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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인 Jun 30. 2019

에필로그 2 : 여행이 남긴 것

끝은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하니까

달력을 보니 6월 30일이다. 1년의 반이 지났다.  


그중 반은 직장인으로, 반은 프리랜서(가 되고 싶은 백수)로 지냈다. 한시도 가만히 있는 성격이 못되기에 출근할 곳도 없으면서 이리저리 할일을 찾아다니느라 바빴다. 


휴게소에 들를 타이밍을 놓쳐 어쩔 수 없이 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가 된 기분이었다. 피곤을 가득 싣고 몇 주간 달리다 차를 돌렸다. 


어디로? 포르투로!



'탈선'의 이유는 여행 전에 올린 프롤로그에 적어두었다. 

"하고 싶은 일, 그러니까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일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한다면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알고 싶다"

▶참고글 : 프롤로그 : 여행의 이유


여행은 수단이었다.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걱정은 접어두고 '현재에 충실한' 시간을 갖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여기가 아닌 다른 곳이어야만 했다. 



여행이 남긴 것


후회 없는 한 달을 보냈다. 해가 뜨면 관광을 했고 해가 지면 일을 했다. 최대한 많이 보고, 듣고, 먹고, 경험했다. 잊기 전에 글과 그림에 그에 대한 느낌을 담았다. 


처음에는 혼잣말 같던 포스팅의 조회 수가 회를 거듭할수록 점점 올랐고, 포탈 메인 화면의 한 구석도 장식했다. 많은 사람들과 나의 기록을 공유하고 있다는 기쁨에 여행 끝날 때까지 부지런히 연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이 글을 마지막으로 포르투갈 여행기에 마침표를 찍는다. 


프롤로그에서는 이런 이야기도 했다. 

"여행을 마치고 에필로그를 쓸 때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외면적 목표의 성취 여부도 궁금하지만, 그보다 어떤 값진 깨달음을 내면적 목표로 얻었을지가 너무 궁금하니까."*

*'외면적 목표'와 '내면적 목표'는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에서 참고한 단어다. 외면적 목표는 여행 계획 단계에서 설정하는 '여행의 이유'이며 내면적 목표는 여행을 통해 얻은 '예상치 못한 깨달음'을 의미한다. 


또 떡밥 회수를 해볼까. 


Q1. 외면적 목표는 얼마나 성취했을까?

앞에서 말했듯 정성을 담은 내 기록을 많은 분들이 읽어주셨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감동이다. 아무리 몸이 피곤해도 작업할 땐 신이 났다.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게 되었으니 만족한다. 


Q2. 이번 여행으로 얻게 된 또 다른 것이 있다면?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 에필로그 1편에도 썼지만, 다정하고 유쾌한 포르투갈 사람들 덕분에 여행이 웃음으로 가득했다. 좁은 인간관계의 웅덩이에서만 유영하다 넓은 강에서 헤엄치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 기분이었다. 자기만의 속도로 느긋하게 헤엄치는 그들을 보며 나 역시도 차분히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여행은 끝났고 나는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제 해야 할일은 여행의 마침표가 새로운 프로젝트의 시작이 될 수 있도록 나름대로 노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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