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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정 Apr 08. 2020

재택근무,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

침대에 눕지 않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

인간, 그 게으른 존재


나는 온라인 사업과 프리랜서 일을 하며 지난 1년 여간 재택근무를 해왔다. 재택근무라는 것이 그렇다. 하루면 12시간 정도를 종일 맹렬하게 일하다가도, 다음날이 되면 오후 11시에 일어나 침대에서 마냥 게으름을 부리게 되는 것. 때로는 직장상사가 그리워질 만큼(?) 한없이 게으름을 부리는 나 자신이 너무나 싫어지는 것. 내가 이렇게 게으른 사람이었나, 낮잠을 한숨 자고 나면 어두워진 창밖을 보며 한탄하게 되는 것. 모든 사람이 이렇지는 않다.


돌고 돌아 일하기 가장 편한 곳은 결국 침대..


이렇듯 재택근무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옆에서 잔소리할 사람도, 눈치 볼 사람도 없다는 건 장점이자 단점이 된다. 혼자 일하기 때문에 일을 안 하기 시작하면 정말 끝도 없이 게으름을 부리게 된다. 뭐 동기부여, 다짐, 이런 것들 해봐도 그때 잠깐 뿐, 30분 정도 앉아있다 보면 또다시 침대에 눕고픈 유혹에 시달리게 된다.


때로는 망가진 수면 패턴과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하고, 책상에 앉아도 한없이 드는 딴생각과 자꾸만 들어가게 되는 유튜브와 넷플릭스와 씨름하기를 몇 달, '나는 자제력이 없다'는 것을 끝내 인정하게 되었다. 모든 것은 이 사실을 인정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나는 어마어마한 자제력을 지닌 위인이 아니기 때문에 진짜 일을 할 때는 다음과 같은 일종의 룰이 필요했다. 이런 나 스스로가 얄밉지만 어쩔 수 없으니 강구해낸 스스로를 일하게 만드는 법 5가지를 소개한다.



1. 침대에 못 눕는 상태로 만들기  

침대에 누웠다가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나 같은 자제력 없는 사람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일 수 있으나, 재택근무에 있어 내게 가장 큰 효율성을 가져다준 변화는 바로 하루 종일 침대에 눕지 않는 것이었다. 어마어마하게 뻔하고, 이게 무슨 팁이야? 싶을 만큼 멍청한 이야기로 들릴 수 있으나 재택근무해보면 왜인지 자꾸 침대에 눈이 간다. 점심 먹고 나면 살짝 졸린 듯하고, 업무 이만큼 했으니 살짝 누워서 폰도 하고 싶고, 그렇단 말이지.


한 번 누우면 낮잠 기본 5시간 자고, 넷플릭스 시리즈 1화 보기 시작하면 할 일 제치고 시즌 3까지 앉은자리에서 끝내야만 적성이 풀리는 자제력 0인 인간의 입장에서 이야기하자면, 이런 문제와 같은 경우 스스로 '오늘은 눕지 말아야지!' 다짐하는 것은 효용이 0에 가깝다. 오히려, 물리적으로 누울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추천할만한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나 같은 경우 아침에 일어나는 즉시 침대 위에 잔뜩 물건을 올려놔 침대에 못 눕는 상태로 만들고, 내 방문을 닫아 내 침대를 시야에서 차단해버린다. 침대에 누울 수조차 없도록 해버림으로써 '10분만..' 하는 생각을 원천 차단해버리는 것이 그야말로 내 재택근무 1원칙이다.



2. 일하는 공간과 쉬는 공간을 철저히 구분하기

불면증, 번아웃 방지에 탁월한 효과


나는 한동안 학교 18학점과 창업을 병행하는 생활을 했는데, 수업 시간 외에도 하루 평균 4-6시간 일하고 공부도 하는 생활을 6개월 정도 지속하자 번아웃이 찾아왔었다. 물론, 과도한 업무는 당연히 번아웃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나에게 큰 영향을 미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일하고 쉬는 공간이 - 침대라는 곳으로 - 동일했다는 것이다. 재택근무의 최대 장점이자 단점은 바로 대부분의 업무가 폰으로 가능하다는 것인데, 창업에 나름 열과 성을 쏟고 있던 당시 일이 끝나고 침대에 누워도 폰으로 한참 동안이나 잘못된 것은 없는지, 더 챙길 것은 없는지 하나하나 체크하고는 했었다. 당부하건대, 절대로 이렇게 하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침대에 누워서 체크하다 보면, 어느샌가 이것저것 수정할 것들이 보이고 슬랙, 이메일, 트렐로 등으로 업무 소통도 하게 되는데 이러다 보면 11시에 누웠어도 새벽 2, 3시가 훌쩍 되고는 했다. 최악은 바로 폰을 끄고 나서도 도저히 잠이 오지를 않았다는 것이다. 혹시나 놓친 것이 있을 것 같고, 뭔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인데 누워만 있으면 노는 것 같아서 일종의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 침대에서 눈을 감았는데도 머릿속이 팽팽 돌아가는 경험, 조금 예민한, 혹은 조금 과도하게 일에 열정을 쏟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봤을 것이다. 굉장히 많은 수의 재택 근무자들이 이렇게 일과 생활의 구분이 없는 환경으로 인해 번아웃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일하는 공간과 쉬는 공간을 철저하게 구분하는 것이다.


실제로 재택근무만으로 수 조원대 회사를 키운 오토매틱, 제플린 등의 회사에서는 번아웃을 방지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을 포함한 업무 매뉴얼을 배부한다.

종종 산책을 나설 것

업무 시간 외에는 컴퓨터를 끄고, 적극적으로 휴식을 취할 것!


이렇게 몇 번의 번아웃과 회복 루틴을 겪으며 멍청비용을 지불한 나는 현재 아침에 일어나서도 침대에서는 최대한 폰을 만지지 않고, 방 밖으로 어떻게든 나와서 내가 지정한 일하는 공간인 거실의 책상에 앉아 이메일과 각종 업무 메시지들을 체크한다. 침대 = 쉬는 공간, 거실 = 업무 공간이라는 공식을 머릿속에 입력함으로써 내 몸은 침대에서 가면 자동적으로 긴장을 풀고 잘 준비를 하며, 거실에 나오는 순간 살짝 긴장이 되며 업무 모드에 돌입하게 되었다. 이렇듯 일하는 공간과 쉬는 공간이 '집'으로 동일한 재택근무자의 경우에는 의도적으로 더 세밀한 '공간 쪼개기'가 꼭 필요하다.



3. 루틴을 만들기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프리랜서, 사업가, 혹은 직장인 - 그 어떠한 형태로든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봤을 것이다. 끊임없이 침대에 눕고 싶은 욕망과 잠깐 딴짓을 하고 싶은 욕망이 마구마구 샘솟는 것을. (만약 그렇지 않다면 - 축하한다, 상위 1%의 절제력과 부지런함을 지닌 축복받은 인간이니까.) 그리고 분명 한 번쯤 느낄 것이다. '아, 오늘은 일하기 싫다'라고. 날씨가 좋아서든, 벚꽃이 피어 서든, 혹은 오늘 업무가 짜증 나서든 그 어떤 이유로도 그런 날이 있다. 정말 일하기 싫은 날. 그런 생각이 들어서 이런 글을 클릭한 당신이라면, 당신은 매우 정상적인 사람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문제는 이렇다. 하고 싶은 기분이 들기를 기다리는 것은 업무 성과에 매우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 그 어떤 분야에서든 성과를 내고 싶다면 반드시 꾸준히, 매일, 어느 정도는 정해진 양만큼 소화하는 것이 필수적인데 생각보다 이 '일하고 싶은 기분'이라는 거, 잘 들지 않는다. 물론 안다. 일하고 싶은 의욕이 뿜 뿜 샘솟는 날이면 정말 어마어마한 집중력으로 모든 일을 짠하고 해내는 당신이라는 것을. 그러나 문제는 그런 일이 흔하게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택 근무자에게 이 '의욕'이라는 것을 기다리는 것은 매우 치명적이다. 왜냐하면 하기 싫을 때마다 굉장히 쉽게 일하지 않을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렇게 '의욕'을 기다리지 않도록 몸과 마음을 훈련시키는 것이다. 일하기 싫은 마음 = 딴짓으로 이어질 수 없도록, 혹은 일하고 싶을 때만 일하지 않으려면 우리에겐 정해진 루틴이 필요하다. 루틴의 효과는 우리가 생각을 하지 않도록 만들어주는 데 있다. 일정한 시간이 되면 자동적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마치 학교에 다닐 때처럼. 나를 혼내줄 누군가, 감시해줄 누군가가 없으니 나를 의자에 앉혀놓을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일은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하다 보면 하고 싶어 지는 것이란 걸 한참 뒤에야 배웠다. 자율적으로 일하기 위해 재택근무를 시작했지만, 역설적으로 재택근무야말로 나 자신으로부터의 철저한 감시와 통제가 필요하다.


나는 다음과 같이 매일 아침에 일정표를 적어놓고, 해당 시간이 되면 그냥 무조건 그 일을 하는 편이다.

'아침의 내'가 '오후의 나'에게 업무 지시를 내리는 격이랄까. '아침의 나'는 반드시 따라야 하는 상사처럼 무조건 따르는 것이고, '오후의 나'는 게으른 나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일을 시켜야 한다.

나 같은 경우는 오전 시간에 생산적이고, 오후 1시-4시 사이가 가장 게으르며, 밤 시간이 가장 창의적이다. 고로 오전 시간에 어느 정도의 집중이 필요한 업무를, 오후 시간에 중요하지는 않지만 해야 하는 기계적인 업무나 지인과의 약속을, 밤 시간에 창의력을 요하는 업무를 보는 편이다. 자신만의 패턴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4.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는 시간 적극적으로 만들기

혼자 있다는 느낌이 가장 큰 적이다


재택근무의 최대 단점은 단연컨대 외로움이다. 마찬가지로 회사의 최대 장점은 나와 같이 일을 하는 팀원들이다. 같이 있다 보면 주변의 자극을 받아 더 열심히 하게 되기도 하고, 종종 가지는 커피 타임은 기다려지는 꿀 같은 휴식 시간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재택근무를 하는 당신에게는 오직 스스로밖에는 없다. 물론 함께 사는 사람이나 반려동물이 있다면 조금 다를 수 있지만 여전히 업무를 함께 하고 있다는 전우애 같은 느낌은 받지 못한다.


외로움이라는 게 생각보다 크다. 혼자 있다 보면 왜인지 일을 하기가 싫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했던가, 아무리 집순이라도 집에 오래 있다 보면 그 말이 실감 나는 때가 온다. 업무를 함에 있어서는 뭔가 내 일이 인정받지 못하는 기분, 아무도 신경 써주지 않는 뭐 그런 나쁜 기분이 종종 들고는 한다.


이 외로움이라는 것, 가벼이 여길 것이 아니라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이라면 적극적으로 타파해야 하는 것이다. 재택근무를 하는 데 있어서 또 다른 중요한 점은 바로 '오버 커뮤니케이션', 즉, 평소보다 더 신경 써서 과하다 싶을 정도로 소통하는 것이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도 내 일을 알아주지도 피드백을 주지도 못한다. 재택근무를 할 때야말로 가장 열성적으로 미주알고주알 내 일을 공유하고, 적극적으로 팀원들과 소통해야 한다. 혼자 사는 사람이라면 이에 더하여 지인들과 안부도 깨알같이 주고받는 시간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혼자 일하고, 혼자 살면 정말인지 세상에서 동떨어진 듯한 느낌을 받을 수가 있으니까.



5. 주변 사람들에게 선언하기

집중하는 시간을 만들기


위에서는 혼자 사는 사는 것이 때로 힘들다고 했지만, 가족이나 타인과 함께 사는 사람이라면 때로 이 동거인들이 일에 방해가 된다. 한창 집중하고 있을 때, 지나가면서 한 마디씩 말을 건다던지, 아이가 놀아달라고 한다던지, 고양이라면 따스한 노트북 자판 위에 앉아 낮잠을 즐기려 한다던지 말이다. 다만 우리는 이 사랑하는 사람/동물에게 말을 걸 때마다 "방해가 되니까 비켜줘"라고 이야기할 용기가 없다.  


귀신같이 알고 화면을 가리는 냥냥이들


대체로 이들이 우리의 소중한 업무를 '방해'하는 이유는 대체로 두 가지이다.

눈 앞에 있어서

집에 있다 = 일을 하지 않는다 고 생각해서


우리나라에서는 집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흔하지 않다 보니 왜인지 집에서 노트북이나 폰을 들고 토닥이고 있으면 왜인지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집에서 폰이나 하고 있다' 던 지, '바쁜데 컴퓨터만 쳐다보고 있나' 라던지. 뭐 그런 생각이 머릿속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아도 왜인지 인지부조화가 일어나는 듯하다.


집중하고 있을 때 누가 한 마디라도 말을 걸면 흥이 팍 깨져버리는 지극히 예민한 사람으로서 상사와 동료를 피해 집으로 왔는데 가족이 이제는 시도 때도 없이 말을 건다면 아주 곤란하다. 그래서 여기에는 조금 진지한 대화가 필요하다. "나, 이거 일하고 있는 거니까 이 동안은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줘."라고 사전에 당부하고, 누군가가 부탁을 할 때마다 "지금 업무 시간이니까 일이 끝나고 도와줄게"라며 업무 중임을 인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일을 우선시하는 것, 그리고 그것에 대해 주변 사람들에게도 선언하고 존중을 요청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주변에서 내가 컴퓨터를 하는 것 = 일하는 것이란 인식이 생겨나면 나도 더욱 열심히 일하게 된다.




이상으로, 집에서 일을 하는데 필요한 사소하지만 유용한 팁 몇 가지를 끄적여봤다. 사실 정말 사소해서 별 것 아닌 것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재택근무를 하다 보면 이 작은 것들이 결코 사소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글이 부디 재택근무를 처음 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원격 근무, 재택근무에 대해 더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은 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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