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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정 Apr 23. 2021

싱가포르의 교육법

싱가포르가 한국보다 더 잘 될 수밖에 없는 이유

싱가포르를 독재국가라느니, 빡빡하고 정부 규제가 심한 나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건 싱가포르가 얼마나 똑똑하게 국가를 경영하는지 모르고 하는 이야기다. 싱가포르가 앞으로 더 잘 될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뜻밖에도 교육이다.


어릴 적 12살에 딱 1년간 싱가포르 공립학교를 다닌 적 있다. 사실 별 것 모르고 영어랑 중국어를 배우기 위해 간 유학이었지만, 1년 여 간의 싱가포르 학교 생활은 마지막으로 행복했던 학창 시절 기억으로 남아있다.


1. 싱가포르의 수학 교육에는 답이 없다


싱가포르 수학 수업에는 문제 다섯 개와 백지 다섯 개가 주어진다. 문제를 푸는 답안지는 주어지지 않는다. 그냥 문제를 보고, 내가 생각나는 대로 풀면 그게 답이다. 그림을 그려도 되고, 하나씩 직접 세어도 된다. 수업 시간은 선생님이 문제를 풀어주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풀이를 들고 나와서 자기 풀이를 친구들에 직접 발표한다. 선생님은 그냥 듣는다. 한 가지 문제에 수 백가지 답이 모두 답이 된다.


2. 알아서 나라에서 내 재능을 찾아주고 같이 키워준다


나는 학교에서 학교 수학 대표팀이었고, 외부 과학 영재 수업을 들었다. 우리 부모님은 아무것도 몰랐다. 학교에서 각 학생들의 재능을 눈여겨보았다가, 조금 잘한다 싶으면 알아서 여기도 보내고 저기도 보내면서 쭉쭉 키워준다. 나는 심지어 외국인인데도 아무런 편견 없이 그냥 재능을 키워줬다. 사교육 없이는 기본 교육도 따라갈 수 없게 짜인 우리나라와는 정반대의 접근법이다.


3. 배움은 놀이다


수학 대표팀이라고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아침부터 밤 10시까지 수학 학원을 떠도는 대치동 학원가를 떠올리지만, 싱가포르의 학교 대표 수학팀은 책상에 앉아 주어진 시험지를 푸는 게 아니라, 놀이를 한다. 학교 대항전에 참여했을 때 우리는 보물 찾기를 하듯 하루 종일 전국 학생들과 미니게임을 찾아 같이 플레이하고, 경쟁하며 수학을 가지고 놀았다.


4. 학교에서 열심히 놀아준다


싱가포르에서 우리는 자주 학교 행사에 열심히 참여했다. 할로윈 때는 선생님들이 학교 전체를 할로윈 컨셉으로 꾸며 야간에 우리를 초대했다. 우리는 분장하고 친구들과 행렬을 만들어 반마다 들어가 젤리를 찾고 유령을 만났다. 또 한 번 필드트립을 갔을 때는 싱가포르 북쪽인가 남쪽의 바닷가 섬으로 갔는데, 그곳에서 우리는 열린 통나무집에서 생활하며 정글을 탐험했다. 배를 타고 바다를 누볐고, 정글에서는 배까지 차오르는 진흙탕에서 노래 부르며 걸어 다녔다.


5. 학생들의 생각을 묻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시험지의 주관지 답안 글자 하나까지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 한 글자라도 틀리면 오답 처리되거나 감점이 된다. 싱가포르에서는 우리나라처럼 엄청난 분량의 내용을 다루는 수업을 하지는 않지만, 반면 학생들의 생각을 묻거나, 스스로 주제를 정해서 리포트를 써오는 방식을 활동을 많이 했다. 이때 사실 중요한 건 선생님들의 생각인데, 우리나라 같으면 배운 대로 그대로 써!라고 했을 법한 때에 여기서는 그냥 그대로 인정하고 밀어준다.  


나는 싱가포르에서는 A+ 수학, 과학 학교 대표팀 학생이었지만,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만년 수학 2등급 문과생으로 전락했다. 한국에 들어온 이후 대학을 자퇴하기까지 10년간 가장 많이 했던 것은 답안지를 달달 외우는 것이었다.


남의 생각을 오탈자 하나 없이 누가 더 많이 외우는지 경쟁하는 사회와 개개인의 재능과 창의력을 편견 없이 키워주는 사회는 분명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보다 수십 배는 더 많이, 정확하게 외우는 인공지능이 이미 도래한 지금 앞으로 어떤 사회가 더 잘해나갈지는 너무나 명확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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