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꿈을 꾼 장소에서 본 항공기, 다시 열정을 불태우다
저의 꿈은 파일럿이었어요. 그리고 지금도 항공기를 보면 가슴이 뛰어요.
비 오고 난 뒤 맑은 하늘에 상쾌한 날씨까지 더한 오늘. 문득 생각난 내 꿈의 첫 시작점. 그곳을 다시 가보고 싶었다. 바쁘게 준비를 하고 지하철에 올라타 가는 도중에 어릴 적 추억을 회상해 보았다.
'항공기' 단어를 쓰기만 해도 피가 끓을 정도로 미친 듯이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한다. 그 꿈을 만들어준 장소인 고척근린공원. 어린 시절, 주말마다 할머니댁에 놀러 오면 항상 오던 곳이다. 산책로를 따라 하염없이 뛰기도 하고 놀이터에서 처음 보는 친구들과 뒤섞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기도 했던... 그런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시며 나도 모르게 쌓여가는 추억을 진득이 기다려주신 돌아가신 할아버지. 많은 추억들이 묻어있지만 모든 활동의 끝은 항상 큰 운동장 스탠드에 앉아 착륙하는 항공기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지금이야 공항까지 가서 항공기를 원 없이 보곤 하지만 그 당시 나에게는 그곳이 가장 항공기를 가까이서 바라보고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하염없이 바라본 항공기는 질리지도 않고 오히려 호기심과 흥미를 키워나갔고 자연스럽게 항공인의 꿈을 꿀 수 있게 만들어준 거 같다.
어릴 땐 아무리 뛰어도 닿지 않을 거 같았던 광장이 지금 와서 보니 그때 느낌을 온전히 받지 못했다. 세월이 지나면서 내가 성숙했다는 것을 체감했다.
할아버지 손잡고 드나들었던 공원의 작은 입구, 놀이기구는 바뀌어도 아이들의 넘치는 에너지와 웃음소리는 바뀌지 않은 놀이터. 십 년이라는 세월을 훌쩍 넘겨 다시 왔었지만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그대로였다. 입구를 들어설 때부터 잔상으로 보이는 내 추억의 흔적들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있던 내 모습은 그때와 다른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이곳에서 나는 동생들과 술레 잡기를 했었지!'
'이곳에서 나는 항상 오후에만 오는 리어카 목마를 타기 위해 할아버지를 엄청 졸랐었지!'
십 분도 걸리지 않는 짧은 거리를 걷는데 마치 수년이 걸린 듯 수많은 추억을 되새김하였다. 그 추억의 끝은 역시나 내가 하늘을 보며 꿈을 꾸었던 그 장소에 와있었다.
흙바람 날리던 운동장은 인공잔디가 깔려있었고 낡은 천막은 걷히고 이젠 태양광 패널이 달린 구조물이 햇빛을 가려주고 있었다.
항상 앉았던 스탠드 위치에 앉아서 천천히 다가오는 수많은 항공기들을 다시금 바라보았다. 어린 시절부터 가슴 뛰게 만들고 꿈이라는 것을 꿀 수 있도록 해준 항공기가 감사했다. 이런 경험들이 지금도 내가 무언가를 도전하고 경험하는 열정을 만들어준 계기가 된 거 같아서 말이다. 지금은 항공인을 도전하기보단 나다운 삶을 살기 위해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한동안 꺼져갔던 열정을 처음 꿈을 꾼 장소에서 다시금 불태우기를 조용히 다짐한다. 그리고 여전히 좋아하는 항공기는 이곳이 아니어도 어딘가에서 한결같이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돌아가는 길.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나무들 사이로 비친 햇빛이 흔들린다. 마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거 같은 기분이다. 다시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내가 될 수 있도록 다짐하며 새로운 추억을 이곳에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