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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영 Apr 12. 2018

소행성 B612

-별에서 온 사람들, 우리

노마씨가 새로운 메거진을 시작합니다. 우리 모두 하루하루가  만족스럽지는 않지요? 그래서 이런 하루를 사후 수리(AS) 해 볼 필요가 있겠다 싶었지요. 지나간 일이지만서도 한번 곱씹고 이리저리 달리 생각해 보는 중에 반짝하는 해결방법이 생각나거나, 위로라도 된다면 좋지 않을까요?


오늘은 갑자기 어린 시절이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떠오른 게 '별'입니다.


혹시 별 좋아하시나요? 저는 정말, 무척 별을 좋아합니다. 어린 시절 누구나 맑은 하늘에 영롱하게 빛나는 별과 별자리들을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기억들이 있을 겁니다. 저도 예외는 아니었지요. 엄마에게 천체 망원경을 사달라고 졸랐다가 엄청 꾸중 들었던 일도 생각나는군요. 결국 아빠가 사줬습니다. 큰 건 아니고 작은 걸로다가.


어린 시절, 전 별에서 제가 태어났다고 믿었지요. 생텍쥐베리 소설의 어린 왕자가 되어 그 별로 되돌아가는 상상도 했습니다. 어린왕자의 별이 아마 소행성 B612지요? 그런데 전 지금도 그런 상상을 합니다. 그리고 제가 '별 출신'임을 철석같이 믿습니다.  문제가 심각하지요?

 


뭐 괜찮습니다. 저에게는 비슷한 별 출신인 이 분도 있으니까요.

 

슈퍼맨-크랩톤 행성출신


그런데 저는 어릴 때, 수많은 별들 중에서 어느 별이 제 별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그 별에서 오는 중 특별한 광선에 노출되면서 모든 기억을 잃었기 때문이지요.


아마 전 이런저런 별 출신임을 증명하는 이야기들을 만들어내면서 그것을 믿어버린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믿었고, 그것을 증명하는 이야기를 제가 지어냈다는 것을 알면서도, 오늘도 별 출신임을 확신하게 됩니다.


바로 오늘 본 다음과 같은 말이 그런 확신을 뒷받침 하지요.


인간의 몸과 우주의 몸을 이루는 원소들은 거의 동일하다.


인체를 이루는 6가지 기본 원소는 탄소, 수소, 질소, 산소, 인, 황입니다. 이는 우주의 원소이기도 하지요.

어떻습니까? 사실 저뿐 아니라 이 글을 읽으시는 분도 '별 출신'들입니다. 우리네 부모님도 마찬가지고, 할아버지, 할머니... 조상님의 조상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주의 별들은 우리 인간, 더 나아가 지구의 생명체가 생겨나기 전에 존재했습니다. 별들이 생성하고, 소멸하면서 내뱉은 먼지와 같은 이 원소들이 바로 지금의 '나'로 유전되어 나의 몸과 영혼을 만들어낸 것이지요. 그리고, 지금도 별들은 우리와 교신 중입니다. 왜냐고요? 저 별들이 생성 소멸하는 우주의 활동이 내 세포 하나하나의 활동과 평행하게 흘러가면서 '상응'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우리 모두는 하나같이 우주를 품고 있는 소중한 존재들입니다.


 때로 서로 화도 내고, 상처도 주지만, 전우주 안에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 이 사실을 떠올리면 마음이 좀 녹아내립니다.


그렇다 해도 삶 안에서 이런저런 나쁜 상황들이 도래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별로부터 왔다는 이 사실을 지니고 살 때 최소한 지나친 집착과 감정의 배설은 어느 정도 누그러지지 않을까요?


윤동주의 시가 생각나는군요. 이 시를 외우려고 무지 애썼던 기억이 납니다.


별 헤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란시스․쟘」 「라이너․마리아․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히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나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 자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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