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달걀 좋아하세요?
“내일 아침 9시 숙소 앞에서 봐요”
– '발리의 부엌' 와얀으로부터
처음 먹어본 인도네시아의 음식에 반해 원데이 쿠킹클래스를 통해 ‘나시짬뿌르’를 배워보기로 했다. 이 음식은 밥과 여러가지 반찬을 같이 먹는 형식으로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백반, 영어로는 발리식 타파스 정도가 된다. 인근에서 생산된 싱싱한 재료를 사용해 음식을 만들고 접시에는 바나나 잎을 깔고 그 위에 밥과 반찬들을 얹어 먹기에 설거지가 필요없는 로컬 친환경 푸드!
우붓의 멋들어진 계단식 논 길을 달려 와얀의 집에 도착하니 부인인 뿌스파가 여행자들을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MBA 때문에 와얀과 결혼했다는 그녀. MBA...? "Yes! Married By Accident!" 결혼은 사고(?) 때문에 하기도 하지만 결혼 자체가 이미 사고란다. 하하핫. 공감! 요리 배우기에 앞서 간단한 질문이 이어졌다.
“혹시 채식주의자있나요?”
호주에서 온 모녀가 손을 들었다. “오케이, 그럼 나머지는 노말(Normal)이군요.” 순간, 화기애애했던 공기가 갑자기 어색해짐을 느꼈다. 모녀 중 딸이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나머지는 노말이라니! 그럼 우리가 비정상이란 소리야? 그녀의 엄마는 타이르듯 말했다. 여기는 발리니까. 호주와는 음식 문화가 많이 다르기도 하고 표현의 차이일 수도 있어. 그저 ‘일반적인’이란 의미로 말한듯 싶구나. 하기야 발리 문화에서 보자면 채식은 비정상적인 일이긴 하지.
호주 모녀는 고기와 생선을 포함 달걀과 유제품도 먹지 않는 완전 채식인 비건이었다. 인도네시아 음식에서 야채만 넣어 볶은 밥과 면 종류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음식에 고기가 들어간다. 뿌스파는 수업 내내 모녀를 위해 고기 대신 대체할만한 재료를 따로 준비해주고 혹시나 동물성 재료가 들어가지 않도록 일일이 물으며 최대한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그녀들도 곧 비정상의 기분을 버리고 즐겁게 요리에 동참했다. 그래도 궁금한지 뿌스파는 넌지시 묻곤했다. “그럼 도대체 평소엔 무얼 먹어요? 먹을 게 있긴 하나요?”
강습이 끝나고 모두 함께 테이블에 둘러앉아 각자 만든 음식들을 앞에 놓고 시식 시간을 가졌다. 호주 모녀가 만든 채식으로 새로이 탄생한 발리식 요리를 먹으며 다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뿌스파가 선포했다. “앞으로 수업 메뉴에 넣어야겠는걸!”
우리는 서로의 다른 음식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즐거이 먹고 또 먹었다. 미국에서 온 샐리는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개인적인 이유로 고기를 일부러 찾아서 먹지는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오늘 배운 꼬치구이 요리인 사떼는 너무나 훌륭해서 감사히 즐겼노라고. 다들 끄덕이며 맛있는 요리의 비법을 전수해준 와얀과 뿌스파에게 사떼를 치켜들고 치어스! 이날 만큼은 꽃보다 사떼!
취향이란 누군가의 삶의 방식이고, 취향의 존중은 결국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는 일임을 여행을 통해 그 낯선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다. 나와는 다른 취향들이 있기에 이렇듯 다양한 세상을 즐기고, 맛보고, 나눈다. 언젠가 전세계의 쿠킹클래스를 통해 세상의 모든 낯선 음식들과 다양한 취향들을 만날 수 있길 기대해본다.
혹시 아는가. 그렇게 배운 요리로 내 로망 리스트 중 하나인 ‘국적불명의 요리를 내는 작은 카페’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면 다른 건 몰라도 취향을 고려해 달걀 요리의 다양함에 힘쓰리라.
"달걀은 어떻게 해드릴까요?"
요리 방법: 써니사이드업 / 양쪽 모두 익힘 / 스크램블 / 오믈렛 / 수란/ 삶은 달걀 (반숙/완숙)
노른자 익힘 정도: 레어 / 미디엄 / 웰던
흰자 익힘 정도: 바싹 혹은 몽글몽글
고르기 귀찮은 분들을 위해: 오늘의 셰프 추천 달걀 요리!
아니아니아니지. 질문의 처음이 잘못 되었다. 다시 묻겠다
“혹시, 달걀 좋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