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에서 온 사람들, 우리
노마씨가 새로운 메거진을 시작합니다. 우리 모두 하루하루가 만족스럽지는 않지요? 그래서 이런 하루를 사후 수리(AS) 해 볼 필요가 있겠다 싶었지요. 지나간 일이지만서도 한번 곱씹고 이리저리 달리 생각해 보는 중에 반짝하는 해결방법이 생각나거나, 위로라도 된다면 좋지 않을까요?
혹시 별 좋아하시나요? 저는 정말, 무척 별을 좋아합니다. 어린 시절 누구나 맑은 하늘에 영롱하게 빛나는 별과 별자리들을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기억들이 있을 겁니다. 저도 예외는 아니었지요. 엄마에게 천체 망원경을 사달라고 졸랐다가 엄청 꾸중 들었던 일도 생각나는군요. 결국 아빠가 사줬습니다. 큰 건 아니고 작은 걸로다가.
어린 시절, 전 별에서 제가 태어났다고 믿었지요. 생텍쥐베리 소설의 어린 왕자가 되어 그 별로 되돌아가는 상상도 했습니다. 어린왕자의 별이 아마 소행성 B612지요? 그런데 전 지금도 그런 상상을 합니다. 그리고 제가 '별 출신'임을 철석같이 믿습니다. 문제가 심각하지요?
뭐 괜찮습니다. 저에게는 비슷한 별 출신인 이 분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어릴 때, 수많은 별들 중에서 어느 별이 제 별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그 별에서 오는 중 특별한 광선에 노출되면서 모든 기억을 잃었기 때문이지요.
아마 전 이런저런 별 출신임을 증명하는 이야기들을 만들어내면서 그것을 믿어버린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믿었고, 그것을 증명하는 이야기를 제가 지어냈다는 것을 알면서도, 오늘도 별 출신임을 확신하게 됩니다.
바로 오늘 본 다음과 같은 말이 그런 확신을 뒷받침 하지요.
인간의 몸과 우주의 몸을 이루는 원소들은 거의 동일하다.
어떻습니까? 사실 저뿐 아니라 이 글을 읽으시는 분도 '별 출신'들입니다. 우리네 부모님도 마찬가지고, 할아버지, 할머니... 조상님의 조상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주의 별들은 우리 인간, 더 나아가 지구의 생명체가 생겨나기 전에 존재했습니다. 별들이 생성하고, 소멸하면서 내뱉은 먼지와 같은 이 원소들이 바로 지금의 '나'로 유전되어 나의 몸과 영혼을 만들어낸 것이지요. 그리고, 지금도 별들은 우리와 교신 중입니다. 왜냐고요? 저 별들이 생성 소멸하는 우주의 활동이 내 세포 하나하나의 활동과 평행하게 흘러가면서 '상응'하기 때문이지요.
그렇다 해도 삶 안에서 이런저런 나쁜 상황들이 도래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습니다.
윤동주의 시가 생각나는군요. 이 시를 외우려고 무지 애썼던 기억이 납니다.
별 헤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란시스․쟘」 「라이너․마리아․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히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나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 자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