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한 발 살갗은 애처롭게 나이만 들어있습니다. 엉덩이는 30kg 무게추가 달린 것처럼 무겁습니다.
최소 수 만명이 오가는 것 같은 광란의 열기 속 강남역.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하차합니다.
오른발을 앞으로 내딛기 무섭게 뒤에서 밀려나오는 사람들에 의해 자의 반, 타의 반 역사 플랫폼 위로 무거운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불과 10년 전, 20대 대학생 저학년 어느 날. 사람들이 말하는 강남, 강남, 강남을 찾아서 대학교 친구들과 밥을 먹으러 찾았습니다.
서울이지만 변두리 지역에서 본 적은 없는 고층 빌딩에 고개가 아프게 올려다 보았습니다. 입은 반쯤 벌린 채 강남이 내뿜는 '빌딩 빛'에 눈부시다는 표현을 했었습니다.
10년이 흘렀습니다. 슬림한 몸매는 어디가고, 육중한 뱃살을 이끌고 어딘가 느린 아저씨의 템포로 강남역 2번출구 방면으로 올라갑니다.
세월은 흘렀습니다. 시대는 변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강남역에서 공황장애를 일으킬 정도로 사람이 많은 것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점포 사이로 2~3평 남짓한 역사 카페, 10개가 넘는 지하철 출구와 신분당선 환승통로로 사라지고 나타나는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나아갑니다.
서른이 훌쩍 넘어 '노동'이라고 불리는 일을 시작하게 된 빌딩 로비에 들어섭니다.
빌딩 앞 횡단보도에서는 쓰레기를 줍는 미화원 분들이 계십니다.
어느 젊은 부부가 자녀 손을 붙잡고 미화원 분에게서 멀어지도록 당깁니다.
그 손짓에는 '절대 저리 되어서는 안 된다'라는 무서운 경고, '걱정마라, 이 부모가 네 인생은 어떻게든 책임지겠다'라는 냉정한 결의가 있습니다.
어쩌면 수 개월이 지나면 저 또한, 다른 사람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할 일을 하는 미화원 아저씨와 같은 처지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왜냐면 서른 너머 첫 노동기는 '청소'이기 때문입니다. 정확히는 수 십 명이 오가는 사무실 쓰레기통을 비워주고 깨끗하게 닦아주고, 더러워진 손으로 엘리베이터를 같이 탈 일이 생기면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해야 하는 청소일 입니다.
쓰레기통 케어는 여러 업무 중 하나였습니다. 세상의 모든 쓰레기 모인 것처럼 쓰레기 더미에서 분리수거는 물론이고, 가끔은 무거운 가구류를 들고 여러 층을 오가며 땀을 흘려야 했습니다.
그래도 좋았던 것은 '청소' 일을 하는 사람들이 대기할 수 있는 휴게실(?) 같은 곳이 있다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똑똑. 똑.똑.똑.
들어오세요.
계란을 쥔 듯한 주먹으로 문을 두드리고 들어갑니다.
신발 머리가 휴게실 경계선을 넘는 순간, 낡은 신발부터 정수리까지 훑는 시선이 느껴집니다.
"... 반가워요. 이 쪽 일은 해보신 적 있으세요?"
군대 있을 때 한 가지 경험한 것이 있다면 '잘 하는 척'은 시간이 흐르면 언젠가 들통난다는 것입니다.
어쨌든 파견회사 본사 차원에서 면접 보고 합격은 하였으니, 나의 대답을 기다리는 A는 '합격' '불합격'을 정하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잡념은 그만하고, 솔직하게 말하기로 합니다. 하루 이틀 다닐 게 아니니 솔직해야 합니다.
"아니요, 처음 입니다."
턱 끝으로 자신의 옆자리에 있는 의자를 가리킵니다.
1시간 넘게 걸려 현장까지 오며 든 오만가지 생각, 중간에 잠수타고 도망갈까 하는 회피의식,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는 스스로에 대한 추궁.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남역 인파에 떠밀려 자의 반 타의 반 고층 빌딩에 있는 휴게실까지 왔습니다.
'청소'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에너지를 다 사용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턱'으로 가리킨 무언의 제스쳐가 감사하게 느껴질 뿐입니다. 왜냐면 긴장 풀고 앉을 수 있으니까요.
드디어 앉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