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임신일기 #3. 아내가 받을 압박감과 검사 결과에 대한 두려움
임신 초기에는 많은 검사와 관심이 필요해지며 2주에 한 번씩 병원에 방문해서 진료를 받게 된다. 대략 5~6주쯤에 아기집을 확인하고 8주쯤 되면 아이의 심장소리와 젤리곰과 비슷한 초음파를 확인하게 된다. 나는 이때 비로소 '아기가 생겼구나'를 생각하게 됐다. 실감이 나는 건 아닌데 그래도 아기는 있구나 싶었다.
아내가 임신을 하고 난 뒤로는 주말 스케줄 체크를 미리 해두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바빠졌다. 임신을 하면 임신의 시기 별로 검사할 것들이 생기는데, 평일을 사용하기에는 연차 소비가 심해서 출산 이후를 생각하여 아껴두자는 생각으로 가능한 토요일 오전 시간대로 진료를 예약했다.
주수가 진행될수록 검사 항목이 늘어가며, 그에 따라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도 많아졌다. 검사 결과를 듣기까지는 보통 5일~7일 정도 소요가 되는데 왜 이리 시간이 안 가는지. 시간은 아무리 상대적이라고 해도 야속하다. 기다리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별별 생각이 들었다. 검사 결과가 안 좋으면 어떡하지, 아이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떡하지.
선별검사니, 기형아 검사니, 목 투명대 검사 같은 단어들이 주는 무거움은 상당했다. 온갖 상상의 꼬리를 무는 것을 좋아하는 나도 이번에는 안되겠다 싶을 정도였다. 해당 검사들은 건강한 아이가 가져야 할 기준치들이 명확하게 나와있다. 명확한 검사 수치와는 다르게 치료법이나 원인 등은 알기 어려워서 무엇을 조심해야 할 지 감조차 오지 않는다. 검사 결과가 나오면 또 다음 검사를 걱정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리는 걸로 18주까지의 시간을 보냈다.
극도의 걱정상태로 접어들다 보니 아내보다 더 걱정하는 걱정인형이 되고 말았다. 하루에도 '아기가 잘못되면 어떡하지,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오면 어떡하지.' 같은 생각으로 밤잠을 설칠 때도 많았다. 내가 아내에게 더욱 집중하고 나보다 더 불안해할 아내에게 더욱 신경 썼어야 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조급한 마음, 걱정하는 마음이 아내에게는 '괜찮아야만 해'라는 압박감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나 스스로의 안도를 위해 아내를 희생시킨 것 같은 마음도 들었다. 아내에게 더욱 힘이 됐어야 했다. 그런 부분이 너무 미안한 마음으로 돌아왔다.
물론 기다림의 시간은 아무리 주변에서 즐기라고 말해도 어렵다.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하지만, 그 불안과 걱정 속에서도 아내 손을 꼭 붙잡고 이 말을 했을 것 같다. 괜찮을 거라고. 이 시간들이 아무 일 없이 지나가면 다 행복함으로 돌아올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