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친할 친에 옛 구 - 오래 두고 사귄 벗

by 스톤처럼

우리는 참 닮은 구석도 많고 다른 구석도 많다. 10대 폭풍이 지나가고 20대 열망이 스쳐, 30대 농후한 세월을 지나도록 함께 했다. 만나는 일수도 매일에서 월 단위, 분기를 지나 이제는 연례행사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어색하지 않다. 만나면 10대부터 나누던 시시한 농담부터, 과거 현재 미래 타임리프 한다.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어떻게 살아왔고 누구를 만났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눈빛만 봐도 아는 우리는 친구다. 친구 아이가. 친구...


비슷한 듯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우리 친구는 나를 포함해 2인조로 구성된다. 결국 나를 제외하고 한 명이다. 만남의 장소는 동네 치킨집. 가끔 만나는 치킨집이 달라지기도 하지만 우리는 참 치킨과 인연이 많다. 치킨 두 마리 시켜서 500cc 맥주 한 잔씩만 해도 이 친구랑 있으면 마음이 편하다. 나의 등을 보여줄 수 있는 친구라는 존재가 이렇게 있다는 게 감사한 일이다.


세월이 흘러 서로가 달라지는 것이 있다면 주름살 하나씩 생겨나는 얼굴과, 언젠가 올드하다고 비판하던 사고방식을 우리가 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있으면 놀란다. 근데 요즘은 확연히 느껴지는 것이 있다면 사는 세상이 다른 사람 둘이 만나서 거리낌없이 대화하고 놀다가, 다시 돌아가는 각자의 세상에서는 서로가 다름을 인지하게 된다.


다행히(?) 나는 집과 직장이 도로로 이동 가능한 생활권을 가지고 있다. 어떤 날에는 횡단보도 한 번도 건넌 적 없이 하루를 보내는 날도 적지 않다. 노력하지 않는 이상 지금 당장은 세상이 돌아가는 소리에 귀를 닫고 눈을 닫고 살아갈 수 있기도 하다. 물론 나중에 세상 소식에 깜깜이가 되어, 세상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이 생활이 나쁘지만 않다.


반면 친구는 사업을 하고 있다. 사업의 특성상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숙명인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송년회를 하면 번화가와는 거리가 먼 조용한 동네 치킨집에서 하는 편인데, 이 친구를 만나고나면 세상이 달라진 이야기와 그에 따른 원대한 미래를 듣곤 한다. 신선한 자극이다. 때로는 감사한 일이기도 하다. 적어도 세상과 집돌이 사이에서 균형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벌써 40대를 목전에 두고 있는 나이가 되었다. 무릇 이번 송년회에서는 10대 그 시절이 참 좋았다는 추억을 안주삼아 술 한 잔을 했었고, 우리 사이에 지나간 인연의 근황이 어떤지 주고 받으면서, 우리 또한 초속 5센티미터 속도로 조금씩 더욱 더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다시금 알게 되었다.


언젠가 직장 선배에게서 친구간에 연락이 점점 줄어들 것이고, 그것은 각자 삶이 너무 바빠서 연락이 자연스럽게 없어지는 것이며, 우리는 그저 그 시류에 몸을 실고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원래 몰랐던 사람들끼리 만나 알게 되고, 다시 모르는 사람으로 존재하게 되는. 더 나아가 영원히 몰랐던 사람으로 돌아가는.


친구, 참 좋은 말이다. 나의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2010년대 어느 날의 장례식장에, 공장에서 야근하다 먼지 뒤집어쓴 채 작업복에 기름떼 얼룩진 운동화 신고 달려오던 내 친구 모습이 지금도 눈만 감으면 선하다. 어릴 적부터 사회생활이나 세상물정에 또래보다 밝은 너에게서 어른의 모습을 많이 보고 배워왔다. 동갑이지만 어쩔 때는 나에게 형과 같은 존재이다.


신문에 연일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양극화 : 서로 다른 계층이나 집단이 점점 더 달라지고 멀어지는 것. 또는, 그렇게 되도록 하는 것.


분명히 그 선배가 말한 것처럼 우리의 미래는 우리 노력만으로는 할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할지도 모른다. 이건 나도 너도 서로가 함께 이루지 못 하는 부분이 있겠지. 그리고 30대 중후반 나이에 벌써(?)부터 경제적 사회적 양극화가 되어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도 조금씩 보인다. 우리는 그 시류에 실려가는 존재에 불과해. 다만, 지금에서의 내가 앞으로의 나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내가 이해하지 못 하는 너의 세상 또한 품어줄 수 있는 관용을 가질 수 있기를, 건달 영화처럼 화려하거나 뜨겁지는 않아도 이런 우정을 담아낼 수 있기를. 나는 나에게 바란다.


친구 아이가. 보다 단단한 그릇을 가질 수 있는 내가 되어있을게.


IMG_6299 2.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너를 미워할 시간에 나를 사랑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