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는언니 Aug 17. 2016

25. 오아시스

느낌과 에너지가 나를 자연스럽게 끌어당기는 장소들이 있다


호이안의 구시가지를 어슬렁거리다 마음에 드는 조용한 카페를 발견했다. 햇볕이 잘 드는 작은 정원이 있고 친구들과 수다떨기 좋은 아기자기한 공간도 눈에 띄였다. 마침 손님도 별로 없어서 바깥이 바라보이는 커다란 창 쪽의 큰 테이블 자리를 혼자 꿰차고 앉으니 종업원이 조용하게 다가와서는 메뉴와 연필을 건네고 간다. 주문을 받을 때도 말없이 끄덕이며 웃기만 한다. 수줍음이나 과묵함과는 다른 종류의 조용함이었다. 알고 보니 그들은 모두 장애인으로 듣고 말하지 못한다고 했다. 어쩐지 카페엔 흔한 음악조차 흐르지 않았다. 듣고 말하지 못해도 쓰고 볼 수 있으니 우리 사이엔 아무런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조용하지만 세심한 서비스가 좋았고, 행여 이 고요함을 깰까봐 소곤소곤 이야기하거나 각자의 일에 몰두하고 있는 손님들의 모습도 좋았고, 전체적으로 평화로운 분위기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여기서도 발견했다, 나의 작업실이자 오아시스를!






나는 직감적으로 알았다. 말로는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느낌과 에너지가 나를 자연스럽게 끌어당기는 장소들이 있다. 그곳은 카페일 수도 있고, 바닷가나 강가 또는 어느 나무 아래가 되기도 한다. 그런 장소들을 ‘나의 오아시스’라고 부르게 되었다. 가는 곳마다 오아시스를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아시스는 언제나 우연히 나타났다. 길을 걷다가 혹은 어떤 장소에 이르는 순간 나의 우주가 그곳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냥 좋다라는 느낌과는 좀 다르다. 이를테면 누군가를 만났는데 왠지 이 사람하고는 잘 통할 것 같은 교감의 느낌이랄까.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다가, 깜박 졸기도 하다가, 창 밖으로 지나가는 자전거와 오토바이들을 멍하니 바라보며 한나절을 보냈다. 히엔이 구석구석 볼거리들을 알려주었건만 아름답다는 고택도 박물관에도 결국 가보지 못했다. 제일 좋았던 건 카페에서 보낸 한가로운 나만의 시간이었다. 





여행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람이 불어서. 날씨가 좋아서. 시간이 생겨서. 친구가 불러서. 무언가를 잊으려고. 등등. 각자 이유는 수만가지일 것이다. 어떤 이는 나를 찾기 위해서라고도 하고 또 다른 이는 잘 돌아오기 위해서 라고도 하던데. 이런 장소를 찾으려고 여행을 하나 싶기도 하고 나는 결국 이런 시간을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문득, 이런 나를 발견한다.






숙소로 돌아오니 히엔이 묻는다.

“구시가지는 어땠어? 고택이랑 박물관은 구경했어?”

아니 못 갔어.

“왜? 티켓 한 장만 사면 다 둘러볼 수 있는데. 그럼 쇼핑했어?”

아니 쇼핑도 안 했어.

“그럼 뭐 했어?”



오아시스를 발견했지! ^^

매거진의 이전글 24. be 콰이어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