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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매드헐 Apr 05. 2021

당신이 혼자 여행을 떠나야 하는 이유

아비뇽에서의 1박 2일

Written by Soo 


내가 처음 혼자 떠난 여행은 남프랑스의 작은 마을 아비뇽이었다. 리옹에서 교환학기를 보내던 중 부활절 방학을 맞아 떠난 1박 2일의 짧은 여행이었다. 


아비뇽은 사실 관광지로 유명한 곳은 아니다. (적어도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그러나 고등학생 때 세계사를 공부했던 나는 "아비뇽 유수"를 기억하고 있었다. 바티칸에 있던 교황청이 아비뇽으로 유배를 당하다시피 했던 사건. 성직자에 대한 과세를 두고 시작된 프랑스와 교황청의 의견 대립의 결과였는데 이 이후 교황의 권위가 크게 추락하게 됐다. 뭐, 그 이상의 디테일은 기억하지 못했지만 그런 큰 역사적 사건의 배경이었던 곳에 한 번쯤 가 보고 싶었다. 


여행을 혼자 떠나게 된 건 바쁜 타지 생활 중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교황청을 보러 가자는 내 제안에 응하는 친구들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나조차 여행이 조금은 지루할 거라고 생각하긴 했으니 말이다. 


소박했던 아비뇽의 교황청


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도착한 아비뇽은 작고 아름다운 도시였다. 도시라기보다는 마을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렸다. 어디든 걸어서 이동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역시나 아비뇽 교황청. 지금은 박물관처럼 사용되는 교황청 건물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내외부 모두 소박했다. 오디오 가이드를 빌렸지만 사실 설명의 절반 이상이 종교 용어여서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큰 의미가 있는 공간에 내가 서있다는 것이 마냥 좋았다. 이 장소를 공유했을 수많은 사람들의 에너지가 느껴지는 듯했다.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밖을 내다보며 "오~" 하고 감탄하면서도 내가 이 창 앞에 선 몇 번째 사람일까 하는 생각에 어쩐지 신이 났다. 지루할 거라고 생각했던 건 큰 오산이었다.


멀리 교황청이 보이는 아비뇽 다리 위, 그리고 론 강 건너편의 잔디밭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론 강 위의 아비뇽 다리.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씨에 끊임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한참 사진을 찍으며 다리 위에서 구경을 하다 강 너머로 사람들을 옮겨 주는 배를 발견했다. 강 너머는 피크닉을 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큰 고민 없이 점저용 샌드위치를 하나 사서 배를 타고 강을 건넜다. 


마른 잔디밭에 자리를 잡고 음악을 크게 틀어둔 채로 샌드위치를 먹었다. 완전히 혼자였지만 전혀 외롭다고 느끼지 않았다.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내 앞쪽 벤치에는 노부부 두 쌍이 앉아 있었다. 영화 속의 장면같이 아름다워 금방이라도 눈 앞에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것만 같았다. 같은 자리에 앉아 몇 시간이고 챙겨 온 전자책을 읽었다. 


그 이후 호스텔에 들어가 짐을 풀고 저녁에는 교황청의 야경을 보러 나왔다. 작은 쇼핑 거리에 들러 남프랑스의 특산물이라는 라벤더 레몬 비누도 샀다. 큰 사건 없이 잔잔한 하루였지만 매 순간이 여전히 기억에 생생할 정도로 특별했던 이유는 혼자 떠난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아비뇽에서의 1박 2일은 내가 좋아하는 순간들로만 가득 차 있었다. 배려해야 할 동행이 없으니 매 순간 내가 원하는 선택을 할 수 있었다. 지루할 것 같더라도 꼭 가보고 싶던 교황청을 구경하고, 즉흥적으로 피크닉을 즐기고, 밤 산책을 즐기다 소소한 기념품을 사고. 모든 건 내가 혼자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나는 짧은 아비뇽 여행 이후 혼행의 매력에 빠졌다. 같은 해 여름에는 2주간 이탈리아 일주 혼행을 떠났고 이어서 혼자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도 했다. 가을에는 런던과 제네바도 혼자 다녀왔다. 그리고 그 여행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사실 타인에 둘러싸인 일상을 살며 매 순간 100% 내가 원하는 선택을 하기가 쉽지는 않다. 이것이 내가 점심 메뉴조차 온전히 내 마음대로 고를 수 없는 매일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혼행을 추천하는 이유다. 혼행 중에는 모든 선택의 순간에서 달리 고려할 것도, 눈치를 볼 상대도 없기 때문에 오직 나의 취향에 집중할 수 있다. 그렇게 내 취향에 맞는 선택들을 하다 보니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지, 또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싫은 것은 무엇인지 하는 것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등을 떠밀고 싶다. 한 번쯤은 눈 질끈 감고 혼행을 떠나 보라고. 혼행이 늘 재미있지만은 않다. 어떤 문제든 혼자 해결해야 하고, 매 순간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 두려움과 좌절에 빠지는 날들도 있다. 하지만 혼행을 통해 나 자신과 한 걸음 더 가까워진다면 삶이 재미있어진다. 그게 삶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특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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