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응급실, 나를 찾는 다급한 전화

by 스톤처럼

스톤 (필자 닉네임), 네 아버지 지금 응급실에 있다.


퇴근 후 버스 정류장에서 이마트 가는 버스를 기다리다 받은 전화, 사실 나의 본능은 알고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좋은 사람과 좋은 일로 좋은 일과를 보내고 좋게 퇴근하는 가운데, 좋음이 계속되니 하늘을 찌를듯한 기분에 스스로 불안하였습니다.


왜 이렇게 좋은 일이 생기지? 너무 좋은 일만 생기니 불안하네..


어머니 다급한 전화에 이마트 가던 차림 그대로, 당신께서 알려주신 병원 주소로 향합니다.


바로 갈게요.


버스 차창 너머 즐거운 사람들이 넘실되는 도심의 불빛 사이로 불안한 마음을 잠재우고자 했지만 쉽지 않습니다. 차라리 경험이 있으니 담담하였다면 조금은 차분해질 수 있지 않을까, 소용 없습니다.


잊고 지낸 기억이 떠오릅니다.


초등학교 6학년 재학, 친구랑 집에서 놀자고 집으로 향하던 길 어머니랑 마주하였습니다.

평소 우리 집을 자주 오던 친구의 안부 대신 건넨 한 마디가 유독 오버랩이 되어 기억이 되살아납니다.


할머니 돌아가셨다, 일단 집에 가서 문 잠그고 잠시 있어. 곧 데리러 올게.


아무도 없는 집안 구석에 불도 켜지 않은 채 혼자 쪼그려 앉아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불길한 마음은 점점 거세지고 병원 응급실에 다다르는 동안 '여전히' 어린아이처럼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또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듭니다.


보호자 1인만 면회 가능한 응급실, 코로나19 시기로 바뀐 병원의 규칙이라니.. 애만 시커먼 채로 타들어갑니다.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였을 경우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런 생각부터 드는 내 자신이 참으로 밉습니다.


응급실 도착 후 30분이 지나서야 만나게 된 어머니, 다행히 최악의 상황은 아니라 하신다. 하지만 며칠간 아니면 몇 주, 그도 아니면 꽤 오랜시간 병원 신세를 져야 한다고 한다.


오는 길 자문하던 물음에 현실적인 답도 없으면서, 허공을 가르는 힘없는 한숨과 함께 시커멓게 탄 자국이 남은 가슴을 스다듬어 봅니다.


1시간이 지나고야 다시 만난 아버지. 허리조차 펴지 못해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 하는 당신.

평소 예민한 성격에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는 몸에 고난의 밤을 보내는 당신.

대신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 간병인은 그저 당신이 60년 넘는 인생 가장 혹독한 밤을 이겨내도록 근척에서 지켜보는 것이 가장 최선이자, 가장 원망스러웠던 그 날 밤.


새벽 5시가 되어 '억지' 잠이라도 들어버린 당신에게 '사랑한다' '미안하다' 말조차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미워집니다.


10일 넘게 음식이란 음식은 입에도 못 대다 조금씩 차도가 보여 집으로 모신 날, 당신이 나에게 어린시절 음식 먹는 법을 차근차근 알려주던 날처럼 이번에는 내가 당신에게 애타게 알려줍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당신은 여전히 일을 하고자 일을 하겠다고 하고, 입원하는동안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해 돈을 벌지 못 했음에 아쉬움을 표현합니다. 그렇게 그 아쉬움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고자 노력하였으나, 마흔을 앞둔 자식으로서 그 역시 쉽지 않습니다.


일상으로 돌아왔다고 느낀 어느 날.

당신의 자녀 또래 정도로 보이는 어느 고객이 좋은 자동차, 좋은 음식, 좋은 숙소, 좋은 선물과 함께 부모 모시고 좋은 시간을 보내고 배웅하는 길에, 스스로 많이 작아졌습니다. (당신도 원하는 인생이 참 많았을텐데 말이죠..)


그 감정도 잠시, 퇴근 후 회사일 힘들다 푸념을 늘어놓다 적막한 집구석으로 들어와 '응급실 향하던 그 날'이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나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 왜소한 체격에 온갖 힘든 일과 사람을 견디며 '먹고 살아야지' 일념 하나로 헌 구두 신고 직장으로 향하던 당신, 같이 살던 시절 단 한 번도 제대로 신발장에서 '잘 다녀오세요'라는 말을 못 건냈었죠.


어찌 그 왜소한 체격에서 태산 같은 등을 이제야 보게 되었는지.. 나는 아직 한참 멀었나 봅니다.



며칠 전 예전부터 입던 바지가 헐렁하다 하신다, 그렇지만 바지 치수 줄이는 건 한사코 싫다고 하신다...


건강하세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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