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간병 등 각종 이유로 온갖 지출이 생기고 1만원 한 장으로 일주일을 버텨야 하던 날, 어떻게 이 돈으로 일주일을 버틸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구내식당 없는 소기업, 식대는 어쩔 것이며 중간에 무슨 일이 생기면 지출이 커질 것이 너무나 두려워 마음이 전전긍긍하던 그 주는 일명 '지옥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지옥주,
어떻게 하면 만 원 한 장으로 일주일을 버틸 수 있을까. 집 냉장고 파먹기는 기본, 소비로 이끄는 모든 것을 차단하고, 친목은 물론 직장인 점심시간 식대로 나가는 식비 또한 쪼개고 쪼개서 굶는 것과 같이 아주 극소량만 먹고,
지옥주.
시계 좋아하세요? 치킨 좋아하세요? 당구 같이 해요. 탁구 같이 해요. 뭐뭐 같이 해요. 친목을 위한 관계를 만들어주고자 하는 상대의 호의조차 무시해야 하는 그 순간.
언제나 그렇듯이 예기치 않은 일은 생기고.
언제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병원을 가야할만큼 부상이 깊은데 병원에 가는 것보다 병원에서 나갈 지출이 걱정되어 스스로 원망을 많이 하던 날. 일주일만 있다가 가자고, 운이 좋으면 자연스럽게 나을 거라고 미련한 믿음을 밀어붙인 날.
그 놈의 지옥주.
요즘같은 고물가시대, 이런저런 말도 안 되는 고난의 지옥주 마지막날이 되었을 때. 퇴근길 지하철역에서 집까지 걸어오는 길에 눈에 밟히도록 많은 가게들이 눈에 보이고, 그 안에서 웃고 떠들고 가을 밤바락 미치는 술 한잔을 기울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먹고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지만.
10번이고 남은 돈으로 과자라도 하나 사서 들어갈까 고민하던 발걸음을 돌려 겨우 집에 들어왔을 때. 부엌 찬장에서 라면 1개가 남아있었고, 언젠가 소분한 밥 데워 라면과 함께 먹고보니
지옥주의 마지막날 밤이 지나가고 있는 늦은 밤, 과거 언젠가 누군가에게 소주 한 병 선물을 받아놓은 게 냉장고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었으니, 조용히 꺼내 머그컵 가득 소주를 부어 안주없이 입 안으로 들이키니 '알코올 쓰레기' 스톤처럼 (필자 닉네임). 태어나서 처음으로 알코올이 참 달다라고 느꼈습니다.
참 달아요, 달아.
근데 어째서 달달할까?
당시 나는 내 호주머니에 만원 한 장 밖에 없었지만 일을 하는동안은 잠시나마 이런 사실을 잊을 수 있어서 참 달았다.
퇴근 후 매일 냉장고 파먹기 도전하며 '오늘은 어떻게 끼니를 떼워야 할지' 적어도 10분 이상 고민하였지만 사람이 의외로 그런 환경에 적응한다는 것에 놀랍기도, 씁쓸하기도 해서 참 달았다.
간식으로 삼각김밥 사다준 동료에게 더치페이 내세워 1700원 보냈다가 '뭣하러 천원단위의 돈을 보내냐, 그 정도는 필요없다'라는 말에 속으로는 나에게는 10%가 넘는 돈이라는 게 가슴 아프게 했지만 지나고보니 그 순간조차 참 달았다.
평소 장보기 또한 많이 하지 않는 편이라 냉장고 파먹기로 연명하던 지옥주의 어느 날, 부엌 찬장 구석자리에 그동안 잊고 지냈던 돌김 10장짜리가 있어 별다른 반찬없이 간단히 끼니를 떼웠던 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현타가 씨게- 왔지만 자고일어나니 그 또한 참 달았다.
교통비 또한 아까워 30분 이상 거리를 버스 타는 대신 걷기로 했을 때, 걷던 중 원래는 내가 타야하는 버스가 나를 지나쳐 저멀리 나아갈 때 그 버스 뒷꽁무니를 보고있으니 유독 발이 아파오는 것 같았지만 그럼에도 걷고나니 운동했다 셈치고 참 달았다.
카카오톡으로 업무를 보다가 우연히 뜬 전 여자친구 카톡 프로필에 성대한 결혼 소식이 적혀있을 때 비록 나는 아무런 감정 따위는 없었다고 하고 싶지만 내심 그 날의 퇴근길은 '비교' 울타리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었다, 돈은 없어도 감정은 살아있어 이제보니 열등감 느낀 그 짧은 찰나의 순간조차 참 달았다.
다치면 안 되고 아프면 안 되고 여튼 돈이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기 위해 '위험'의 '위'자조차 피해가도록 모든 신경이 '위험 불감증'에 전염이라도 된듯이 곤두서있던 날들 또한 참 달았다.
동네 축제라고 많은 사람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 그 시간을 못 보내는 대신 나를 위한 선물 셈치고 내가 좋아하는 종이신문 한 부를 구매하려고 가판대로 향하던 그 순간도 참 달았다.
이렇게 정리하고보니 술은 그냥 '술'이었네요. 술은 그대로 변한 것이 없었어요.
지옥주(酒) 도수가 더 높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