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임신일기 #4
아내가 임신을 한 지 35주의 시간이 흘렀다. 그냥 속으로만 세어도 긴 시간인데 그 시간을 몸으로 겪고 있는 아내는 오죽할까. 아내의 몸은 시간이 지날수록 다양하게 변화하였다. 그걸 보고 있는 나는 직접적인 고통과 고충을 느끼기 어렵고 공감도 할 수 없어 그저 존경심을 표할 뿐이다.
최근에는 '남편의 역할는 뭘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주수가 지나 아이가 커짐에 따라 아내의 행동반경은 큰 제약에 부딪히게 된다. 걷는 건 크게 문제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자기 몸의 변화를 아직 적응하지 못한 나머지 지나갈 때 폭을 조절을 못해서 배가 살짝 걸릴 때가 있기도 하고, 배를 신경 쓰고 걷다 보면 발아래의 뭐가 있는지 잘 인지하지 못할 때도 생긴다. 아내는 이런 갑작스러운 변화가 속상해 못내 서글프다 말하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거라곤 아내가 떨어뜨린 물건을 줍거나 가져오고 싶은 게 있으면 대신해주는 것과 각종 집안일뿐이라 더더욱 그런 생각들을 하게 된다.
몸의 변화를 기록해 두고 기억해서 나중에 두고두고 감사하자라는 생각으로 몇 자 적어봤다. 먼저, 다들 이야기하는 것처럼 아들 배는 펑퍼짐하게 나온다더니 정말 그런가 보다. 배가 전체적으로 나오기 시작하면서 점점 아기가 발로 차는 횟수가 늘고 강도도 세진다. 이 때문인지 잠을 잘 때도 편히 잘 수 없고 몇 시간은 왼쪽으로, 몇 시간은 오른쪽으로. 그리고 화장실도 자주 가기 시작한다. 이런 연유로 아내는 늘 퀭하고 잠이 부족해서 낮 시간에는 피곤과 맞서는 사람이 됐다. 임신 초기에 입덧과 안정의 압박에서 고생하던 아내는 진실의 16주라는 시간을 만나 편해지는 듯했지만 그것도 얼마 가지 못했다. 막상 30주가 넘어가니까 점점 튼튼이는 커지고 아내는 양수와 튼튼이의 무게 때문에 체력적으로도 부담스러워지는 시기가 됐다. 다들 막달 되기 전에 많이 놀러 다니라고 하던 말이 바로 이런 이유에서 나온 게 아닐까 싶다.
35주가 된 지금은 막달이라 그런지 잘 관리하던 살이 터지기 시작하고 변비도 생기는 등의 변화 등을 몸소 겪고 있는 아내의 가장 큰 변화는 '두려움'이다. 제왕절개와 자연분만을 고민하던 아내는 '남편과 함께 아이를 처음 보는 순간을 느끼고 싶어!'라는 단순한 이유로 자연분만을 마음먹었다.
사실 마음을 먹는다고 해서 두려움이라는 존재가 해소될 리가 없다. 얼마나 무서울까, 얼마나 떨리고 상상하고 싶지도 않은 순간일까?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건 손을 꼭 붙잡고 함께 해주겠다고 그리고 고맙다는 말뿐. 오늘 저녁에도 튼살 크림으로 아내의 살을 어루만져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