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퉁불퉁하고도 아름다운 길을 따라 오늘도 즐겁게 한발 한발 걷는다.
친구들과 나는 '여행하는 여자'의 모습과 꽤 닮아있다. '여행하는 여자와 사귀지 말라': https://brunch.co.kr/@nomadesk/44) 라는 글을 보여주었을 때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사람들과는 반대로 우리는 폭풍 공감을 하고 말았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눠보니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여행을 좋아하지 않지만 나와 비슷한 이가 있는 반면, 여행을 좋아해도 당신은 대체 어느 별에서 왔을까 싶은 이도 있었다.
그렇다면 사람은 애초부터 각자 타고난 성향대로 살아가게 되어 있는 것이리라. 나 역시 그렇지만 사람은 웬만해선 바뀌지 않는다. 지구를 한 바퀴 돌아 세상 끝까지 간다 한들 쉽사리 변하지 않는다. 장미 씨앗에 물을 주면 장미가 피어난다. 특별한 방법으로 물을 준다고 해서 다른 꽃이 피어나지 않는 것처럼 여행은 그저 원래의 내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씨앗 속에 내재된 나만의 꽃을 활짝 피울 수 있게 도와준 산파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니 새로운 나를 발견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는 말, 고개가 끄덕여진다.
세상의 모퉁이에서 거북이 등짝같은 배낭을 울러멘 여행자들을 볼 때마다 마음 한 켠이 왠지 쫀득해진다. 하루 아침에 언어도 문화도 다른 완벽하게 낯선 세계를 향해 내딛는 발걸음은, 앞으로 만나게 될 자신의 모습에 한 발 더 다가가는 일임과 동시에 가치관과 삶의 방향 등을 좌지우지할 만큼 강렬한 시작점이자 삶의 불확실함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임을 저들은 알까? 만약 배낭을 매지 않는다면, 발걸음을 떼지 않는다면, 과연 어디로 흘러가게될까?
어쩌면 모든 여행자들은 스스로 만들어 갈 수는 있어도 피할 수는 없는 길을 걷도록 설계된 지도를 몸 속 어딘가에 지니고 태어난 건지도 모른다. 지도 상의 울퉁불퉁하고도 아름다운 길들을 따라가다 보니 이제는 돌아갈 수 없을 만큼 꽤 멀리 오게 되었다. 앞으로 펼쳐진 알 수 없는 길을 향해 오늘도 즐겁게 한발 한발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