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되돌아가며 내 인생을 되돌아보다
아직은 쾌적했던 6월 어느 주말. 동생과 자주 걸었었던 인천공항 주변을 걷기 위해 혼자 나섰다. 구름 한 점 없었던 맑은 하늘 아래 뜨거운 햇살과 함께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걷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씨였다. 여행 시작의 설렘과 끝의 아쉬움이 공존하는 인천공항에서 여행은 아니지만 느끼는 다른 설렘.
'이런 기분 나 말고 또 누군가 느끼고 있을까?'
나는 문득 이런 기분을 나 외에 누군가도 느끼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공항을 나서자 들리는 웅장한 항공기 엔진소리와 미세하게 풍기는 항공유 냄새에 가슴이 뛰었다. 그렇다. 나는 항공기를 좋아한다. 한때 항공인의 꿈을 꾸던 열정 많은 소년이었지만 점차 가슴속의 추억으로 남겨가고 있다.
파라다이스 호텔 옆 산책로를 시작으로 하늘정원을 거쳐 공항화물청사역까지 걸어갈 예정이었지만 축제로 인해 산책로가 통제되었다. 계획에 차질이 생겼지만 오히려 잘됐다. 원래 걸었던 루트가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걸어보고자 무료셔틀버스에 올라탔다. 공항화물청사역에 내려 하늘정원까지 거친 후 다시 되돌아가는 루트로 걸을 예정이다. 같은 길을 걸어도 보는 방향에 따라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늘정원으로 향하는 길. 맑고 푸른 하늘과 산들거리는 녹색 수풀들의 조화로 한 주간 쌓인 육체와 정신적 피로가 풀리는 거 같았다. 매번 와도 질리지 않는 이 길을 걸을 때마다 항상 자유로운 삶의 대한 갈망이 커졌다.
'한 번뿐인 인생 자유롭게 내가 해보고 싶은 것들을 후회 없이 해보고 싶어.'
어쩌면 드넓은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항공기를 바라보고 있지만 정해진 길만을 따라서 걸어가고 있는 지금의 내가 그것을 동경하고 있어서가 아닐까? 어쩌면 내가 항공기를 좋아하는 것도 이런 이유지 않을까 싶다.
평소 걸어 다니거나 출퇴근을 할 때 항상 이어폰을 끼고 다녔다. 외부 소리를 차단하고 좋아하는 음악을 반복해서 듣거나 다양한 유튜브 영상들을 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 날만큼은 이어폰을 빼고 귀에 들어오는 다양하고 자연스러운 소리를 있는 그대로 듣고 싶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수풀소리, 물길 위를 날아다니는 새들의 소리, 긴 여정의 끝을 알리는 항공기의 소리를...'
다시 되돌아가는 길. 마냥 같은 길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걸으면 새롭다. 처음 보던 풍경의 위치가 바뀌거나 집중하지 못한 곳들이 눈에 들어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인생도 마찬가지인 거 같다. 너무 앞만 보고 걷기보단 가끔씩 뒤를 돌아보면 내가 걸어온 길이지만 다른 모습을 볼 때가 있다. 그 과정에서 반성도 하게 되고 틀렸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결국 틀리지 않았던 경우도 많아 스스로 교훈을 얻은 적도 있다.
과거 누군가의 도전과 그들만의 인생에 대해 감히 조언을 하고 평가를 했던 적이 있었다. 지금 되돌아보면 참으로 부끄럽고 그들이 실행하고 있는 것들을 나는 그들보다 늦게 시작하고 있었다. 이젠 그 누구의 인생에 대해서도 평가를 하기보단 조용히 존중과 응원을 하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런 부분을 보면서 인생을 되돌아보는 과정이 나의 시야를 한층 더 넓혀주는 게 아닐까?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되며 행복한 경험 하나를 기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