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임신일기 #1
평소 늦게 자는 습관 덕분에 아내의 도움 없이는 깨어나기가 힘든 아침. 아내는 나를 세차게 깨웠다. 눈을 뜨기도 벅찬데 아내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하지만 어떤 짐작도 하기 힘들 정도로 잠에서 깨지 못하는 내게 아내는 내 눈앞에 뭘 들이 내밀었다.
"오빠, 나 임신했어!" 잠에서 깨지도 않았는데 임신이라는 소리를 듣고 어안이 벙벙했다. 임신 테스트기에 생긴 두 줄을 비몽사몽으로 확인하면서도 반응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기에 리액션을 내심 기대했던 아내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구시렁거렸다. 사실 임테기를 바로 보여줬을 때는 내 기분이 어떤지 자세히 말을 해줄 수 없었다. 내 기분이 어떤 기분인지 말로 표현할 수 있었던 건 퇴근 후였는데 오래 걸린 건 그만큼 어떤 것도 실감할 수 없었기 없었기 때문이다.
출근하면서 곰곰이 생각했던 건 우리의 9년 연애, 3년 간의 결혼생활이었다. 스무 살이었던 아내는 복학생이었던 나를 만나 대학교 생활을 함께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그 중간엔 나의 꼬임에 넘어가 아내의 계획에도 없던 호주에서의 생활을 1년 간 함께했고, 그 경험을 마치고 돌아와서 우리는 같은 업계로 취업을 해서 열심히 일을 해왔다. 그리고 결국 우리는 9년 연애 끝에 결혼을 했다.
단순히 주마등처럼 떠올리기에도 긴 시간 속에서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게 된다니 굉장히 특별한 기분이었다. 선명하게 찍힌 2개의 임테기를 앞에 두고 이런 생각과 기분을 아내와 이야기하며 우리는 또 한 번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
아이가 우리에게 와준 것에 대한 기쁨이 들었다. 우리가 꿈꿔왔던 것이기에. 하지만 동시에 이 아이를 잘 지켜내야 한다는 것에 대한 불안함이 휘감았다. 우리, 앞으로 잘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