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짐이동과 차량이용이 불가피하게 필요해서 택시를 타게 되었습니다. 창문 틈새로 불어오는 바람이 살갗에 닿으니 이제야 좀 살 것 같다며 머리를 좌우로 스트레칭합니다. 참 숨막히는 일주일이었습니다. 언제 어디서 기도가 막혀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현실에서 찰나의 순간 자유를 조금 느껴봅니다. 한강 남단에서 북단으로 한강다리를 지나며 강바람이 춤사위를 벌입니다. 매일매일 버겁게 생활하지만 비싼 돈 주고, 평소라면 부르지도 않았을 택시 안에 편안히 몸을 누이고 있으니 마치 왕족이 된 것 같습니다.
치열한 일주일이 지나고 본가를 다녀오던 이 날 또한, 잠깐의 휴식이란 없었습니다. 일주일 사이 밀려있는 집안일부터 이런저런 기분이 썩 좋지 않은 소식들도 전해들며 내 마음에 휴식이란 없었습니다. 한 순간도 멈추지 못 하는 마음은 쉼없이 달리는 유랑자처럼 거친 가치덤불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기어코 자발적으로 상처를 내곤 합니다. 한 순간도 멈추지 않았어요.
마치 마라톤 풀코스 달리고 있는 와중에 몸 안에 있던 수분이 바짝 말라 탈수증상이 전해지는 가운데 이온음료조차 마실 수 없고 끝이 없는 트랙 위에서 멈추지 못 하는 것처럼 말이죠. 결국 그 끝이 과도한 탈수로 인한 좋지 않은 지경에 이를 것을 알며, 끝을 알면서 그 끝으로 끌려들어가는 운명을 안간힘을 써서 반대쪽으로 당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차량 신호등에 신호가 걸렸어요. 반쯤 열린 창문으로 차량 신호등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요, 그 신호등이 내 마음이랑 어딘가 비슷해 보이는 겁니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이상한 저주를 받아 빨간불에 걸리는 게 뭐랄까, 풀리지 않는 인생이랑 비슷한 것 같기도. 영원히 그 시간, 그 순간에 멈춰서 인생 자체가 '스톱'된 것처럼.
초록불이 들어오니 차는 다시 달리기 시작합니다. 간접적으로 찰나의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그래, 이 느낌인데. 5초가 채 지나기 전에 다시 한숨을 내쉽니다. 비흡연자인데 마치 내 한숨이 구름과자 같이 길게 뻗어갑니다. 내 인생의 초록불은 언제 들어올까요? 아무래도 비상등 켜고 갓길에서 기다리는 나 자신이 저를 기다리고 있나 봅니다. 그 다음에는 초록불은 들어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