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매드헐 Apr 05. 2021

당신이 혼자 여행을 떠나야 하는 이유

아비뇽에서의 1박 2일

Written by Soo 


내가 처음 혼자 떠난 여행은 남프랑스의 작은 마을 아비뇽이었다. 리옹에서 교환학기를 보내던 중 부활절 방학을 맞아 떠난 1박 2일의 짧은 여행이었다. 


아비뇽은 사실 관광지로 유명한 곳은 아니다. (적어도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그러나 고등학생 때 세계사를 공부했던 나는 "아비뇽 유수"를 기억하고 있었다. 바티칸에 있던 교황청이 아비뇽으로 유배를 당하다시피 했던 사건. 성직자에 대한 과세를 두고 시작된 프랑스와 교황청의 의견 대립의 결과였는데 이 이후 교황의 권위가 크게 추락하게 됐다. 뭐, 그 이상의 디테일은 기억하지 못했지만 그런 큰 역사적 사건의 배경이었던 곳에 한 번쯤 가 보고 싶었다. 


여행을 혼자 떠나게 된 건 바쁜 타지 생활 중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교황청을 보러 가자는 내 제안에 응하는 친구들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나조차 여행이 조금은 지루할 거라고 생각하긴 했으니 말이다. 


소박했던 아비뇽의 교황청


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도착한 아비뇽은 작고 아름다운 도시였다. 도시라기보다는 마을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렸다. 어디든 걸어서 이동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역시나 아비뇽 교황청. 지금은 박물관처럼 사용되는 교황청 건물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내외부 모두 소박했다. 오디오 가이드를 빌렸지만 사실 설명의 절반 이상이 종교 용어여서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큰 의미가 있는 공간에 내가 서있다는 것이 마냥 좋았다. 이 장소를 공유했을 수많은 사람들의 에너지가 느껴지는 듯했다.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밖을 내다보며 "오~" 하고 감탄하면서도 내가 이 창 앞에 선 몇 번째 사람일까 하는 생각에 어쩐지 신이 났다. 지루할 거라고 생각했던 건 큰 오산이었다.


멀리 교황청이 보이는 아비뇽 다리 위, 그리고 론 강 건너편의 잔디밭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론 강 위의 아비뇽 다리.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씨에 끊임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한참 사진을 찍으며 다리 위에서 구경을 하다 강 너머로 사람들을 옮겨 주는 배를 발견했다. 강 너머는 피크닉을 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큰 고민 없이 점저용 샌드위치를 하나 사서 배를 타고 강을 건넜다. 


마른 잔디밭에 자리를 잡고 음악을 크게 틀어둔 채로 샌드위치를 먹었다. 완전히 혼자였지만 전혀 외롭다고 느끼지 않았다.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내 앞쪽 벤치에는 노부부 두 쌍이 앉아 있었다. 영화 속의 장면같이 아름다워 금방이라도 눈 앞에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것만 같았다. 같은 자리에 앉아 몇 시간이고 챙겨 온 전자책을 읽었다. 


그 이후 호스텔에 들어가 짐을 풀고 저녁에는 교황청의 야경을 보러 나왔다. 작은 쇼핑 거리에 들러 남프랑스의 특산물이라는 라벤더 레몬 비누도 샀다. 큰 사건 없이 잔잔한 하루였지만 매 순간이 여전히 기억에 생생할 정도로 특별했던 이유는 혼자 떠난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아비뇽에서의 1박 2일은 내가 좋아하는 순간들로만 가득 차 있었다. 배려해야 할 동행이 없으니 매 순간 내가 원하는 선택을 할 수 있었다. 지루할 것 같더라도 꼭 가보고 싶던 교황청을 구경하고, 즉흥적으로 피크닉을 즐기고, 밤 산책을 즐기다 소소한 기념품을 사고. 모든 건 내가 혼자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나는 짧은 아비뇽 여행 이후 혼행의 매력에 빠졌다. 같은 해 여름에는 2주간 이탈리아 일주 혼행을 떠났고 이어서 혼자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도 했다. 가을에는 런던과 제네바도 혼자 다녀왔다. 그리고 그 여행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사실 타인에 둘러싸인 일상을 살며 매 순간 100% 내가 원하는 선택을 하기가 쉽지는 않다. 이것이 내가 점심 메뉴조차 온전히 내 마음대로 고를 수 없는 매일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혼행을 추천하는 이유다. 혼행 중에는 모든 선택의 순간에서 달리 고려할 것도, 눈치를 볼 상대도 없기 때문에 오직 나의 취향에 집중할 수 있다. 그렇게 내 취향에 맞는 선택들을 하다 보니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지, 또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싫은 것은 무엇인지 하는 것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등을 떠밀고 싶다. 한 번쯤은 눈 질끈 감고 혼행을 떠나 보라고. 혼행이 늘 재미있지만은 않다. 어떤 문제든 혼자 해결해야 하고, 매 순간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 두려움과 좌절에 빠지는 날들도 있다. 하지만 혼행을 통해 나 자신과 한 걸음 더 가까워진다면 삶이 재미있어진다. 그게 삶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특권이 아닐까.




30억 여성들의 혼행을 응원하는 글로벌 여성 여행자 앱 노매드헐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노매드헐 홈페이지

노매드헐 팀 이야기 
노매드헐 인스타그램 

노매드헐앱 다운받기 (IOS / Android)

작가의 이전글 인턴 우마이마의 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