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메단 공항에서부터 ' 답답함' 이 시작되었다. 솔직히 공항이 좀 클 줄 알았는데 참 어이없게 끝났다. 비행기에서 내려서 줄 한번 서고 그냥 지나가니 끝이다. 이건 우리나라 지방공항보다 훨씬 작다. 그래도 제3의 도시라 기대를 한 모양이다.
메단은 도착부터 떠날 때까지 이번 여행의 최악의 도시였다. 환전부터 삼륜 인력거인 ' 베짝'까지..... 뭘 해도 흥정해야 하고 그 흥정은 말도 안 되는 금액부터 시작한다. 아예 흥정하고자 하는 의지를 꺾어버린다. 그냥 손사래를 치면 귀찮아서 그들이 원하는 것을 줄 때까지 매달린다. 날은 찜통에, 눈을 못 뜰 정도의 매연, 소음.... 빨리 벗어나야 했다. 거기다 무슨 북한 사람 아니냐 라는 말을 계속하는 건지......
솔직히 인도네시아 중 굳이 ' 메단'으로 온 이유는 단 하나, 또바 섬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유명한 자카르타, 족자, 발리는 언제든지 마음먹으면 갈 수 있다. 하지만 화산이 분출하여 만들어진 ' 또바 섬'은 2013년만 해도 가본 사람이 드문 곳이었다. 정보도 많지 않았고 가본 사람들은 ' 천국'이라고 표현을 했다. 이 호기심은 나의 ' 모험심'을 자극했다.
또바 여행은 ' 현지인 컨셉'을 택했다. 그들이 타는 승합차를 타고 현지인처럼 가보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나의 오판이었다.
동남아 시장이 그렇듯 일본차들이 정말 많다. 지금이야 우리나라 차도 많지만 예나 지금이나 일본차가 정말 많다. 우리가 타기로 한 '승합차'는 개조에 개조를 더했다. 연식은 한 40~50년은 되어 보인다. 진짜 고물이라 굴러가는 게 신기할 정도다.
우리가 탈 버스는 미니버스다. 돈이고 나발이고 좀 더 좋은 것을 택했어야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걸 타지 않았을 텐데 하는 후회가 물밀려 왔다. 오늘 안에 또바에 도착해야 해서 이제야 바꿀 수는 없었다. 거기에 우리 세명이 탈 수 있는 곳은 저 뒷좌석밖에 없었다. 내부를 보니 더 가관이다. 에어컨은 당연히 없다. 창문은 열고 닫는 것도 몇 개만 있고 아예 움직이지 않는 곳도 많다. 창문을 열자니 매연에 질식해서 죽고, 창문을 닫자니 담배연기와 찜통더위, 냄새 덕에 죽을 것 같다. 이래저래 죽는 것을 보니 이래서 지옥이라고 했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하.... 이렇게 5시간 이상을 가야 한다니'
'지금이라도 바꿀까? '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버스기사는 정말 ' 지 맘대로 운전'을 했다. 손님을 배려하는 것은 1도 없다. 버스 안에서 계속 줄담배를 피웠고, 음악은 계속 시끄럽게 틀었다. 담배연기에 질식해서 죽을 것 같았다. 아니,,,, 실내에서 버스 몰면서 담배라니....... 버스 안엔 여자와 아이들도 많았고 심지어 임산부도 있었다. 전혀, 개의치 않는다. 버스 안은 찜통이다. 하지만 그 더위보다 담배연기에 질식해 죽을 것 같았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 휴게소 비슷한 마을에 잠시 내린다. 밥 먹으란다. 이미 엄마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 있다. 음식을 먹고 싶은 생각이 1도 없다.
"얼마나 가야 되니?"
엄마가 지친 기색으로 묻는다. 짧게 2시간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솔직히 나도 모르겠다. 대략 4~5시간이 걸린다고 했는데 이렇게 쉬면서 가면 택도 없다. 정류장도 없는데 사람이 손들면 정차한다. 악명 높은 또바 가는 지옥의 길은 시작도 안 한 것 같다.
그나마 담배연기 속에서 벗어나 약간의 프레쉬한 공기를 마신 것에 감사했다. 우릴 태운 버스는 또 달리기 시작했다. 솔직히 저렇게 잘 굴러가는 게 신기할 정도다. 우리나라에서 쓰던 중고차를 인도네시아로 수출, 개조해서 다시 몇십 년 동안 탄다는 말이 사실이었다. 그렇데 다시 담배연기 속 지옥의 드라이브는 시작되었다.
버스는 포장되지 않은 길을 계속 달리고 있다. 도로는 일 차선으로 보이는 아슬아슬 2차선을 달린다. 앞에서 오는 차와 거의 부딪힐 정도인데도 신기하게 잘 간다. 외길 급커브에서도 속도를 안 줄인다. 아~~ 사고 날 것 같은 아슬아슬한 순간의 연속이다. 왜 또바 여행은 인도네시아 오지탐험이라고 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난 담배를 연신 피우는 그 기사를 용서하기로 했다. 이 정도 지옥길에 사람들의 목숨이 이 젊은 버스기사에게 달렸다. 이해한다. 담배라도 피워야겠지.
우리 식구는 모두 멀미를 했는데 초반에 평지에서 멀미가 시작되었다. 아이는 멀미와 더움에 지쳐서 잤다. 그래 차라리 자는 게 나았다. 엄마는 이미 얼굴이 사색이 되어 있다 괜찮아 보인다. 알고 보니 또바로 가는 오지길이 너무 험하고 기사가 운전을 기가 막히게 아슬아슬하게 해서 멀미가 달아난 것이다. 땀은 줄줄, 담배연기 자욱, 차는 언제 퍼질지 모르고 길은 곧 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그렇게 힘든 5시간이 넘어간다. 아직도 멀었나? 하는데 갑자기 무언가 바뀌는 것을 느낀다. 주위 풍경도 바뀐다. 호수인지 바다인지 모를 광경이 버스 안에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와~~~~"
광경이 펼쳐졌다. 이걸 보자고, 그 지옥을 달려왔다는 생각에 울컥했다.
'천국을 보자면 지옥을 건너야 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근데 이거 바다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든다. 호수라는데 완전 바다다.
자던 아이도 일어났다. 엄마도 화색이 돌았다. 다~~ 용서하리라. 하지만 여기가 또바는 아니었다. 아 파라팟 선착장이다. 여기서 우린 섬으로 가는 페리를 타야 한다. 괜찮다. 여기가 이 정도인데 ' 또바는 얼마나?'하하는 기대감이 더해졌다. 더불어 지옥을 벗어났다는 안도감에 천국이 더 천국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