그럼 우리의 보물은 산티아고야?"


"그런거지. 그 책에 이런 말이 나와. 가장 어두운 시간은 해 뜨기 직전이다.

지금 우리에게 닥친 이 비와 시련은 당연하게 예견된 일이었어! 우린 곧 보물을 찾게될거야"




산티아고 대성당 도착


SE-21774216-4cf0-4c6d-964a-439bc593cfff.jpg


진흙과 비로 뒤덮인 등산화와

발목 / 무릎보호대의 힘으로


한참을 걸어


20190424_160238.jpg


산티아고 대성당에 도착했습니다

무려 7시간을 비를 맞고 걷고난 뒤였어요



20190424_160913.jpg


도착한 산티아고 대성당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였던 전

애써 담담한 척을 했습니다.


1556603572604.jpg


오랜 시간동안

산티아고 대성당을 향해 걸은 사람들은


그 곳에 도착하면

무언가 대단한 것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20190419_125953.jpg


사실 그 곳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허무함을 느끼기도 하고

누군가는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끼기도 하고

누군가는 행복감이나 슬픔을 느끼게도 하는


산티아고 대성당.



20190424_161247.jpg


재빠르게 영광의 사진을 찍고


우리는 숙소로 돌아가 오래도록 잠이 들었습니다







무언가 대단한 것이 있을 것만 같은 마지막은

언제나 그렇듯 지극히 평범한 하루라는 것을


눈부시게 빛나는 순간은

마지막이 아닌 그 과정 속에 있다는 것을


또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 완주증서


20190425_110712.jpg


다음날 아침

지나치게 화창한 날씨에


1556603553867.jpg


우리는 굉장히 당황했고 ㅎㅎㅎㅎ


20190425_110643.jpg


우리들의 영광스러운 순례길을 증명하는

증명서를 받으러 갔어요


순례자 증서

순례길을 100km이상 걸은 순례자에게 발급하는 증서로 크레덴시알(순례길 위에서 도장을 받을 수 있는 순례자 여권)에 찍힌 날짜와 도장을 확인한 뒤 발급해준다. 증서는 두 종류로 무료로 발급되는 증서와 실제 걸은 거리가 표기된 완주 증서가 있다(3유로)


30분간의 기다림 끝에


20190425_113424.jpg


우리는 나란히 순례자 증서를 받았어요!

이로써 우리는 부부가 되어 처음으로 무언가를 함께 해내게 되었습니다.


좋은 날씨 덕분인지 기분도 아주 좋았습니다 :)


20190425_113222.jpg
20190425_113236.jpg 증서를 넣을 수 있는 빨간통 각각 2유로


20190425_114318.jpg


눈부셨던 산티아고 대성당 앞에서


20190425_114642.jpg 자전거 순례자들


완주를 축하하는 수많은 순례자들을 보았고



우리는

어제 못다 찍은 사진들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20190425_115108.jpg


HO에게 포즈를 취하라 했더니

순례증서로 무언가를 때리는 듯한 포즈를 취했고


20190425_115153.jpg


배낭을 매고 사진을 멋지게 찍어달라 했는데


20190425_115154.jpg


제가 받은 건 이런 사진이었습니다...


우린 멋짐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 라며


20190425_115546.jpg


사진은 포기하고 맛집을 찾아 떠났습니다





나의 산티아고, 나의 신혼여행



그렇게 8박 9일간의 산티아고 순례길의 여정이 끝이 났습니다 :)


20190415_184135.jpg


떠나기 전 많은 사람들이 걱정했고 많은 사람들이 반대했던 우리들의 신혼여행


남들이 좋다고 생각하는 길 대신, 우리에게 가장 잘 맞은 옷을 찾아 떠난 덕분에


우리는 그 길 위에서


20190417_065939.jpg
20190420_122710.jpg
20190421_090402.jpg


많이 웃고 많이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저희의 순례길을 응원해주시고

걱정해주신 많은 여러분 정말 감사드립니다 ^ㅡ^


20190418_143322.jpg
20190419_111056.jpg


함께 속도를 맞추어 걸었던 까미노를 기억하며


삶의 발걸음도 조금씩 맞추어 가며

잘 살도록 하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1555219315660.jpg


나의 산티아고, 나의 신혼여행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산티아고 포르투갈 순례길 7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