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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는언니 Sep 30. 2015

08. 보아뱀

좋아하는 방식


일상에서와 마찬가지로 여행 중이라고 예외는 아니어서 혼자라고 반드시 외로운 것도 아니고, 누군가와 같이 있다고 외롭지 않은 것도 아니다. 그래서 말인데, B와 함께여서 덜 외로웠던 건 아니다. 내가 태국을 좋아하는 방식과 그녀가 태국을 애정 하는 방식이 닮아 있어서 우리는 서로 외롭지 않았다.



가령, 우리는 태국 음식이라면 환장할 만큼 좋아했다. 나는 태국 음식에 많이 쓰이는 재료인 팍치(고수)와 코코넛을 싫어하는 사람을 만나면 슬그머니 외로워진다. 물론 상대방에겐 아무 문제도 없다. 그저 사람마다 취향이 다를 뿐이다. 그렇다고 '먹다 보면 분명 좋아하게 될 거야'하며 억지로 권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좋아하는 음악을 틀었는데 시끄럽다고 그만 끄라고 한다면 아마도 무척 외로울 것이다. 나는 금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는 화성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면 이 또한 외로운 일이다.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그림을 보고 모두들 중절모라고 했을 때 생텍쥐페리는 얼마나 외로웠을까.






이런 외로움은 나로써는,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는 것이다. 몸 한 자락 숨길 데 없는 들판에 서서 불어오는 바람을  온몸에 맞고 서있는 것 같은 일인 것이다. 그러니, 남들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하면, 조금 덜 외로워진다. 조금 더 이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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