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마켓 오픈 후기 - 아직 내 안에 남아있는 그것

- '도비 이즈 프리!' 퇴사한 직장인, 회사원의 묵은 때 제거해 나가다

by 스톤처럼

최근 블로그 마켓을 개설하였습니다. 네이버 블로그 마켓을 운영하고자 하는 계기는 단순하였습니다. 독립출판 도서 거래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블로그 마켓은 스마트스토어와 비슷하면서 다릅니다. 스마트스토어는 상품을 소싱하면 그에 대한 상세페이지, 이미지, 검색 키워드 등 여러 가지를 설정해야 합니다. 반면 블로그 마켓은 '나의 블로그' 글이 판매 채널이 되는 겁니다. 블로그가 스마트스토어 역할을 하는 겁니다. 블로그 마켓 승인을 받으면 미리 상품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의 포스팅에 한 가지 제품을 연결시킬 수 있습니다. 판매자는 블로그 포스팅으로 등록된 상품을 판매할 수 있고, 구매자는 네이버 쇼핑 결제 시스템과 동일한 방식으로 안전하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상품 등록하는 절차도 비교적 단순합니다. 많은 경험이 있는 건 아니지만 스마트스토어 상세 페이지는 블로그 포스팅으로 대체되기 때문에, 블로그 마켓 상품 등록 절차는 상세 페이지를 제외한 나머지 설정이라고 보시면 이해하기 쉬울 겁니다.



블로그 마켓 신청을 위한 준비물은 사업자등록증, 통신판매업 신고증이 있어야 합니다. 신청 시 구비해야 하는 사항에 대해 상세하게 안내됩니다. 안내에 따라 하나씩 해결하면 되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카카오 브런치에서 지금 이 글을 보실 수 있는 정도로 컴퓨터 또는 모바일을 다루는 분이라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개설할 수 있습니다.



블로그 마켓 개설, 상품 등록, 주문까지 성공하면 판매자에게 판매 알림이 옵니다. 주문서에 따라서 구매자가 물건을 잘 받을 수 있도록 단계별로 진행하면 됩니다. 지금도 첫 주문에 대한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첫 구매자가 물건 수령 인증까지 해주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야, 내가 해냈구나!



사실 오늘 말하고 싶은 것은 블로그 마켓 후기만 아닙니다. 그보다 블로그 마켓 판매까지 성공시키는 과정에서 경험하였던 (내 안에 남아있는) '그것'에 대해 말하고자 합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으니 묵은 때가 없어졌을 법도 한데 아직도 남아있는 게 보여서 깜짝 놀랐습니다. 더 커지기 전에 발견해서 다행이라고 봅니다.



모든 일은 처음 시작할 때 가장 어려운 것 같습니다. 잘 알지 못해서, 생각대로 되지 않을까 봐, 남들이 뭐라고 할 것 같아서. 여러 가지 이유로 그 시작의 문턱을 넘기는 게 말처럼 쉽지만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는 것 같습니다.



모든 일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기업에 다닐 때는 상당히 많은 혜택을 받고 있었습니다. 내가 해야 할 일만 잘해도 중간은 갈 수 있었습니다. 업무에 대한 구분이 대체로 확실한 편이었고, 많은 사람이 언급하는 일류 대기업은 아니어도 나름의 체계 역시 잘 잡혀 있었습니다.



그런 회사로 출근하는 월요일 아침이면 주 5일 근무는 떠올리지 않고, 주 2일 주말만 바라봤던 적도 많았습니다. 아, 출근하기 싫어. 다음 주말에는 뭐하지? 퇴근하고 오늘은 나를 위해서 플렉스 할까? 이번 연차는 샌드위치 연휴에 붙여서 어디 좀 다녀와야지. 오, 저거 신제품인가? 그러면 나도 한번 사용해봐야지.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회사일도 열심히 하였습니다. 하지만 어느새 '주 2일 주말'을 위해 일하는 습관이 자리잡기 시작하였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객관적 지표로 판단되는 성과가 아닌, 그놈의 감정의 롤러코스터에 따른 보상입니다. 블로그 마켓 개설 과정에서 아직도 내 안에 남아있는 그것을 경험하였습니다.



저 역시 처음 하는 블로그 마켓입니다. 오늘의 글 서두에서 말하는 것처럼 풀어낼 수 있었던 것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블로그 마켓에 대한 정보를 여기저기 찾아보고, 몸으로 부딪쳐 가면서 배웠습니다. 문제는 이겁니다. 직장인 시절처럼 아주 사소한 단계를 지날 때마다 그에 대한 보상을 찾고 있었습니다. 유튜브 시청, 넷플릭스 드라마 검색, 군것질거리 탐색, 인터넷 쇼핑 등이 바로 그런 예입니다.



퇴사한 지금도 묵은 때가 남아있었던 것입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 회사원 체질이 더욱 넓은 범위에 퍼져 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체질' 또는 '루틴'에 대해 다시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과연 물리적으로 퇴사하였다고 해서 나 역시 완전히 퇴사한 사람으로 거듭난 걸까?



자세히 보아야 보이는 것들. 내 인생에서의 기본 전제 (나는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다)로 파생된 습관들이 많았습니다. 의외로 간과하기 쉬운 것들이었습니다. 가령, 점심식사 시간 같은 것도 있었습니다. 전 직장 사무실에서는 대부분 동료들이 오전 11시 30분부터 점심을 먹기 시작하였습니다. 지금은 퇴사한 프리랜서에도 불구하고 마치 그 시간이면 무조건 밥을 먹어야 하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습니다.



하물며, 타이밍에 대한 일화도 있습니다. '언제 네가 하고 싶었던 그것에 도전할 거야?'라는 물음에 '다음 달 25일 월급날 다시 생각해봐야지.'라는 대답이 따랐던 일화. 완벽한 타이밍은 없거늘, 이제야 작아 보이는 그것을 하기 위해서 준비만 하면서 타이밍을 재는 습관. 언젠가 희망이 있을 거야. 자기 위로 명분으로 다음 단계를 미루는 체질. 실행 하나는 빠르다고 자부하는데 아직도 그런 체질이 좀 남아 있었습니다.



이 외에도 자잘한 것들도 많습니다. '저 사람은 이러니까 저래야 한다' '세상은 이렇게 돌아가니 지금은 옳지 않다' 등. 주먹을 꽉 쥐고서 엄지와 검지 사이 구멍으로 세상을 바라보려는 어리석음. 그냥 세상과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는데 말이죠. 요즘은 그래서, 프리랜서라서, 개인사업자라서. 그런 이유가 아니라 세상과 사람을 그대로 받아들이도록 노력합니다.



영화 < 반지의 제왕 : 두 개의 탑 > 간달프가 헬름 협곡을 따라 내려오면서 전쟁의 기세를 바꾸는 것처럼 말이죠. 직장인 체질의 특성이 보일 때마다 그때그때 없애려고 노력하니 이제야 온전히 살아가는 기분이 듭니다. 사루만의 흑마법에서 벗어나서 광명을 되찾는 그것처럼.



퇴사한 지금은 매일매일 새롭습니다. 오늘은 어제와 다르고, 내일은 오늘과 다를 거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합니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계획하였던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아서 좌절하고 있었습니다. 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손실은 어떻게 메꿀 것이며, 이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예전이라면 매달 25일 월급날 다시 생각해보자고 했겠죠. 하지만 그때는 달랐습니다. 힘든 건 매한가지였지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뼈 저리게 아프다. 근데 오늘이 15일이지? 이번 달은 30일 이니까, 기회가 아직도 15번이나 남아있네. 다시 해보자. 좋았어. 다시 해보는 거야.



그리고 언제까지 직장인처럼 하루를 보낼 건가요? 하루 8~9시간 일을 했으면 당연히 휴식해야 하는 삶. 지금의 저에게는 옳지 않습니다. 마라톤 준비 이유도 있지만 달리기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오늘 목표한 일이 끝날 때까지 업무를 봅니다. 일찍 끝나면 끝나는 대로 다른 것을 시작하고, 예상보다 늦어지면 저녁 커피와 함께 자발적 야근을 합니다.



물론 대기업에 다니던 시절 제가 다루었던 규모의 업무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점이 있다면 장점도 있습니다.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나'라는 사람이 중심이 된다는 것이죠. 관종일 수 있지만 내 인생에서 관종일 수 있는 자유로운 오늘은 돌아오지 않으니까. 저는 장점이라고 보렵니다.



어디서 그런 말을 들었습니다. 모르는 게 아는 것이다. 내가 아는 것도 사실 모르는 것이다. 내가 달라지면 그동안 내가 알고 있는 것들도 모르는 것이다. 현재 다시 생각해봐야 하니까. 그러면 그때 알았던 것들과 또 다르니까. 그래서 다시 하나씩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직장인'이 아니라 '프리랜서'로 시작하는 문장으로 명제를 만들 겁니다. 현재 나는 직장인이 아니니까.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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