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25일 월급날 소비 일당 2만원

by 스톤처럼

매달 25일은 즐거운 월급날입니다. 부디 스쳐지나가는 '나그네' 바람에 불과하지만 결국 돈은 돈입니다. 들어온다는 건 행복입니다. 잠시 숫자로 찍히는 숫자이지만 즐겁습니다. 이 날만은 지난 한 달동안 고생한 내 자신이 자랑스럽습니다.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늘만큼은 무엇을 하든 용서될 것 같은 무절제한 자비가 넘치는 것 같습니다.


저는 매달 25일이면 딱 두 가지만 합니다. 이런 습관은 사업 실패 및 가족 간병으로 생활고를 겪어보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에서 생긴 습관인데요, 누군가 이 이야기를 듣더니 참 궁상맞다고, 유난떤다고 웃더라고요. 근데 이 두 가지를 하지 않으면 다음 달 25일이 올 때까지 상당히 고달픈 생활을 해야 할 수 있습니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이런 습관을 자리 잡으려 했고, 그 끝에 나름 '루틴'으로 정착한 습입니다.


일단 과한 소비를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차단합니다. 사실 첫 문단에서 적은 것이 부끄럽지만 쥐꼬리만한 월급을 벌면서 제가 경험을 했던 것들입니다. 월급 생각 안 하고 흥청망청 고삐 풀린 망아지 마냥 돈을 써본 적도 있고, 과한 감정에 취해 과소비한 줄도 모르고 시간이 지나서 후회한 적이 몇 번 있습니다.


과한 소비를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차단한다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감성이 이성을 마비시켜 내 주머니에서 내 돈을 빼갈 수 있는 모든 것을 '하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겁니다. 환경이 주는 영향이 크다고, 먹거리 많은 상권을 지나는 일을 삼가합니다. 이런 날은 일찍 집에 귀가해서 조용히 보내는 게 답입니다. 그냥 길에 서있어도 돈이 나가는 것이 느껴지는 게 매달 25일입니다.


그리고 온라인쇼핑 장바구니 보지 않습니다. 물론 언젠가 사고 싶은 것들이죠, 하지만 되도록 보지 않습니다. 돈이 있다는 망상이 결국 '결제'를 부르더라고요. 안 됩니다. 어떻게 번 돈인데 이렇게 후루룩 날려버릴 수 있겠어요? 안 됩니다. 그냥 최대한 조용히 보내는 게 좋습니다.


그렇다고 이런 상태가 365일 계속 되는 건 아닙니다. 가제노타미 저자 '저소비 생활' 책에서 비슷한 말을 하더라고요. 매우 공감하였습니다. 월급 받고 딱 2주까지는 궁상 맞게 살고, 3주차는 그나마 서민처럼 살고, 4주차는 조금은 귀족적으로 살면 어느덧 다음 월급날이 되어있습니다.


공과금, 보험 및 세금, 대출이자, 생활비, 식비 등 피할 수 없는 지출 또한 있겠지만 이런 과정을 거치면 적어도 단 몇 푼이라도 돈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 매달 25일 하는 나머지 한 가지는 이 날만큼은 2만원 이내 소비한다는 겁니다. 이상하게 2만원 넘어가면 과소비처럼 보이고 2만원 이상 쓰면 찜찜한 기분이 들어서 월급날인데도 불구하고 기분이 어딘가 좋지 않아집니다. 그래서 딱 2만원 마지노선 정하고, 오늘 길가다 주운 행운처럼 이 정도에서 소비합니다. 내가 나에게 주는 '매달 25일 일당' 입니다.


2만원이면 뭘 할 수 있을까? 싶지만 생각해보면 의외로 많습니다. 요즘 식당 물가로 생각하면 얼마 안 되는 돈일 수 있지만 다른 것들에 사용한다면 의외로 재미있는 수준의 돈입니다. 영화 볼 수 있고요, 아니면 책 한 권 정도는 살 수 있습니다, 아니면 제가 좋아하는 비비큐 치킨 반마리는 먹을 수 있습니다.


오늘도 나이대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월급일 수 있지만, 소소히 2만원으로 동네 마트에 가서 과자 몇 개랑 생활필수품 1~2개 정도 구매했습니다. 심지어 사치스럽게 유상봉투에 담아 집까지 걸어왔습니다.


거리는 금요일에, 25일이 주말로 24일 월급 받으신 분들 때문인지, 평소보다 더욱 사람들로 붐비는 것 같습니다. 마트에서 집까지 걸어오는 길에 호텔도 있고 그 일대로 고깃집도 많이 있습니다. 누군가가 식당에서 맛있는 라멘을 먹기도 합니다. (이 라멘은 유독 맛있어보이긴 했는 데, 네이버지도로 가게 메뉴 가격 살펴보고 마음은 '다음에'로 미루었습니다)


분명 다음달 첫째, 둘째주 지나면 통장은 빠르게 고정지출로 숫자가 감소세를 보이겠죠. 사람 많은 골목을 지나 인적이 드는 밤거리를 걸으며 유상봉투를 흔들어봅니다. 제법 무겁습니다. 집으로 올라가는 언덕길 초입 어딘가에서 오랫동안 동네를 지켜온 방앗간 떡집이 보입니다. 지갑 한 번 열어보고 현금 확인합니다. 오뎅 2개 들이마시듯 냠냠 맛있게 먹었습니다. 집에 가서 집밥해서 먹겠지만 애피타이저 정도로 오뎅 2개 맛있게 먹었습니다.


오늘은 며칠 전 장볼 때 사온 곤드레나물에 비빔밥 만들어 먹으려 합니다. 먹고, 조용히 소화시키다, 편안히 잠들 겁니다. 재미없고 지루해보이지만 의미있는 월급날입니다. 열심히 일했습니다. 열심히요. 작은 월급은 약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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