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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작가K Dec 05. 2022

동남아시아에서 바퀴벌레와 함께 공존하는 법

여행이란, 살기위해 때론 내 오래된 생각을 변화시키는 것

 

인도네시아 또바에서 출발한 우리는 바로  말레이시아 페낭으로 갔다. 거기서는 페낭 <말레이시아> - 핫야이 <태국> - 방콕 구간을 기차로 여행하기로 했다.


동남아시아 국경을 넘는 법은 매우 다양하다. 차로 이동, 기차, 버스, 배, 비행기..... 대부분 나라가 육로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태국에서 말레이시아로 내려올 때, 우리는 미니밴 < 승합차>을 타고 국경을 넘었고 다시 말레이시아에서 태국으로 올 땐 미니밴 +기차로 국경을 넘었다. 그 정도로 수속이 간단하고 국경을 넘는 것도 쉽다.










  페낭에서 핫야이 구간까지는 미니밴으로 이동을 했다.  핫야이에서 우리는 방콕까지 기차를 탈 것이다. 대략 16~18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1등석, 2등석, 3등석..... 역시 자본주의 세상이라 그런지 돈을 많이 낼수록 두 다리를 쭉 뻗도 잘 수 있는 옵션을 선택한다.


거의 하루가 꼬박 걸릴지도 모르는 장거리라 ' 침대칸'이 있는 좌석을 필요했다.  우린 2등석 침대칸, 에어컨을 예매했다.  위칸보다는 아래칸이 덜 흔들리다고 해서 총 4칸 중 3칸을 예매했는데 다행히 나머지 한 칸에 다른 사람이 타지 않았다.. 기차를 타고 8시 정도가 되니 갑자기 승무원이 온다.  ' 뚝딱' 침대로 바꿔준다.  위쪽에서 시트도 꺼내더니 완벽한 침대로 바뀌었다.



기차는 다소 덜컹거려 불편하긴 했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비행기와 버스, 차 안에서의 답답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미리 시킨 음식을 승무원이 내가 있는 좌석까지 음식을 배달해주었다.  이렇게 음식을 시키니 당연히 주위에 ' 바퀴벌레 친구들'이 살고 있다.  누워있는데  갑자기 바퀴벌레가 기차 벽에 붙어 지나간다. 참고로 동남아시아의 바퀴벌레 사이즈는 엄청 크다~ 한국 바퀴벌레는 그냥 애완용이다. 이건 뭐~ 크키도 크고 통통한게 상상이상이다.


"캭~~~"

엄마는 난리가 났다. 나는 애써 이 사태를 수습하려고 했지만 너무나 크고 빨라서 어찌할 수 없었다. 때려잡기에도 그 이후가 상상하기에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마침  승무원이 온다. 


"여기 바퀴벌레가 있어요"

승무원은 씩 ~~ 웃더니 익숙한 단어를 이야기한다.

"노 프라 블룸"


마침 아까 그 바퀴벌레가 승무원 근처를 지나간다. 

"아~~ 저기 저기"

승무원은 침대에서 방방 뛰는 우리를 보고 "오케이 오케이~"하더니 쥐고 있는 팸플릿으로 그냥 때려잡았다.  그게 끝이었다.  이들에겐 바퀴벌레는 ' 모기' 나 ' 파리'와 별다른 게 없는 것이다. 조금 많이 큰 그냥 벌레이다. 그냥 그 사체 현장을 보고 있자니 치우는 것보다 그냥 그들이 살게 나두는게 마음 편할 것 같다.



우리 같으면 방역에 홈키파에 난리였을 것이다. 솔직히 홈키파로도 워낙 빨라 잡혀지지 않을 것 같다. 그냥 추격전을 벌이다 놓칠 각이니.... 아니 그것도 손님이 타고 있는 침대칸에 바퀴벌레 출몰이라~~ 상상도 못 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이렇게 나름의 생활 방역을 하고 있었다. 그 뒤로도 2번 정도 죽은 바퀴의 친구들은 더 나타났다.  첫 번째만큼 난리는 아니었지만  한 마리는 그냥 신발로 때리고 나머지는 그냥 보내드렸다. 솔직히 너무 빨라 그가 우릴 보내준 것일지도 모른다.



솔직히 이 동남아시아 바퀴벌레와의 인연은 내가 19살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에 입학하고 첫여름 방학, 친구와 첫 동남아시아 배낭여행을 갔다. 당시 예산이 적어 카오산로드에 있는 2천 원도 안 하는 숙소를 잡았다. 그 숙소는 정신병원처럼 하얀 페인트 칠이 된 큰 방에 천장에 압도적인 크기의 '선풍기'가 있는 침대만 있는 방이었다. 당연히 공용 샤워, 화장실이다. 싼 방에 묵을 수 있음에 감사했다.



하루 종일 걷고 긴 장함 속에서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침대에 자기 시작했다. 살짝 추워져 선풍기를 껐다. 한참 지났을까? 갑자기 이상한 소리에 잠이 깼다. 친구는 이미 곯아떨어졌다. 큰 소리는 아닌데 느낌이 이상하다.


"지희야. 이상한 소리 들리지 않아?"

"응? 뭐가" 나는 자는 친구를 깨웠다.

"아까부터 이상한 소리 들려. "

"불 켜봐 봐~"


나는 벽으로 가서 불을 켰다. 그 순간, 정말 믿기지 못한 장면이 눈앞에 펼쳐진다. 모세의 기적처럼 뭔가 순식간에 까만 물체들이 우리의 배낭에서 모였다가 '확~~~' 사라진 것이다.


"아~~ 놔~~"


수십 마리의 바퀴벌레였다. 그렇다. 우린 정말 싼~~ 바퀴벌레 소굴에 던져져 있었던 것이다. 배낭 옆 과자 봉지와 과일 옆에서 어둠 속에서 그들만의 파티를 하고 있다~ 불을 켜는 순간 익숙한 장소로 순식간에 사라진 것이다. 그것도 수십 마리가~~~ 엄청난 크기의 전혀 귀엽지도 않은 무시무시한 놈들.... 


그때 처음 알았다. 바퀴벌레가 그리 빠른지. 

그때 처음 알았다. 어둠 속에서 갑자기 빛을 보면 그렇게 확~~ 사라질 수 있는지. 

그때 처음 알았다. 바퀴벌레도 그렇게 집단으로 행동을 하는지..



그때 모든 배낭을 다 털었고  정리를 한 후 입구를 막았다. 일단 천장의 대형 선풍기를 다시 틀었다. 대형 팬으로 이들을 다 날려가길 바라면서. 


그러면서도 그 바퀴들이 무서워 하얀 침대 시트를 버리까지 뒤집어쓰고 밤새 잤던 기억이 있다. 이튿날 숙소 주인에게 이 엄청난 사태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도~~ 그들은 ' 노 플라 블룸'이었다. 

 

이렇게 어디선가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바퀴 친구들과 우린 20시간이 넘게 함께 기차여행을 했다. 기차의 연착에 연착을 거듭하여 이제 기차에 대한 호기심이 다할 무렵에서야 꾀죄죄한 우리를 '후알라롬퐁'역에 내려줬다.


동남아시아에서 바퀴벌레는 그냥 파리, 모기의 일종이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잘 되진 않지만 내 생각을 좀 변화시키는 게 마음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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