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책 얘기할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한 주, 잘 보내셨나요?
날씨가 궂었는데 모두 괜찮으신지요.
저는 책과 함께하는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평소처럼 여유 시간에 독서하기도 했지만, 이번엔 조금 힘내서 '사회적'인 활동에도 참여했습니다. 나홀로 직장인은 노력하지 않으면 사회성이 후퇴할 수 있거든요. (눈물)
그래서 폭풍우를 뚫고 다녀왔습니다. (ㅋㅋㅋㅋㅋㅠㅠㅠㅠㅠ) 40명의 관객 중 1인으로 참여했던 북토크와, 책을 매개로 한 원데이 직장인 모임에요.
강남역에 있는 회사 다닐 땐 한 번도 못 가보다가, 1시간 반 거리에 살게 되니 이제야 방문하게 된 최인아책방. 용건은 조신형 작가의 <모놀리틱 스톤, 빛으로 그린 바위>의 북토크에 참여하기 위함이었는데요.
일찍 가서 느긋하게 책방을 둘러보고 싶었는데, 현실은 회사 일이 늦게 끝나 쫓기듯 입장했습니다.
최인아책방 선릉점은,
선릉역 7번 출구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어요. 커다란 벽돌 건물 4층에 있는데, 입간판 아니면 그냥 지나칠 뻔했습니다.
당일 북토크를 공지하는 포스터 스탠드가 있습니다. 장소는 별도의 공간이 아닌, 정상 운영 후의 책방에서 진행해요.
후다닥 내부를 살펴봤습니다. 한 층이지만 층고가 높아 책이 많은데도 답답한 느낌이 없어요. 책방지기들이 추천한 책들, 자세히 보고 싶었는데 다음 기회에...
북토크는 어땠냐면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재밌었어요. 저는 건축에 대해 잘 모르지만, 전 회사 선배들의 추천으로 <모놀리틱 스톤, 빛으로 그린 바위>를 읽게 됐거든요.
위 사진이 바로 모놀리틱 스톤인데요. 저자인 조신형 건축가가 '손수 토굴을 만들어 기도에 몰두했던 어머니를 기억할 수 있게 기도실을 하나 만들어달라'는 의뢰를 받고 설계한 3평 크기의 기도실입니다. 부산 기장군에 있대요.
<모놀리틱 스톤, 빛으로 그린 바위>는 이 건축물의 탄생 과정을 담은 책입니다. 글보다 시각적 자료가 많은 책이라 사진집 같기도, 건축물의 홍보 책자 같기도 합니다. 인상적이었던 건 건축물뿐만 아니라 건축가와 의뢰인의 관계 형성에 대해서도 다뤘다는 겁니다. 북토크에 참여하고 싶었던 이유도, 책에 미처 담지 못한 건축가의 철학이나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해서였어요.
북토크는 1시간 10분 정도 진행됐는데요, 저자의 발표 시간보다 질의응답 시간이 더 길었어요. 전자는 책에 관련된 내용이 주였고, 후자는 건축가 개인의 이야기가 주여서 흥미로웠어요.
질의응답 중 인상적이었던 내용 몇 가지 기록해 봅니다.
Q. 현대 건축가 중 좋아하는 건축가가 있다면?
A. 르 코르뷔지에를 좋아한다.
찾아보니 르 코르뷔지에는 스위스 태생의 프랑스 건축가래요. 현대적 아파트의 원형을 만든 건축가로 평가받는데, 저렴한 비용으로 쾌적한 주거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수직으로 높이 쌓아 올린 공동 주택을 고안했습니다. 그 이상을 구현한 대표적인 작품이 프랑스 마르세유에 지어진 '유니테 다비타시옹'이래요. 철근 콘크리트로 된 단일 건물 안에 337 가구가 거주할 수 있대요.
위 사진인데, 실제로 보면 빨강·파랑·노랑의 외부 발코니가 인상적이라고 해요.
Q. 한 사람을 위한 기도실이라기엔 조금 세련되고 화려한 느낌이 있다.
A. 디자인에는 의뢰인의 요청 외에도 건축가의 스타일이 묻어나게 마련인데, 모놀리틱 스톤의 디자인 역시 나의 취향이 담겼다. 취향 없이 의뢰인의 요청에만 충실한 건축물은 챗GPT가 제일 잘하지 않을까?
저는 이 대답도 기억에 남아요. 의뢰인의 요청과 건축가의 철학이 만나는 지점에서 최선을 결과물을 낸다는 것처럼 들렸거든요. 자신의 스타일에 대한 자부심도 느껴졌고요.
Q. 북토크 중 '나는 건축가를 직업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씀하셨는데, 무슨 뜻인지.
A. 건축은 나 자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대답했다. 부끄럽지만 진심이다.
건축에 그만큼 진심이다,라는 뜻일 텐데요. 갑자기 정말로 부끄러워하며 답변을 하시길래 신기했어요. 천직인 직업을 만나면 아무리 오래 일해도 그 설렘이나 열정이 시들지 않나 봅니다.
이 북토크에는 40여 명의 참여자가 있었는데요. 제가 가본 북토크 중 가장 연령대가 다양했습니다. 건축가 지망생도 있고, 배우자가 건축가인 분도 있고, 본인이 건축가인 분도 있었어요. 그들이 적극적으로 질문하니 단순 응답이 아니라 대화가 오가는 질의응답 시간이 된 것 같아 건축으로는 문외한에 가까운 제게도 유익했습니다.
혼자도 좋지만 가끔은 여럿과 책 얘기를 하고 싶은데요. 원티드의 '북러버(Book Lover)' 모임에 지원한 건 그 이유 하나였습니다. 이게 약간... 순진한 생각이었다는 건 아래에 밝히겠습니다.
모임이 진행되는 원티드 사무실은 롯데월드 타워 35층에 있어요. 키오스크에서 출입증을 발급받아 올라가면 되는데요. 오랜만에 사무실스러운 공간을 방문하는 재택근무자는 별 게 다 신기하더라고요.
이 공간에서 북러버 모임은 아래와 같은 순서로 진행됐습니다.
- 식사
- 팀별 회의
- 팀별 발표
- 다 같이 네트워킹
- 사진 촬영 후 종료
입장하자마자 팀을 안내해 주셨는데요. 잊고 있었는데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로 '소설'을 표시했더라고요.
그렇게 앉은 우리 팀 테이블엔 적막만이 감돌고...(어흑) 일단 밥부터 먹었습니다.
식사는 도시락이었는데요. 메뉴는 양식이요 맛은 아주 좋았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저희 팀, 다 I형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한 마디도 안 하고 다들 밥만 먹어서 체하는 줄 알았습니다. (ㅋㅋㅋㅋㅠㅠㅠㅠㅠ)
그래도 식사 후 본격적으로 자기소개를 하니 적막이 깨졌어요. 저와 같은 디지털 마케터도 계셔서 티 내지 않고 내적 친밀감을 쌓았습니다.
회의는 정해진 안건이 있어 다행이었어요. 저희 팀에서 거론된 책들은 이런 게 있었습니다.
- 천 개의 파랑 / 천선란
- 밤의 약국 / 김희선
- 내가 행복한 이유 / 그렉 이건
- 탈인지 / 스티븐 샤비로
독서 아이템도 흥미로운 것들을 추천받았는데요.
왼쪽부터 북링, 북커버인데요. 북링은 편의를 위해, 북커버는 책 보호 및 내가 읽는 책을 숨기기 위해 쓴다고 해요. 저는 책을 아끼면서 보는 편이 아니라 이런 생각들이 신기했어요. 새 책에도 서슴지 않고 연필로 줄을 긋거나 메모를 하거든요.
팀끼리 회의를 한 후 당연한 수순으로 팀별 발표가 이어졌어요. 역시나 제가 기억하고 싶어서 거론된 책들 기록합니다.
- 서른이면 어른이 될 줄 알았다 / 아이리
- 연금술사 / 파울로 코엘료
- 인간관계론 / 데일 카네기
- 칵테일, 러브, 좀비 / 조예은
- 저승 최후의 날 / 시아란
이후엔 자유 네트워킹 시간이었어요. 아무래도 원티드에서 진행하는 이벤트이다 보니 참가자 전부가 직장인이었는데요. 그래서 명함을 주고받고, 회사나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길었어요. 다들 건강한 '갓생의 아우라'가 느껴지는 분들이었습니다.
단체 사진까지 찍고, 이렇게 원티드의 북러버 모임은 마무리 됐습니다. 아래는 주관적인 생각이 담긴 후기라 건너뛰셔도 됩니다.
이날 저녁엔 하늘에 무지개가 떴어요. 약간 어색한 분위기가 무지개로 순식간에 풀어졌습니다.
사실, 함께 '읽고 쓰는' 북러버 모임이라는 슬로건에 혹했는데요. 아무래도 원데이 모임이라서인지 책 얘기는 깊이 있게 못 해 아쉬웠습니다. 독서 모임보다는 책을 매개로 한 직장인 네트워크 모임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을 고르는 취향이나 독서 스타일이 모두 다르다 보니 생산적인 논의를 하기에 두세 시간은 부족하더라고요.
그래도 원티드에서 준비 많이 하신 게 느껴져서, 다음부터는 커리어 관련 행사에 신청해 보렵니다.
저는 외국 회사에 소속되어 원격으로 일하고 있다 보니, 명함도 없고, 회사나 근무 형태도 일반적이지 않아 자기소개할 때 자꾸 삐걱거렸습니다. 그래서 회사 승인받고 명함을 직접 제작하려 합니다.
어쨌든 이번주엔 사회성 후퇴(?)를 막았습니다. 앞으로도 여러 이벤트에 참석하러 부지런히 돌아다니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