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이 일하고, 2배 더 벌고, 10배는 더 잘 사는 법
디지털 노마드가 어떻게 가능한지 생각해 본 적 있나요? 디지털 노마드는 단순하게 온라인으로 돈을 벌며 여행하는 사람일까요? 왜 대부분의 디지털 노마드가 치앙마이, 빠이, 발리, 남미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인스타의 멋진 해변가의 칵테일 사진들은 우리에게 로망을 심어주지만, 그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 바로, 그 멋진 발리의 해변가 모래사장에 (근로자를 제외하고는) 현지인을 쉽게 찾아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디지털(digital) + 노마드(nomad) = 세계를 여행하는 온라인 노동자, 정도로 해석되는 이 단순한 말에는 사실 숨겨진 전제가 몇 가지 있다. 첫 번째, 온라인으로 일하는 것만으로 생계를 비롯한 여행 비용(빈번한 이동 비용, 단기 렌트로 인한 높아진 숙박 비용 및 보험료 등)을 모두 감당할 수 있을 것. 둘째, 빈번한 여행이 가능하도록 하는 비자 발급이 비교적 쉽거나 비자를 면제해주는 (막강한 국력을 지닌) 국가의 국민일 것.
한 마디로 말해, '선진국'의 국민이어야만 디지털 노마드 생활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이 말은 대게 물가가 크게는 몇 배는 더 높은 국가에서 온 사람들이 본인의 나라에서 돈을 받으며 상대적으로 더 물가가 낮은 국가에서 살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단적으로, 발리의 짱구를 여행 중인 뉴요커가 있다고 하자. 뉴욕의 평균 집값의 경우, 침대와 몸을 뉘일 작은 공간이라고 하더라도 월에 약 250만 원 이상은 한다고 보면 된다. 이러한 물가를 반영하여, 뉴욕에 위치한 회사로부터 월급을 받는 미국인은 평균적으로 780만 원(세전)을 지급받는다. 세후에 이 월급은 약 570만 원 정도가 된다. 만약 이 평범한 소시민이 평범하게 원룸에서 먹고 자면서 (월 250만 원), 평균적인 생활비를 지출 중이라면(160만 원), 이들이 결국 한 달 그저 뉴욕에서 숨 쉬는 것만으로 쓰고 남은 돈은 160만 원 정도가 된다.
이 뉴요커가 소란스러운 도시 생활에 지친 나머지 어느 날 갑자기 디지털 노마드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치자. 다행스럽게도 온라인 마케팅으로 근근이 먹고살던 그는 온라인만으로 일을 해도 된다는 상사의 허락을 받았다. 지도에서 그는 가장 뉴욕과 정반대인 곳을 찾는다. 아무래도 아시아가 좋겠고, 그중에서도 따뜻하고, 자연이 많은 곳이었으면 좋겠다 하여 그는 발리로 날아온다. 발리에 정착한 그는 스쿠터와, 뉴욕에서 살던 것과 비슷하지만 조금 더 좋은 집을 하나 구하고, 뉴욕에서 살던 대로 너무 사치를 부리지는 않고 산다고 하자. (발리에서 사는 법에 대한 글 참고) 한 달에 그는 약 100만 원 살짝 넘는 돈으로 비슷하거나 더 좋은 생활을 누릴 수가 있게 된다.
그의 수중에는 한 달에 570만 원 - 120만 원 = 450만 원이 남는다.
단순히 사는 곳을 바꿈으로써 그는 순수익을 3배로 올린 것이다.
고로 사실 다들 비슷비슷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발리의 디지털 노마드들이라고 하더라도 실상 통장을 열어보면 그 실상은 천차만별인 경우가 많을 것이다.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에 따라 디지털 노마드의 수입은 다음과 같이 나눠진다.
* 현재 디지털 노마드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래는 지극히 주관적인 경험에 의한 뇌피셜임을 미리 밝혀둔다.
상위 1% : 성공한 온라인 창업가
- 시간당 보수가 아닌, 시장 가치에 따른 보수를 받음, 수입의 한계가 없음
- 바로 "나는 4시간만 일한다"에 나오는 팀 페리스가 말하는 '이상적인' FIRE 세대의 모습이랄까
상위 5% : 잘 나가는 프리랜서
- 결과당 보수를 받음
- 디지털 마케터, 콘텐츠 제작자, 트레이더, 카피라이터 등 중 탑 1%라고 할 수 있다
- 월 천만 원 이상
상위 10% : 미국/유럽에서 보수를 받고 있는 직장인
- 시간당 보수를 받음, 정기적인 수입
- 월 300만 원 이상
솔직히 말해서 밖에 동남아와 남미를 돌아다니는 대다수의 디지털 노마드 중에는 근근이 먹고사는, 정말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사람들도 정말 많다. 지속 가능하지 않은 생활이라고 할 수 있다. 본국에서는 사실 변변한 직업이 없는 소위 '한량' 혹은 '백수'라 불리는 그런 사람들일 것이다.
중위 및 하위 소득 : (흔히 불리는 부업의 영역이랄까, 궤도에 오르지 못한 디지털 시대의 소상공인들)
- 월 100만 원 언저리 혹은 이하
- 긱 이코노미 종사자: Dada 등 영어를 가르치는 플랫폼 등에서 파트타임 교사 등으로 근무
- 보따리상 : 아마존 셀러 등 (물론 정말 잘하는 사람들은 정말 많이 벌지만, 극소수다.)
- 인스타 그래머 : 대다수의 인스타 그래머들은 인스타그램 수입만으로는 먹고살기 힘든 경우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
- 디지털 노마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디지털 노마드가 되는 법' 같은 강연이나 컨설팅으로 돈을 벌며 살아가는 '실질적인 직업은 없는' 장사꾼들도 많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 밑에 현지인들이 있다. 인도네시아의 평균 수입은 세전 월 35만 원 정도이다. 내가 알기로 좋은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대기업 신입이 이 정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발리에서는 최저 임금 노동자가 한 달에 20만 원, 고임금 노동자의 경우 한 달에 60만 원 정도 번다고 하니, 사실상 제아무리 돈을 못 버는 유럽인 / 미국인이라고 하더라도 현지인에 비해서는 몇 배의 수익을 올리는 '넘사벽' 고소득자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불편한 진실 때문에 현지에서는 디지털 노마드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이 존재하고, 그들이 들어와서 떵떵거리면서 살며 현지 물가를 끌어올리는 것을 백인들의 갑질로 여기는 면이 있다. 사실상 구조적인 면이 가져다주는 계급의 태생적인 차이이기 때문에 씁쓸한 자본주의 민낯이기는 하지만, 이미 대형 자본이 지배하는 세계 경제의 흐름에서 우리 같은 소시민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나는 한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미국의 회사와 일해본 경험이 있다. 사실상 내가 받은 월급은 대부분 비슷했지만, 내가 여러 나라에서 살고, 일하며 깨달은 몇 가지 진실이 있다. 물리적으로 어느 지역에서 일하는지에 의해, 또 어느 지역의 사람을 고용하는지에 의해 내 생활수준과 실질적인 소득에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나는 현재 미국의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한 회사에서 매달 400만 원의 월급을 받으며 일하고 있는데, 한국에서 이 일을 하면서 사이드 프로젝트에 아르바이트생 두 명을 고용해서 회사를 만들고 있다.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입장을 동시에 겪는 사람으로서 수입을 최대화하고 지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1) 월급은 가장 물가가 비싼 실리콘 밸리에서 받을 것 : 신입 월급 400만 원이 한국에서는 대기업 치고도 높은 연봉에 속하지만, 실리콘밸리에서는 최저시급에 가깝다. 내가 아마 같은 일을 한국에서 하고 있다면 아마 이 돈의 1/3 정도 받을 것 같다.
(2) 서비스를 한국 / 미국에 판매할 것 : 비싼 서비스/상품을 판매하는 쉬운 방법은 바로 돈이 많은 사람들에게 판매하는 것이다. 같은 상품을 같은 가격에 판매하더라도 동남아 사람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것과 미국 뉴욕시의 고객에게 판매하는 것은 난이도가 다르다. 실제로 현재 준비하는 창업 서비스는 한국 고소득층과 미국 동부 고소득층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다.
(1) 발리에서 생활할 것 : 한 달 렌트비, 이동비 등 모든 것을 포함한 넉넉한 생활비가 100만 원
(2)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지의 직원을 고용할 것 : 4년제 졸업한 대졸 3명을 풀타임으로 고용할 경우 100만 원
내가 만약 같은 업무를 한국에서 보고 고용도 한국에서 한다면 월급 250 정도를 받으면서 풀타임 직원 한 명을 쓰는 것만으로 (180만 원 이상) 내게 남는 돈은 한 달에 채 70만 원(월세)도 안 남게 된다. 같은 라이프스타일이 한국에서는 그냥 불가능하지만 내가 이렇게 고용주, 고용인 및 거주지의 물리적 위치를 바꿈으로써 나는 생활수준을 향상하고 (주요 관광지에서 메이드가 관리해주는 집에 살며 각종 맛있는 음식과 취미 생활 가능), 2명의 인력을 더 고용하고, 심지어 200만 원 정도의 현금을 저금할 수 있게 된다.
물리적 지리적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으로 같은 사람이 같은 업무를 보는데 몇 배의 수익을 올릴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일종의 '국경'을 활용한 장난으로 최저소득 극빈층(한국이었으면 빚쟁이다)에서 중위 소득 이상으로의 계급 상승이 가능한 것이다.
또 하나 한국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한국은 이 정도의 '장난'을 칠 수 있는 정도의 '선진국'이라는 사실이다. 2020년 기준 한국 여권의 파워 (비자 없이 입국 가능한 국가의 숫자)는 세계 3위로, 170개국에 비자 없이 혹은 입국 시 즉시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다. 서울은 세계에서 7번째로 물가가 비싼 도시이다 (연합뉴스, 2019년 기준). 한국인은 대부분 10년 이상 상당한 영어 교육을 받는다. 사실 한국인도 얼마든지 이 디지털 노마드의 특권을 누릴 수 있는 위치라는 말이다. 우리를 가로막고 있는 것은 단지,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 그 하나뿐이다.
이 글이 디지털 노마드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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