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칼라 화이트칼라 무슨 상관이랴

by 스톤처럼
블루칼라 : 주로 육체노동이나 기술노동을 하는 근로자 계층
화이트칼라 : 사무직, 관리직, 전문직처럼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종


왜 그런 일을 하세요?


블루칼라에게 주로 쏟아지는 의문은, 사회적인 편견에서 기인된 건 아닌지 되레 묻고 싶은 마음이 불쑥 들 때가 있습니다. 블루칼라이든 화이트칼라이든, 나 하나 먹고살고 더 나아가 풍족하진 않아도 내 가족 돌볼 수 있는 일이라면 그게 무엇이 중요한가 싶습니다.


부모 간병인으로서의 삶이 시작된 이후 나와 가족이 먹고살 수 있는지가 유일의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블루칼라 업종에 도전하며 몸과 마음에 '애기' 굳은 살이 배기며 느낀 점은, 저 역시 그랬고, 사람은 배가 고프면 일을 하게 된다는 겁니다.


SNS가 아닌 현실로 나가보니 칼라 색깔은 너무 이분법적인 구분일 뿐, 블루칼라이며 대표이신 분도 계시고 화이트칼라이며 현실은 우리가 생각하는 '화이트칼라'랑은 거리가 너무 먼 '삶' 또한 있었습니다. 남들이 말하는 칼라 색깔보다, 지금의 이 생계수단에 개인적인 의미가 붙으면 그게 곧 철학처럼 들렸고, 허황된 이야기보다 훨씬 담백하고 삶의 진면을 보는 것 같습니다.


사회초년생과는 거리가 먼 나이가 되어서 그런지 몰라도 자신만의 돈 버는 이유가 있는 사람을 만나면 그게 또 연대의식도 생기고 동료애도 생기더라. 월 200충 300충 그게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지만 인생은 흑백논리로 나누기에는 너무나 다양한 색깔을 가지고 있더라.


물론 평균적으로 대부분 사람이 선호하는 직종이 있을테고 남들이 우러러보는 직업도 있겠지만, 나랑 내 가족 건강하게 굶지 않고 따뜻한 물로 씻을 수 있으며 밤이면 등을 바닥에 두고 누워 잠자리에 들 수 있다면 그걸로도 은근히 괜찮은 삶이더라.


서울역 근처 새벽 청소일을 할 때는 남대문시장 15년차 노포 토스트가게 사장님 손맛이 담긴 토스트랑 커피 한 잔이면 허리 꼿꼿히 세우고 갑에 익숙한 분들의 화려한 삶도 부럽지 않았고, 12살 이상 어린 대학생 친구들의 교재 제본을 도와주고 허리 굽혀가며 하루 11시간 이상 일을 할 때는 '나는 가보지 못 했지만 머리 좋은' 친구들이 가는 그 앞날을 응원해주곤 했었지. (10년 뒤 우리나라를 책임지는 유명인이 된다면 티비 속에서 그 모습 보고 신촌의 어느 컴컴한 지하 제본소에서의 추억을 떠올리며 웃으리)


생전 처음 보는 손님이 비행기 놓칠세라 20kg 넘는 캐리어를 양손에 들고 달려 공항버스 정류장에서 손을 흔들어보이지만, 이번 생에서는 그게 그 손님과 마지막 인사가 될지 몰라도, 해질녘 노을 속으로 공항으로 가는 그 버스 번호판이 보이지 않는 순간까지 사랑하고 있었어. 다신 우리는 보지 못 하겠지만 어쨌든 확실하다, 이 하늘 아래 어딘가에서 함께 숨쉬고 살아간다는 걸.


남들 놀고 쉴때 일을 하는 주 7일 4잡을 했던 기간도 있었지만 가끔 생기는 휴일 하루에 몰아자는 단잠은 꿀처럼 달콤하고, 부스스한 머리로 일어나 밀린 집안일을 하고 내 손으로 이곳저곳 청소하며 신라면 하나 끓여먹은 아점은 곽튜브의 세계 여행을 질투하지 않게 만들어주고.


지금도 새로운 일이 눈에 들어오거나 들리는 게 있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나랑 내 가족이 먹고살 수 있을 정도로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지. 그 일을 하는 사람에게 철판 깔고 물어보고 기회를 엿보고. 남들은 그런 일을 어떻게 하냐고 핀잔을 주지만 나는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 그게 다른 사람들이 업신여기는 일이든 아니든 상관하지 않고.


블루칼라 화이트칼라 그게 무슨 상관이랴. 풍족하지 않지만 평균보다 못 벌지도 모르지만 없는 살림에 나름 절약도 해보고 미니멀리스트의 삶도 해보고, 가끔은 부모 모시고 고깃집 가기도 하고 치킨도 한번씩 먹고. 살아가는 게 살아보니 이렇게 사는 사람들도 많더라. 의외로 나도 그런 부류라. 그래, 이게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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