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임신일기 #2
이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것들이 아내의 임신을 기점으로 우후죽순 생겨났다. 특히 알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배우고 이것저것 검색하며 알아가는 중이다. 그런 정신없는 와중에도 잊지 말고 챙겨야 할 건 바로 뱃속에 생긴 아이에게 첫 이름. 즉, 태명을 지어주는 것이다. 태명을 지어주는 건 여러 의미로 중요하다. 아내와 애정을 담아 짓는 첫 이름이며, 병원에 다니면서 앞으로의 부지런히 보게 되는 임신 어플에도 등록해야 되기 때문.
나와 아내는 무슨 이름을 지어줄까 하면서 이틀 정도 머리를 싸매면서 고민하고 검색을 해봤지만 이내 그런 방법은 그만두기로 했다. 검색을 통해서 태명을 짓는다고 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우리가 아이에게 진심으로 바라는 점을 담아 짓기로 했다. '튼튼하게 자라기만 해 줘'라는 의미를 담아서 우리 아이의 태명은 '튼튼이'가 되었다.
이름을 부르기 시작하니까 기분이 묘하다. 아직 사람의 형상은 아니지만 애정이 샘솟는 느낌이 든다. 본격적인 임신 생활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잘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육아 선배들이 줄기차게 말하는 묵직한 책임감 같은 건 아직 느낄 수 없다. 그저 아내의 뱃속에 아이가 생겼고, 그 아이에게 우리가 애정을 담은 이름으로 불러줄 수 있다는 점이 우리를 즐겁게 만들고 웃음이 나게 만들 뿐이다. 세상이 원래 이렇게 아름다웠던가. 나는 세상을 낙천적으로 바라보는 편이지만 차원이 다른 느낌이다.
이 작은 생명체가 우리 두 사람에게 어떻게 와준 건지.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하늘에다 대고 감사함을 표할 뿐. 병원에서 초음파를 확인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내와 나는 말 대신 감동의 눈물과 웃음으로 벅찬 감동의 표현을 대신했다. 그래서 살면서 몇 번이나 겪을지 모르는 이 기분을 평생 잊지 않기로 다짐했다. 언제 올지 모르는 튼튼이와의 만남일을 상상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