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주지 않아도, 스스로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하기 위해

- 불타는 토요일과 반대편에 서서

by 스톤처럼

며칠 전 어느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한참 일하니 밤 9시를 훌쩍 넘긴 시각이었죠. 직장에 다닐 때는 꼬박꼬박 추가 근무한 시간까지 계산하려 드는 마음가짐이었다면, 요즘에는 시간이 닿는 대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 날도 그랬어요.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러 가는데, 어디선가 다투는 목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었지만 복도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는, 듣지 않으려고 해도 들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략적으로 파악한 바는 일을 맡기신 분과 일을 해내는 분 입장 차이에서 트러블이 생긴 것 같았습니다. 일을 맡기신 분은 이 정도로 견적을 해주는데는 없다며 신뢰, 책임감 등 기준으로 대화를 시도하셨고, 같이 대화를 나누시는 분은 추가 견적에 대해 꼼꼼이 말하고 있는 듯 하였습니다. 어디가 옳고 그름은 없는 대화였습니다. 어디까지나 입장 차이이고, 무엇보다 자세한 상황을 모르는 제3자 입장는 언제까지나 제3자 입장이니까.


그냥 흘러 지나가는 경험이구나. 하지만 그렇지 않았어요. 며칠이 지나도 그 분들이 다투던 주제가 계속 머릿속을 맴돌더라고요. 대표님이라고 불리던 분 입장에서는 한푼 두푼 꼬박 모아서, 어느 정도 각오가 필요한 금액을 지불했을 것이고. 외주 용역을 해주시는 입장에서는 시간이 금이니, 초기 계약과 다른 추가 작업에 대해서는 추가 수당을 요구하는 게 당연합니다. 두쪽 모두의 입장이 어느 정도 공감되는 처지라 결론 없이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도돌이표 생각을 계속 하였나 봅니다.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상호 합의 하에 깔끔하게 일을 진행하면 가장 좋겠지만, 현실에서는 이런 문제들이 참 많을 것입니다. 피하고 싶지만 살면서 한번쯤 마주하게 되는 문제라고 볼 수 있죠. 그래도 나라고 해서 예외는 아닐 수 있기에, 나 자신을 위해 기준이 필요하였습니다.


불타는 토요일을 뒤로 하고 지금도 일하고 있는 사람. 얇지 않은 고민을 거쳐 이렇게 결론을 내렸습니다. 나라면 적어도 나라면.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하고 싶다. 5만원을 받든 10만원을 받든 100만원을 받든. 나에게 일을 맡겨준 사람이 있다면. 나를 포함해서 그 사람에게도 그 금액이 아깝지 않도록 느끼게 해주고 싶다.


만약 내가 외주 용역을 의뢰하는 입장이라면 생양아치 같은 짓은 하고 싶지 않다. 당연히 용역에 대한 돈은 제때 줘야 하고, 아무리 그 상대가 친구 또는 가족이라도 비즈니스 관계이기에 상호 합의한 약속은 지키고 싶다. 전문가 중에서도 전문가인 분이랑 같이 일하게 된다면 그 분 입장에서는 내가 베스트는 아니더라도, 워스트는 되지 말아야지. 중간 이상은 하는 클라이언트가 되기 위해 노력하리라.


만약 외주 용역을 의뢰한 입장에서 내심 속으로는 후려친 가격에 과도한 업무를 맡긴다면 내 양심은 일찌감치 태평양 한가운데서 수장되리라. 만약 외주 용역을 받아서 일하는 처지라면 견적 대비 가치가 낮은 작업물들을 주구서 클라이언트에게 '이 정도가 (이 정도 견적에서는) 최선이에요' 과장하여 말한다면 노동의 대가로 받은 돈을 소비할 때 손이 벌벌 떨리지 않을까.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하지 않던가.


하여튼 어느 입장이든 나 자신에게는 언제나 떳떳한 사람이길 다짐하였습니다. 과식해서 속이 더부룩해 불쾌지수 엄청 오르는 것만큼, 일할 때 마음이 불편하면 이것 역시 싫어서라 너무 싫어요. 이 외에도 정말 많은 일들이 있습니다. 퀄리티 높은 작업물을 의뢰하는 사장님이, 예상보다 훨씬 높은 금액대 견적에 담배를 하나 물도록 만드는 상황을 본 적도 있습니다. 저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가끔 이렇게 밖으로 나와서 일하다 보면 다른 분들의 고뇌가 공기 중에 떠다니고, 그 틈에 저의 고뇌도 한 스푼 엊고 나면 이내 쌉싸름해지는 재미가 있습니다. 통성명도 하지 않았지만 같은 공간에 잠시 머물다 스쳐가는 인연이지만. 그 분도, 저도, 이 글을 보시는 분도 파이팅입니다. 이제 집에 가서 쉴래요. 굿밤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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