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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트바리 Jun 06. 2023

그냥 우리가 직접 찍으면 안 될까요?

남편의 임신일기 #5. 만삭스냅사진

우리는 사진을 촬영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찍히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다. 그렇게 회피해 온 덕분에 웨딩 촬영 때 호되게 당했던 기억이 있다. 그 호되게 당한 웨딩 촬영 후에 찍힐 일이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왔던 우리에게 큰 고난이 닥쳐왔다. 바로 만삭 스냅사진.


만삭 스냅사진은 웨딩 스냅사진만큼 중요하다. 10개월 간의 고귀한 임신 기간의 아름다운 마지막 기록이다. 하지만 이 기록을 일면식도 없는 작가분에게 돈을 지불하면서 신체 부위를 노출하며 촬영하는 건 기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분은 일이니 우리를 끝없이 설득했다. 우리는 그러면 그럴수록 피로감이 쌓였다. 


그래서 직접 찍기로 했다. 우리가 직접. 물론 사진 찍는 일을 하지만 스스로의 모습을 담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일이다. 하지만 스냅작가를 통해 촬영하지 않는다면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 이거 외에 없다는 것도 잘 안다.


직접 촬영을 위해 셀프 스튜디오를 알아봤다. 셀프 스튜디오를 고를 땐 시간당 금액이 비싸지 않고 세팅이 되어 있는 곳으로 고를 것을 추천드린다. 간혹 초보 분들의 경우 예쁜 인테리어를 기준으로 고르게 되면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어떻게 찍어야 예쁘게 나오는지 몰라서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 잘 찍는 분들이라도 조명, 구도, 포즈에 촬영까지 신경 써야 되니 서로 예민해질 수 있어서 세팅된 곳을 골라 최대한의 퀄리티를 뽑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작고 금액도 저렴하면서 우리 다운 사진을 촬영할 수 있을 것 같은 곳으로 예약을 진행했다. 모든 건 세팅되어 있었고, 그저 순서대로 전원을 켜고 촬영을 시작하면 되는 곳이었다. 아내와 속전속결로 준비하니 5분 만에 촬영 준비가 되었고 세팅되어 있으니 보면서 즐겁게 촬영을 시작했다.


만삭스냅이 별 거인가. 화려한 인테리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다양한 소품이 있는 것도 아니다. 만삭의 아내와 내가 행복한 모습으로 기록되면 그만이다. 웨딩 스냅 때 입에 경련이 날 정도로 억지웃음을 했던 것과는 달리 2시간 동안 행복하게 웃으면서 900장이 넘는 사진을 촬영했다. 이제 나와 아내와의 촬영이 아니라 정말 튼튼이까지 함께한 촬영이었다. 우리 셋 기록의 시작이 이렇게 행복하니 기대가 된다.


우리 셋이 함께한 첫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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