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추억이 깃든 군산을 걷다 3

하고 싶은 건 많지만 대체 뭘 해야 할까...

by Walk홀릭


오랜만에 보는 맑은 하늘이 유난히 높아 보였다. 가을이 성큼 다가온 모양이다. 이런 날을 기다린 이유가 있었다. 바로 금강하굿둑을 걸어서 건너보는 것이다. 군산에 올 때면 차나 기차로 건너기만 했었지만 건널 때마다 바닷물에 반사되어 일렁이는 햇빛을 온전히 느낄 새도 없이 지나갔던 순간이 아쉬웠었다. 이번을 계기로 천천히 걸어보며 여유롭게 눈에 담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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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하늘을 뒤덮은 구름은 우울한 분위기를 만들지만 파란 하늘을 여백 삼아 떠있는 뭉게구름은 활기찬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고가를 건너니 저 멀리 오늘의 목적지가 작게 보였다. 생각보다 훨씬 멀다. 하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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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보이는 금강하굿둑을 보며 길게 뻗어있는 산책로를 혼자서 걸어갔다. 걸을 때마다 피부로 스치는 거미줄. 걷기 좋은 곳과는 다르게 인적이 드물었다. 맑은 하늘 아래 저 멀리 보이는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는 과정이 마치 앞으로 그려질 내 인생과 비슷한 거 같았다.


퇴사 후 이상하게도 미래가 희망적으로 그려졌다. 하고 싶은 일들이 머릿속에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했고 그때마다 '이것도 해볼까, 저것도 해볼까' 하는 설렘이 생겼다. 그 설렘이 이유 없는 긍정을 만들어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걱정도 되었다. 하고 싶은 건 많지만 정작 무엇을 해야 할지는 잘 몰랐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지속된다면 무언가 시작도 전에 불안감만 더 커질 거 같았다. 또한 한번 정했으면 꾸준히 끌고 가야 하는 힘도 있어야 하는데 아직은 그런 일을 못 찾은 건지 아니면 스스로 짧게 해 보고 판단해서 금방 접어버린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부분도 불안감을 더해주는 부분이라 개선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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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인 인터스텔라에는 이런 대사가 있다.

We will find a way, we always have (우린 답을 찾을 거야, 늘 그랬듯이)


모든 것이 불확실한 인생에서 결국 또 다른 답을 찾을 거란 믿음. 그 믿음을 통해 언제 그랬냐는 듯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조급함으로 인해 조기 퇴사를 반복한 나의 경험을 통해 나는 조급함을 버려야 꾸준함을 얻는다. 따라서 조급함을 버리고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 내가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할 거라고 믿는다. 꾸준히 걸으니 보이는 저 금강하굿둑처럼.


노력과 여유 그리고 열정만은 절대 꺾이지 않기를 매일매일 다짐하면서 걷다 보니 푸른 하늘 아래 금강하굿둑이 점점 가까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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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미처 찍지는 못했지만 운 좋게도 무궁화호가 하굿둑을 지나가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자주 볼 수 없는 광경이라 더욱 특별했다.


금강하굿둑 위에서 본 강물은 거대한 거울 같았다. 맑은 하늘을 그대로 비추고 있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때로는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스포트라이트 같기도 하고 때로는 고요한 거울 같기도 했다. '빠르게 지나쳐왔던 것들도 천천히 들여다보면 이렇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구나.' 걷기의 매력을 다시 한번 느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앞으로의 계획이나 진로 고민보다는 가족들과 함께할 점심 메뉴를 생각했다. 끊임없이 고민하면 조급함만 커진다는 걸 오늘 걸으면서 깨달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생각을 멈추고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느끼는 것도 필요하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오늘 하나는 확실해졌다. 답을 찾기 위해 조급해할 필요 없다는 것. 꾸준히 걷다 보면 언젠가는 내가 원하는 곳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는 것. 조금씩 변할 수 있는 내면의 기초가 만들어짐을 느끼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