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낙원, 오지 또바 여행기 2>
또바 섬에서 일주일은 편안했다. 무얼 하지 않아도 그 섬에 있다는 것 자체로 평화로움을 주었다. 바쁨속에서 벗어나 힐링을 하는 느낌. 조금은 느리고 조금은 불편하고 아직은 정이 남아 있는 곳. 그곳에서 생활을 비교적 무난했다. 천국치고는 한 게 없다.
아침 일어나서 호수에서 다이빙하면서 씻기
토스트, 계란, 주스 등으로 간단하게 식사
섬 탐험 < 그냥 시골이다. 산길도 있고 호수길도 있다, 스쿠터를 빌려 다니면 참 좋다>
각국에서 온 여행자 및 숙박객들과 카페에서 정보교환, 이야기
저녁 바비큐 파티나 숙소, 마을에서 하는 이벤트 참여
물론 당대 최대 여행 가이드 ' 론리플래닛'에 소개되면서 점점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섬은 점점 발전했다. 비싼 게스트하우스, 호텔 많고 그에 반해 아직은 소소하게 민박처럼 운영되는 곳도 있다. 우린 전통 ' 바틱 스타일'의 조그마한 호텔을 택했다.
솔직히 이런 ' 보물 같은 여행지'를 발견했을 때 양가감정이 든다.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줘야지'
'나만 알면 좋겠다'
수많은 아름다운 곳들이 쉽게 빨리 변해간다. 사람들이 몰려들고 자본이 들어오면서 그 색을 너무나도 빨리 잃어가는 것을 보았다. 태국의 푸껫, 피피섬이 그랬고 여행자의 고향이라 불렸던 ' 카오산로드'가 그랬다. 지금은 ' 치앙마이'도 그리 변해가고 '빠이'도 여전히 조짐이 보인다. 그때마다 안타까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모든 게 다 똑같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나 같은 여행자는 또 다른 사람의 손길이 덜 닿는 곳을 향하게 된다. 또바만큼은 지켜주고 싶다.
함께 공존할 수는 없는가....
항상 숙제다.
또바는 실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호수다. 그냥 호수가 아닌 4번이나 화산이 분출하여 만들어진 '칼데라 호수'다. 평균 수심 자체가 20미터, 최고 수심 900미터, 이건 말이 호수지 바다다. 서울 면적의 2배 정도 크기라도 하니 처음 온 사람들이 하나같이 이 호수를 보고 ' 바다라고 ' 착각을 아니할 수 없다. 하지만 호수 물을 맛을 보면 안다. 담수이다.
또바 호수 원주민은 ' 바탁족'이다. 인도네시아인 대부분이 이슬람교인데 이 바탁족은 기독교이다. 섬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조그만 무덤처럼 보이는 곳들이 있다. 모두 십자가가 세워져 있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 기독교'가 전파되기 이전까지 ' 식인 풍습' 이 있었다는 말은 아직도 맴돈다.
우리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곳은 거의 카페와 숙박을 겸한 민박이다. 좀 특이한 게 있다. 민박주인 남편은 또바 원주민, 아내는 독일 여자이다. 여행 온 독일 여자가 또바의 매력에 빠져 머물게 되었고 둘은 결혼을 했다. 벌써 이곳에 정착한 지 6년이 넘었다고 한다. 남편이 7살 연하라고 한다. 문화도 식습관도, 가치관도 다를 터인데 이렇게 함께 민박을 운영하면서 사는 것을 보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우선 독일 여자는 많은 것을 내려놓고 왔어야 할 것이다. 독일에서의 모든 편리함과 문화, 친구들과 가족까지,,,,, 남자는 이방인과 결혼하면서 종교적, 문화적으로 혼란과 부족의 반대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 것을 보면 결혼이란 것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맞춰가는 것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특히 건강한 관계일수록 옭아매거나 자신의 틀에 가두지 않고 상대방이 자신답게 살게 응원해주고 격려해준다는 말이 떠 오른다.
매일 새벽이 되면, 민박 주인 남자가 반바지만 입은 채 호수 근처로 간다. 슬리퍼를 끌고 어그적 어그적...... 뭐하나 싶은데 바로 호수로 다이빙이다. 거기서 씻고 세수하고 머리까지 감고 그대로 나온다. 저녁에는 생선구이가 올라왔는데 그것도 호수에서 낚시를 한 것이다. 호수에서 모든 것을 다 해결하는 셈이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호수에서 각종 볼일도 본다고 한다. 뭐, 호수가 바다처럼 크니깐 이해한다. 또바 호수는 그들의 삶의 원천이고 삶 그 자체인 것이다.
솔직히 또바로의 여정이 너무 힘들어서 다시 올 엄두를 못 내겠다고 생각했다. 최근에 이 여행기를 쓰려고 자료조사를 하다 보니 이젠 예전보다 훨씬 교통편도 다양해졌다. 근처 공항까지 비행기도 다니고 길도 많이 정비가 되었다. 물론, 호텔과 편의시설도 많이 생겼다. 당시에는 다시 못 올 느낌으로 또바에 머물렀다. 그래서인지 더 소중하고 그곳에서 별다른 것을 하지 않아도 안락했던 것 같다.
없으면 없는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즐겨도 괜찮았다. 기온도 여행하기 딱 좋았다. 비교적 선선했다. 동남아 특유의 답답함, 찝찝함이 없었다. 가끔 스콜성 소나기가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있었으나 비가 와도 별로 걱정안했다. 금방 그칠거니깐.
나와 우리 가족에겐 천국 같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사람들도 그리 많지 않았다. 관광객에게도 너그러웠고 그렇게 힘든 길을 참아가면 자신들을 방문해준 이들에게 친절을 베풀었다. 슬슬 다시 '또바 호수'를 다음 여행지에 넣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