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막노동 일지

by 스톤처럼

사실 그런 일을 어떻게 하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 심지어 자신의 주변에 이 일을 하고 있다면 내색을 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게 보이지만 결국 마음에서는 멀어지는 일. 차마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남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은지 오래되었다는 말 또한 거짓말이었다.


누군가 먹은 흔적을 치우는 일은 문자처럼 간단하지 않다.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옛날에 비해 감정노동을 할 일이 줄어든 만큼 선진국의 시민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 이곳저곳에 갑질이 여러가지 형태로 묻어나있다. 그건 소리없는 폭력이고, 누군가는 받아내야만 없어지는 폭언이다.


대부분 바깥에서 이해관계없이 본다면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고, 그 중에서 조금 더 지위가 높은 분들도 많이 있다. 옆에서 변기를 닦던 동료가 그랬다. 유명세가 모든 것을 대변해주지 않는다고. 유명하다고 그 사람이 인격적으로 우수한 것 또한 아니라고.


먹다남은 김치찌개를 탁자 위에 내팽겨치고 먹다남은 라면과 국물을 카페트 위에 쏟아버리고, 무겁게 들고온 샴페인과 위스키 공병은 이곳저곳에 널부러져있다. 그곳에서는 어떤 타협도 없고 약자를 향한 배려 또한 없다. 무자비한 공격이 있을 뿐, 보고도 모른 척 듣고도 모른 척 해야 하는 동물은 올빼미 뿐만이 아닌 것 같다.


보통 이 일을 시작하면 보름 안에 도망가고, 가장 빠르게 도망간 사람은 이 때까지 식사 전후로 도망간 경우가 있었다. 멘탈이 강하다고 자부하고 체력이 세기 때문에 문제없다던 사람도 세 달을 넘기는 경우를 잘 보지 못하였다.


우리나라 수도 서울, 그 중에서 가장 사람들이 붐비는 생활 무대로 뽑자면 서울역, 강남역 부근이 되겠다. 어떤 날이면 사람에 대한 혐오가 생겨나는 현기증을 불러온다. 하지만 대중으로 붐비는 이 곳 또한 소외된 약자가 있다. 나는 이 일대에서 흔히 말해 3D 업종을 했었다. 겉으로는 절대 알 수 없는 그들의 속내를 '청소'를 통해 본 경우도 이 시절에 많이 경험한 것 같다. 사람보다 상황을 보려고 노력하는 이상한 습관도 이 시절 생겨났다. 무자비한 폭력은 영화 속 탐욕스러운 악당이 결코 허구가 아님을 체험으로 알게 되었다.


하루하루 예측할 수 없는 나날, 무한에 갇힌 조연처럼 계속해서 끝나지 않는 일을 하고 있노라면 전생에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렇게 고생하고 있나 원망도 많이 했다. 하지만 자비없는 현실에서 노동을 하는 사람들끼리 무언의 연대가 있고, 서로의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피땀내나는 인생사에 목례로 응원을 보내는 휴머니즘이 있다.


누군가 있다간 자리에 남은 모든 것들을 치우고 닦고 제거하며 우리끼리도 '재미'라는 걸 느낀다. 이런 순간이면 사람이 참 적응이 빠르고 강하다는 생각도 들고, 이 작은 울타리 안에서도 '또하나의 우주'가 숨어있는 것 같다. 단순히 말 한 마디로 표현되지 않고, 서로만 알아볼 수 있는 추임새와 제스쳐 그리고 행동패턴에서 같이 울고 웃는다.


수임 입급날에 울리는 입금 알람에 비루한 계단참에 앉아서 먼지 덕지덕지 묻은 손가락으로 모바일뱅킹을 확인하고 있으면 굶주린 배도 배불러진다. 그렇게 또 살아간다.


그렇게 시작한 일에서 조금씩 경력을 쌓고, 단순히 돈벌이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나의 마지막 망나니짓'처럼 연약한 꿈과 관련된 일까지 하게 되면서 여전히 나는 배고프고 어쩔 때는 성질이 마렵다.


고급스러운 정장 차림에, 손님과의 호의적인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존재로 보여지지 않는 차림으로 일을 하지만 누군가 그러더라. 보이지 않는다고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라고. 모르겠다, 국적 다른 누군가의 가족들은 나를 보고 있으면 저런 사람은 되지 말라고 흉을 보는지도. 근데 그건 내가 알 바가 아니다.


주5일 풀타임으로 일을 하고 집에 오면 이미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버리고, (비싼 헬스장 가지 않고 동네에서 달리거나, 집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운동을 주로 하며) 자기관리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체력이 부족함을 매일 느낀다.


그럼에도 나는 일한다, 우리는 일한다. 잡념에게 기회조차 주지 않는 바쁨의 연속인 일상에서 정직하게 돈을 번다고 스스로 위로하기도 한다. 가끔 (요즘은 자주) 현타가 온다는 동료의 투정어린 소리에 공감하면서도 그럼에도 일을 한다. 나는 일한다. 일을 한다는 것. 나는 일이 좋다.


일주일 전 나재필 선생님의 '나의 막노동 일지' 책을 모두 읽었다. 나와 비슷한 점도 많이 있어서 현장에서 오는 공감이 매우 컸다. 우리나라 언어인 한글로 '노동'에 대해 읽어볼 수 있다는 점 또한 좋았다. 일할 거리가 있으면 망설이지 않고 나선다는 나재필 선생님은, 만난 적 없지만 현장일 하는 사람으로서 깊은 위안을 얻었다고 말해주고 싶다. 만약 노동에 대해 디테일한 묘사와 현장감 넘치는 현실을 미리 접해보고 싶다면 나는 강력하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나는 일한다. 나의 막노동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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