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임신일기 #6. 아내가 출산을 했다. 그런데 나는 꼴사나웠다.
임신 막달이라는 표현은 10개월 간의 임신 기간이 곧 끝나며 동시에 출산을 앞두고 있다는 뜻이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아내의 검색 패턴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전에는 주차별로 아기의 성장이나 발달과정을 검색하면서 신기해하다 막달로 접어드니 출산과정이나 출산의 고통과 같은 후기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왜 저렇게 고통스러운 후기들을 보는 걸까 생각도 했었다. 그렇지만 아내는 그 후기를 통해서 동질감을 느끼고, 고통스럽지만 본인도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과 다짐을 하루에도 몇 번씩 하는 듯 보여 더 이상 이야기 하진 않았다. 그런 후기들을 보면서 아내는 종종 "그래, 남들도 이렇게 고통스럽지만 잘 참아내는 걸 보면 나도 잘할 수 있을 거야."라고 말했다가도 "오빠 그런데 너무 무서워."라고 말하며 울기도 했다.
나는 사실 꼴사납게도 아내의 불안을 먼저 떠올리기보단 출산 전까지 튼튼이와 이것저것 태담을 나누며 행복한 시간만이 가득할 거라 생각했었다. 내가 그런 상상에 빠져 있을 때 아내는 홀로 두려우면서도 잘할 거라고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을 해왔던 거다. 그런 부끄러운 모습에 출산 이후의 내 모습을 다짐하기도. 우리는 병원에서 막달 검사를 마치고 예정일 전에 마지막 진료를 끝마치며 혹시 튼튼이가 제때 나오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서 유도분만 날짜까지 잡고 집으로 돌아왔다.
출산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출산 예정일로부터 3일 전인 주말에도 밥을 먹고 평소처럼 운동을 하기 위해 걷기를 했다. 가벼운 땀이 날 정도로 걸으면서 평범한 일상을 소화하는 느낌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비장해지기도 하고, 막막하기도 했다. 그렇게 가벼운 긴장감이 있는 주말을 보내고 마침내 유도분만의 날이 왔다.
"애기 엄마, 잘하면 오늘 나올 수도 있을 거 같아. 바로 가족분만실로 가자"
나름대로 희망적인 이야기였지만, 그럴 리 없었다. 튼튼이는 당장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고, 결국 이튿날 오후에 급히 수술을 결정했다. 아무래도 유도분만이라는 건 촉진제로 만들어내는 인공적인 부분이다 보니 아이한테도, 산모한테도 무리가 가기 마련이었다. 아내는 수술을 하자는 의사 말에 입을 꾹 닫고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냈다. 아내 스스로가 죄책감을 가지는 건 아닐까 싶어서 나는 냅다 '수술로 해주세요.'라는 말과 함께 바로 수술 동의서와 필요한 것들을 빠르게 사 왔다.
그렇게 들여보낸 나 또한 마음이 편할리 없다. 아무도 없는 텅 빈 대기실에서 그저 눈물만 흘릴 뿐.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무기력함과 아내에 대한 미안함이 몰려와서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던 와중에 10분도 안돼서 아이의 울음소리가 났다. 사실 아이에겐 미안하지만 기쁨보다는 아내가 떠오르며 미안함이 가득한 순간이었다. 수술을 무사히 끝마친 아내는 마취가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도 아이의 상태를 걱정했고, 아이에게 미안해했다. 마취 속에서 궁시렁거리는 아내의 손을 잡고 안도의 눈물이 펑펑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