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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는언니 Sep 30. 2015

09. 이심전심

당신도 외로운가요?


방콕에서의 마지막 날. 나는 북쪽의 치앙마이로, B는 남쪽의 칸차나부리로, 우리는 각자의 행선지가 달랐기에 다시 혼자가 되었다. 저녁에 출발하는 버스를 기다리며 무얼 할까 생각하다가 차오프라야 강 위를 달리는 태국의 수상 버스를 타기로 했다.



"혼자 여행 왔나요?"
한참을 말없이 앉아있던 옆 자리의 승객이 불쑥 말을 건네 왔다.
네, 당신은요?
"저는 방콕에 살아요. 정확히는 3달째 여행 중이에요. 그러니까 거의 사는 것이나 다름없죠. 어디서 왔어요?"
한국, 서울이요
"저는 독일에서 왔어요. 근데 방콕에는 얼마나 머무를 예정이에요?"
오늘 저녁 버스로 치앙마이로 떠나요
"이런, 방콕이 얼마나 보물창고 같은 곳인데 벌써 떠나다니요! 버스가 몇 시에요?"
저녁 6시이긴 한데..
"다행히 아직 보물창고를 뒤질 시간이 좀 남았네요. 여기서 제일 가까운 곳으로 한 군데 추천할게요. 세 정거장만 더 가서 내리면 찻집이 하나 있는데 애프터눈 티가 얼마나 근사한지. 차 맛이 아주 끝내주거든요."
네? 아.. 네.. 알려줘서 고마워요



아, 씩씩한 설레발 여행자여. 그대 이름은 독일인일지니. 묻지도 않았는데 한 곳을 덥석 추천해주고는 자기는 볼일이 있다며 막 도착한 선착장에 내려서는 정겹게 손을 흔들며 사라졌다. 마치 오래 알고 지내던 벗과 헤어지기라도 하는 냥. 그리고 한 손으로는 차 마시는 시늉을 하면서. 나도 손으로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얼굴은 내내 웃고 있었지만 강물을 바라보던 눈동자도, 한쪽 어깨에 배낭을 멘 모습도, 군중 속으로 사라지던 뒷모습도, 왠지 조금은 외로워 보이는 사람이었다. 외로움은 다른 외로움을 금방 알아본다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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