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출근해서는 침대 포함 가구를 손수 옮기고 낮에는 몸을 써서 일을 해야 하고, 늦오후 들어서는 무거운 짐을 번쩍번쩍 들어 옮겨주어야 합니다. 앉아있는 시간보다 움직이는 시간이 더 많습니다. 점심은 늘 오후 3시 전후 아니면, 그 이후로 먹어야 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점심 겸 저녁이죠. 사람 많은 골목길 회사차량으로 운전하고 있으면 어째서 나만 이러고 있는 건가, 어깨랑 팔 다리 허리까지 피로가 누적되어 오늘밤과 내일아침 침대에서의 내 모습이 상상되지만 결코 몸 편한 날이 없었습니다. 항상 온 몸에는 땀냄새가 절여있습니다. 새로 산 운동화는 이내 밑창이 다 까져서, 어느 날에는 엄지발톱까지 흔들리다 부러졌습니다. 사람들이 등한시하는 일들까지 떠맡아서 하다보면 마음에도 피로가 누적됩니다. 불공평한 세상이 이 작은 회사 안에서도 더 불공평한 것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 같아 몸이 비명을 지르던 어느 날, 같이 일을 하시는 분께서 그럽니다. '다 언젠가 쓸모가 있을거야'
서글픈 사실이 있다면 30대 중반이 기준인 것 같습니다. 이렇다 저렇다 조언이 확연히 줄어듭니다. 서글프죠. 지금까지 누군가가 나에게 이렇다 저렇다 말해주는 것이 성가시고 귀찮게 여겨졌는데, 이제는 그럴 사람을 볼 수 없다는 게 서글픕니다. '잘 하고 있겠지' '자기 인생인데 알아서 하겠지' 정도의 무관심이 참 외롭습니다.
그런데 온기가 퍼진 그 한 마디 '다 언젠가 쓸모가 있을거야'라는 말이 가슴 속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버젓이 자리를 잡아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 의미가 있겠지. 이게 다 피와 살이 되것지. 내가 어떻게 살아갈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 익숙하고 편안한 일만 해서는 발전이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회사일이 그렇습니다. 보통 3개월까지는 신입의 열정과 패기가 넘친다면 약 3개월 전후로 스스로 '왜'라는 질문을 무수히 던지게 됩니다. 의미가 있는 건지도, 누구를 위해서 이러는 건지도 심지어 나의 정체성까지 흔들리는 마당에 자신을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서울역 강남역 쓰레기 줍고 더러운 무언가를 치워주고 그 대가로 하나씩 일어서기 시작했다는 걸, 사업 실패 후 가족 간병까지 이중고가 겹치며 세상 각국에서 한국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한국 사람의 진정성을 느끼게 해주겠노라 안전한 여행을 만들어주겠노라 다짐했다는 걸. 그래서 지금 내가 일을 하는 모든 것들이 나의 재기이자 나의 과정이었음을. 잊고 있었습니다.
유독 추워진 요즘, 면장갑 구멍 사이로 신랄한 바람이 불어와 몇 번이고 가구를 놓칠 뻔 했지만 나의 낡은 신발이 차디찬 바닥을 밀어내며 뒷 끈이 몇 번씩 빠졌지만. 이 모든 것들이 의미없지 않으리, 남들이 불편해하는 것을 감내해내지 않고 어찌 큰 뜻을 이루랴.
숫자로는 10살 정도 위인 동료 직원 한 마디가 이번 한 주도 견디도록 비타민이 되어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