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나의 첫 자유: 더블린에서 시작된 해방감

유럽 여행기

by 노마드젼
영어를 향한 결심


해외살이가 처음은 아니었지만, 중문과인 덕분에 나는 계속 아시아에만 머물러 있었다.


물론 영어를 아주 못하는 건 아니었다. 꾸준히 전화영어도 했고, 주변에 영어 잘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부끄러워서 제대로 말을 꺼내지 못하는, 전형적인 한국인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영어를 자신 있게 하고 싶다.

그리고 영어를 실제로 쓰는 나라로 가기로 했다.


런던 한달살기
언어는 시험이 아니라 경험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중국어 공부처럼, 시험이나 학교 수업에 얽매여 시간을 낭비하지는 않을 것이다. 진짜 언어를 배우고, 진짜 경험하며 살아보는 것이 목표였다.


갓 스무 살 즈음, 나는 중국어 스트레스로 중국 천진에서 1년 정도 어학연수와 교환프로그램을 경험한 적이 있다.

당시엔 말도 제대로 못 알아듣고, 듣기도 어려웠다. 중학교, 고등학교 때 조금 일찍 배운 중국어 덕에 수준에 맞지 않는 높은 반에 배정되었고, 나는 위축된 채 수업을 따라가야 했다.


좋은 시험 성적과 달리 회화 실력은 거의 없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이미 언어는 말하고 듣고 쓰고 읽는 모든 과정이 따로 놀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여기저기서 말 잘하는 친구들을 보면 부끄럽지만 이런 생각을 했더랬다.

"나보다 시험성적은 안 좋으면서 잘난척하기는"


이번에는 다르다. 이번에는 여행이 목적이다. 유럽을 질리도록 돌아다니면서, 진짜 언어를, 진짜 삶을 경험할 것이다. 수업? 시험성적? 강아지나 주라 그래!


아일랜드, 첫 발걸음


아일랜드, 더블린.
도착하자마자 내가 할 일은 집을 구하고, 비자를 신청하고, 학교를 다니는 것.


집은 한인 커뮤니티를 통해 찾았다. 2주간 지낼 수 있는 셰어하우스였는데, 지금 생각하면 위치가 꽤 위험했다.

한국인 룸메와 방을 함께 쓰는 방식이었고, 다른 방에는 브라질 학생들이 가득했다. 청결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놀랍게도 벌레가 거의 없었다.


아일랜드에는 그 흔한 모기가 없단다. 대만에서 오래 살아서 벌레 천국을 경험했던 나에게는 작은 기적처럼 느껴졌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시선


룸메는 거의 집에 없었다. 대부분 시간을 일하며 지내고, 첫 해외살이에 실망하고 예정보다 일찍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다음에 오면 조금 더 자금을 마련해서 조금 덜 일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도착 2주 전까지 일하던 나는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돈이 없어서 못 쓰는 것과, 돈이 있어도 일부러 쓰지 않는 것은 느낌이 달랐다.


그래서 돈은 모든 면에서 생각보다 중요하다.

나는 막 도착한 터라 모든 것이 새로웠다. 좁고 조금 지저분한 공간도, 남들과 함께 쓰는 방도, 모든 게 좋았다. 내가 선택한 것이기에, 충분히 괜찮았다.


처음 맞이한 새로운 환경은 완벽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는 새로운 해방감을 안겨 준 소중한 순간이었다. 지금까지 얽매였던 일상과 규칙에서 벗어나, 내가 직접 선택한 삶. 이 자유로운 경험이, 앞으로의 여정을 더 설레게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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