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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작가K Dec 01. 2022

여행할 때 무조건 기록을 해야 하는 이유

기록은 기억을 넘어선다

또바 섬에서 일주일을 지내면서 오래간만에 마음의 평안을 찾았다. 더 이상 이 숙소, 저 숙소를 옮기지 않아도 되었고 한 곳에 쭉 머물렀다. 그동안 지출한 비용도  다이어리에 적어가며 여행의 의미를 다시 느껴본다. 지금 이렇게 몇 년이 지났음에도 잘 기억을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그때 찍은 사진과 기록 덕분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내가 가진 배낭의 크기가 나의 욕심임을 깨닫는다. 한국에서 출발할 때 모든 것을 다 집어넣고 빵빵하게 출발한다. 하지만 숙소에 도착하면 아예 꺼내지도 않은 것들이 비닐봉지에 쌓인 채 그대로 있다. 


'그땐 이게 필요하다고 생각했겠지?'


가만 생각해보니 나의 배낭과 캐리어는 쓸데없이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여행을 자주 할수록 배낭의 크기와 부피는 적어진다. 각 여행지마다 현지에서 산 것들로 다시 채워지고 한국에서 가져간 것들을 버리기도 한다. 어느 곳에서는 한국에서 바리바리 싸간 것을 다 나눠주고 오기도 한다. 


우리의 인생도 비슷한 것 같다.


뭐든지 쟁여놓고 내 것이 되지 않으면 불안한 마음, 그러다 어느 정도 나이를 먹게 되면 남들과 함께 나누면서 사는 세상이 훨씬 여유가 있음을 알게 된다. 물론 곳간이 차야 인심이 난다. 하지만 이런 마음도 항상 가지고 있어야 여유가 있을 때 나눌 수 있는 것 같다.


간혹 가다 사소한 것에 감동을 먹기도 한다.


한국에서 옷을 많이 가져가지 않았다. 각기 세벌 정도였으니 간단한 것은 숙소에서 그냥 빨았다. 또는 공용 세탁기에 돌렸다. 때론 모아서 현지 '런드리 서비스'를 맡겼다. 우리 세탁소는 많이 비싸지만 동남아 쪽은 인건비가 비교적 싸다. 아이 팬티까지 다림질이 되어 이튿날 배달이 온다. 감동이다. 향긋 향긋한 빨래 냄새에 기분이 좋아진다. 사소한 것에 감동하는 순간이다. 다 사람 사는 곳이다.




다이어리의 기록을 보니 6살 아이에게도 소소한 임무를 주었다. 아이라고 맨날 싸고 돌아다니는 게 아니다. 아이가 천식이 있는지라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지만 자꾸 뭐든지 시키고 부딪혀보아야 한다.


매일 신발정리

2~3일에 한 번씩 자기가 신은 양말을 빠는 것

숙소 이동시 자기 배낭은 자기가 싸는 것


6살짜리가 양말을 빨면 얼마나 잘 빨았을까? 흉내 수준이지만 하고 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다시 내가 빨았다. 엄마는 왜 일을 두 번 하냐고 그랬지만 이런 경험 하나하나가 나는 교육이라 생각한다. 어린아이라고 다 해주기보다는, 여행을 하면서도 구성원으로서 해야 할 일과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여 정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행기간 동안 과일과 과일주스를 정말 많이 먹었나 보다.  매일처럼 시장에서 사 먹었다. 하긴 동남아에서 이것을 많이 먹는 게 남는 것이다. 


'패션후르츠, 망고, 망고스틴, 잭 프루츠,,,,,' 우리나라에선 잘 먹을 수 없는 열대과일의 기록은 내 침을 고이게 한다.



여행을 하면 되도록 많은 사진을 남기자. 다이어리는 세세한 기록을 남기기에 좋다. 하지만 여행 시 사진을 찍고 그 뒤에 일자나 장소를 기록하면 그 느낌을 그대로 가져갈 수 있다. 예전 드라이브가 날아가는 바람에 사진이 몇 장 없는 게 참 아쉽다. 기록은 기억을 넘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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