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은 틀리고, 지금은 맞을까?

- 마라톤 준비하다가 현타 와서 남기는 글 feat. 20대 vs 30대

by 스톤처럼

추석 잘 보내셨나요? 추석 연휴가 지나니 정말로 연말이 얼마 안 남았습니다. 곧 있으면 연말 D - 100 이라니. 벌써 2022년이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곧 있으면 탁상용 달력에서 2023년을 보는 날이 오겠죠?



어젯밤 2022년 목표를 뒤돌아 봤습니다.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토록 좋아하던 직장에서 퇴사하였고, 개인사업자로서 사업을 시작하였고, 프리랜서로서 글을 쓰며, 실물 책을 집필하였습니다. 2022년 목표 일부는 이루었고, 나머지는 아직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진짜' 연말에 돌아보면 다른 성과가 있을 수 있겠죠. 오늘은 눈앞의 다른 목표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건 바로 마라톤 참가. 잘 달리지는 못 합니다. 그대로 항상 '완주'를 목표하고 있습니다. 마라톤 대회는 거의 10년 만에 참가하는 것 같습니다. 20대 중반 서울에서 열리는 마라톤을 참가하였고, 살다 보니 2022년 마라톤 대회 참가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이 많이 없습니다. 꾸준히 달리는 것 외에는.



10년 전 마라톤 대회에 함께 참가한 지인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아마도 결혼도 하고, 토끼 같은 자녀도 있는 친구도 있겠죠? 요즘 달리다 보면 가끔 그들이 생각날 때가 종종 있습니다. 불확실한 미래에서 불확실하게 달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우리. 그야말로 청춘이었습니다. 20대 특유의 청춘.



그들에게 2022년 마라톤 준비 소식을 전하면, 무슨 반응을 보일까요? 불확실하지만 완주 경험이 있으니 지금도 응원을 해줄까요? 아니면 나이 생각해서 적당히 하라는 말을 들을까요? 개인적으로도 궁금합니다.



어제도 생각했습니다. 모든 게 바뀌었다는 사실을 말이죠. 체력이 예전같지 않습니다. 달리는 폼도 엉성합니다. 몸의 무게중심이 앞쪽으로 쏠렸습니다. 영락없이 아저씨 청춘이네요. 땀을 훔칠 때면 과거를 떠올리게 됩니다. 10년 전 마라톤 참가 후, 자기관리 실패로 무너졌던 경험을 돌아봅니다. '마라톤 완주' 1개를 얻고, 취미와 운동 2개를 잃어버렸죠. 어디선가 내 안에서 '힘들다' 말했었고, 애써 무시하고자 했던 건 기억납니다.



이제는 웃으면서 말하지만, 당시는 참담했습니다. 마라톤 완주 메달을 가져왔더니, 자기관리 실패로 이상이 생겨서 결국 나머지를 버린 웃픈 기억. 자신감 넘치던 패기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쪼그라진 일상..



'에이, 한참 잘못했네. 지금이라면 절대 그렇게 운동하지 않지.' 이런 생각이 들면 고개를 세차게 흔듭니다. 무조건 열심히 하는 미덕으로 최선을 다하였으니 말이죠. 그래도 그에 따른 대가가 있어서 선뜻 의심합니다. 10년 전은 틀리고, 지금은 맞는 걸까?



며칠 전 어느 잡지에서 이런 글을 읽었습니다. '마라톤 초보들이 완주에 대해 흔히 착각하는 게 있다. 열심히 뛰다가 걷기 시작하면 완주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피니쉬 라인까지 도달했는데도 불구하고 알 수 없는 패배감에 사로잡힌다. 이건 착각이다.'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20대 마라톤 대회에서 한 번도 걷지 않고 끝까지 달렸습니다. 마라톤 이외 일정도 모두 소화하였습니다. 지금의 저를 본다면 상상하기 힘들겠지만 격투기 운동과 자전거 라이딩까지 감당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마라톤 대회가 끝난 후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견디지 못 했습니다. 휴식을 취해야만 했습니다. 공든 탑이 무너지고, 멘탈 붕괴까지 겪었던 나날. 10년 전 나는 '완주'라고 생각했던 완주를 한 걸까요?



나를 사랑하지 않은 채 완주만 바라보던 삶. 1번으로 충분하다고 봅니다. 벌써 2번째 마라톤 참가를 목적을 앞두고 10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인생은 짧습니다. 이제는 다르게 달리고 있습니다. 1번의 달리기로 더 멀리 나아가는 것보다, 중간중간 걷더라도 지속할 수 있는 루틴을 고려하게 되었습니다. 겁도없이 마라톤 풀코스를 신청하였습니다. 이제는 얼마 남지 않아서 환불조차 안 됩니다. 대회가 취소되지 않는 이상 출발선에 서겠죠. 처음부터 끝까지 달릴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중간중간 걷는다면 결승선까지는 도착할 수 있지 않을까요? 덜컥 겁이 나지만 그래도 가보려고 합니다. 아픈 기억을 지나서 지금의 나에게 도달하였으니, 10년 전 완주는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완주하고 싶습니다.



시간순으로 보면 내가 머물러 있던 위치는 이미 과거가 되었습니다. '지금' 내가 있는 위치는 항상 옳다고 보입니다. 언젠가 이 위치가 저물어버리겠죠. 아마도 이 글을 보는 분들이 (미래에) 달라진 저를 보면 '그때는 이랬는데, 지금은 왜 이러냐' 묻기도 하시겠죠? 저 역시 스스로 '왜 그렇게 살았냐?!' 되물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저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나의 지점에서 나를 판단하지 말고, 하나의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향하는 달리는 과정에서 생각해보면 어때? 그때도 맞고 지금도 맞는 것 같아.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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