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통 음식, 먹어도 되지 않을까

by 스톤처럼

컵라면 하나로 새벽부터 저녁 귀가할 때까지 버티던 나날이 있었습니다.


예전이면 시간 귀한 줄 모르고 없는 돈을 가지고 시간에 사치 부리는 걸 '낭만'이라 불렀습니다.

하지만 현실을 살다보니 시간이 새삼 이렇게 귀한 줄 몰랐습니다.


새벽 버스 첫 차 출발하는 시각, 대충 씻고 집에서 나와 버스정류장에서 첫 차를 탑니다.

일을 하는 곳에 가서 잠도 깨지 않은 채 일을 하고, 이 일이 끝나면 출근시간에 맞춰 이동시간 포함 30분 이내로 하루중 거의 유일하게 먹는 끼니를 떼웁니다. 그러다보니 급히 먹을 수 있는 끼니로 (편의점 도시락 가격조차 부담이 되던 날도 있었으니까) 컵라면 만한 게 없습니다.


그리고 온갖 노동과 데스크 업무를 하며 퇴근시간인 저녁이 됩니다. 아니면 연장근무가 있으면 밤 9시 또는 밤 10시에 귀갓길 버스에 몸을 실은 적도 많습니다.


주 7일, 주말에는 나이가 한참 어린 친구들과 함께 일 9시간 이상의 근무를 해내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주말 일하던 곳에서는 식비는 제공되지 않아, 한 푼이라도 아끼고자 일하던 곳 근처 있는 편의점에서 대충 떼우는 날이 많았습니다.


(강남역 에피소드에서 오늘의 글까지 시간 텀이 있습니다, 그 사이에 있는 수많은 에피소드를 풀어내는 날이 언젠가 올거라 믿습니다)


매일 집에 와서는 짧게는 2시간, 길게는 3시간 정도로 부업에 매달려 일을 했습니다.


어느 월요일이었습니다.


새벽일을 마치고 오전 출근 이후 업무를 이어가고 있는 데, 제가 근무하던 곳에 있는 손님께서 쓰레기통에 절반 정도 남기신 감자튀김이 보였습니다.


이 날은 컵라면이 아니라 삼각김밥 먹고 출근해 하루를 버텨야 하는 데 말이죠.


어찌해야 할까 싶다가 본능적으로 내 손에는 그 감자튀김이 들려 있었습니다.


눅눅한 감자튀김이지만 배고픈 처지에 가릴 일이 아니었습니다. 기다린 감자튀김은 사이즈로 봐서 'L' 사이즈가 분명합니다.


누군가 버린 음식을 먹는다, 먹고살 걱정이 없는 분들이 본다면 눈 뜨고 보기 싫겠지만, 실제로 해보니 그 광경은 의외로 담담하였습니다. '먹는다', '먹는 중이다', '먹었다' 그게 끝이었죠.


먹을까 말까 조차 사치스러운 생각이었습니다. 적어도 그 순간에는 말이죠.

나는 애써 모른 척 하고 싶었지만 나는 알고 있었던 거죠, 나는 배가 고프다는 걸 말이죠.


적어도 이렇게 아낀 식비가, 음식 제한을 많이 받는 환자 가족이랑 따뜻한 밥 한 공기 먹을 수 있는 식비로 사용할 수 있겠죠.


부끄럽지 않았고, 오로지 병원에 함께 내방해서 진단을 받은 후 병원 앞에서 맛난 음식점에서 단촐하지만 따뜻한 한 끼를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희망까지 있었습니다.


3초 국룰, 아시나요? 바닥에 떨어진 후 3초만에 먹으면 괜찮다라는 출처를 알 수 없는 법칙(?) 말입니다.


절박하면, 간절하면, 배가 고프면, 체면과 자존심은 그저 넘겨버릴 수 있는 아주 사소한 것입니다.

가족의 간병기를 겪으며 저는 몸소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도 이렇게라도 할 수 있다고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누군가 버린 감자튀김을 다시 짚어 살기위해 먹은 그 날은 잊지 못할 것입니다.


최근 동료랑 함께 간 백반집에서 동료가 놀라더라고요.


"스톤씨 (필자 닉네임), 며칠간 굶었어요? 나 이렇게 많이 먹는 사람 처음 봐.."


웃으며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먹었습니다.


지금은 맛난 반찬이 나오는 식당에 가면 밥 리필이 무료로 되면 두~세 그릇은 먹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 봤을 때 초라한 무말랭이조차, 또 다른 누군가에는 가장 근사한 반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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