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지기 친구 결혼식 하객에서 친구로 남고 싶다

- 퇴사 후 처음 참석한 결혼식은 오랜 친구 결혼식. 그날 그곳에 서서.

by 스톤처럼

고등학교 같은 반 친구부터 지금까지 만나고 있는 친구 1명이 있습니다. 10대 시절 동네 친구이며 오랜 친구이기도 한 그와 만나면 항상 치킨과 맥주를 마십니다. 이런 스타일이 편합니다. 각자 경제생활을 하지만 격식까지 차리고 싶지 않습니다. 서로 어떻게 살아왔는지 잘 알고 있어서 편한 게 제일 좋습니다.



그날도 우리는 치킨에 맥주를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평소와 다른 이상함을 감지하였지만 기다렸습니다. 끝내 말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먼저 말을 꺼냅니다. "말해. 뭔데 그래?!" 슬쩍슬쩍 눈치를 보는 너라는 친구.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아까부터 맥주잔에 시선을 꽂고 있는 거야?!' 친구가 입을 엽니다. "나 결혼한다."



순간 정막이 흘렀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소식이었습니다. 시시콜콜한 소식을 전하면서 농담이나 주고받던 평소와 다른 이유였습니다. 결혼하고 싶은 상대를 만나고 있고, 서로 결혼하자고 하였으며, 결혼식 일자를 잡고 있다는 친구. 5분 전까지 오랜 친구가 맞은편에 앉아 있었는데, 지금은 얼굴에 활짝 핀 웃음기로 수줍은 예비 신랑이 앉아 있었습니다. 치킨을 모두 해치우기 전까지 포크를 내려놓는 일이 없는데. 이 날은 예외였습니다. 치킨이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10대로 돌아가서 순수한 마음으로 축하하였습니다. 그 순간 우리는 30대 아저씨가 아니라 10대 고등학생이었습니다.



그날부터 얼마나 흘렀을까. 친구의 결혼식 일자가 확정되었습니다. 생활 반경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그 날짜를 표시하였습니다. 시간은 쏜살같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결혼식 전날이 되었습니다. 다음 날 일정을 살펴보니 내일은 그날이었습니다. 조용한 공간을 찾아서 지난 15년을 돌아봤습니다.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내일 새 신랑으로 결혼하는 내 친구.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습니다. 본받고 싶은 인성으로 성실하게 살았습니다. 억만장자, 백만장자 등 이런 단어를 떠나서 동창으로서, 사람으로서, 남자로서 인정하고 싶은 친구. 하루하루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았습니다. 내 친구지만 정말 멋지고 대견하다. 15년이나 지나니 한 편의 영화처럼 그려졌습니다. 앞으로는 어떤 영화가 펼쳐질까?



회사원 시절, 나보고 '00아, 행복해?!' '지금 행복해?' 물었습니다. 날씨처럼 통제 불가능한 이슈로 하루하루 폭삭 늙어가는 나에게 던진 질문은 추상적이지 않았습니다. '행복해?' 구차한 설명이 필요 없는 질문. '행복해' 아니면 '행복하지 않아'. 답은 2가지 중 1개입니다. 이것이 내 마음속에 있는 욕구를 점화시키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 질문만 유일한 판단 기준은 아니었습니다만, 10가지 넘는 기준으로 검토 끝에 퇴사하였습니다. 퇴사한 직장인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퇴사 후 처음 참석하는 결혼식이 바로 그 친구의 결혼식이라니. 살다 보면 신기한 일들이 많습니다.



결혼식 당일이 되었습니다. 직장인 시절, 다른 사람의 경조사에서 보고 들었던 것들이 떠올랐습니다. 경조사에 대한 여린 마음이 와장창 깨졌던 기억이었습니다. 만약 당사자로서 모든 것을 알았다면 마음 한편이 씁쓸했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경조사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직장 내 라인을 잘 타는 상사 경조사는 참석해야 한다, (조만간 나도 결혼하니) 그 친구에게 인사 차원에서 먼저 참석한 다음 내 결혼식에도 와달라고 해야지, 저 친구는 별다른 영향력이 없으니 경조사 참석하지 않을 이유를 만들어야지, 이번에 내가 낸 축의금은 언제 회수할 수 있을까 등등......



결혼식장에 도착하면 신랑 신부 하객은 몇 명이며, 이 예식장 이용료는 얼마, 예식장 크기는 어떻고, 피로연 식사는 저렇게 등급을 매기며, 신랑 신부 앞으로 어디 어디서 화환이 왔는지 둘러보고, 심지어 신랑 신부 메이크업이 잘 어울리는지도 따지는 사람들.....



어느새 결혼식이 열리는 건물 앞에 도착하였습니다. 나는 퇴사한 직장인이었습니다. 직장인 시절 경조사 기억에 매달리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기는 어떠한 이해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내가 본받고 싶은 친구의 결혼식이니까요. 경조사에 대한 복잡한 셈법을 강요하는 눈치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저는 30살이 넘은 아저씨입니다. 얼마 전까지 직장인 신분으로 살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오늘의 주인공 15년 지기 친구이자 퇴사한 프리랜서입니다. '직' 이름대로 '프리'한 자유를 누릴 수 있습니다. 오늘의 주인공 친구를 만나서 인사하였습니다. 이제는 결혼식 하객이자 친구로서 진심을 다해 축하해주면 됩니다.



결혼식 행사 시작 전 세팅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였습니다. 어디선가 들렸습니다. 그 낯익은 말들. '여기 결혼식장은 이렇고 저렇고' '화환은 무엇 무엇이 있으며~~' 눈살이 찌푸려졌습니다. 동시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혹시 친구의 하객이 많이 안 와서 주눅 들어버리면 어쩌지?' '이번 식으로 평생 장인어른과 장모님에게 발목 잡혀서 눈칫밥만 먹는 거 아니야?!' 어이없는 발상이지만 그때는 진심이었습니다. 하객들 한번, 친구 2번, 다시 하객들 한번, 친구 3번. 분주하게 번갈아가며 바라봤습니다.



'그래, 비록 내 이름으로 참석한 인원은 나 혼자 1명이지만 3명 같은 친구가 되어주자.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자.' 이런 생각이 들었을 무렵 결혼식이 시작되었습니다. 결혼식 순서마다 축하하느라 결혼식은 순식간에 끝났습니다. 사진 촬영할 인원만 남고 모두 피로연으로 향한 상황. 그제야 결혼식장을 다시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결혼식장' '화환' 등 익숙한 그 소리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신부와 행복해하는 친구를 보면서 무사히 잘 끝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어깨와 가슴을 펴고 당당히 사진까지 찍을 수 있었습니다.



결혼식 당일 신혼여행을 가는 친구와 인사를 나누고 결혼식장을 나오는 길. 불편한 이해관계가 섞인 사회적 경조사가 아닌, '프리'하게 축하할 수 있는 자유로 순수한 마음에서 축하한 경조사가 끝났습니다. '주눅 들까 봐' 걱정은 없어지고 '한 사람 몫은 해냈다' 행복이 밀려왔습니다.



잘 다니던 직장에서 퇴사. 퇴사한 프리랜서. 퇴사 후 장점과 단점이 밥벌이에 초점이 맞추어진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15년 지기 오랜 친구의 결혼식에서 가질 수 있었던 자유 역시 퇴사 후 장점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직장이 있는지 없는지와 상관없지만 말이죠. 단순히 저의 이야기입니다. 퇴사 후 처음으로 참석한 결혼식이 마침 오랜 친구의 결혼식이라서. '축하'라는 단어 그대로 축하해줄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복잡한 셈법이 적용된 이해관계가 아닌. 순수한 친구 마음으로. 그날 그곳에서.




" 친구야, 잘 살아! "




※ '축하하다' 사전적 정의


축하하다 [추카하다] : (동사) 남의 좋은 일을 기뻐하고 즐거워한다는 뜻으로 인사하다




(To be continued...)





브런치 15년 지기 친구 결혼식.JPG 나의 '직'처럼. 프리하게 자유롭게 축하하였다. 그날 그곳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