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인생의 속도를 조절하는 것
3대가 움직이는 배낭 여행 일정은 원래 이렇게 짰었다.
part 1 태국 중부 <방콕, 아유타야, 칸찬나부리등>- 북부 < 치앙마이, 빠이, 치앙라이> - 남부지역과 섬 <끄라비 및 푸껫>
part 2 말레이시아
part 3 인도네시아
part 4 말레이시아에서 태국 육로 여행하면서 못 가본 곳 훑어보기
목적지의 큰 틀과 첫 숙소만 예약을 했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여행을 하다 보니 딱딱 떨어지는 스케줄은 스트레스가 될 것 같았다. 내 스타일과 조금은 달라도 시간적, 공간적 여유를 많이 두고 싶었다. 더 머물고 싶은 곳은 더 있고, 생각보다 정이 안 가면 조금을 일찍 가고, 컨디션이나 건강이 안 좋으면 속도를 조절하자.
지금 생각하면 엄마에게 참 미안하다. 생애 첫 해외여행이라는 것을 가는데 처음부터 힘든 배낭여행을 시작했다. 남들은 효도여행, 패키지, 온천여행이다 하는데...... 결국 이 여행 후 엄마는 다시는 해외여행을 안 간다고 했다. 몇 년이 지난 지금, 그때를 회상하면서 '그래도 즐거웠다'라고 하신다.
배낭여행은 체력이 있어야 한다. 패키지, 온천여행은 나이가 언제여도 갈 수 있다. 그러므로 조금이라도 체력이 남아 있을 때 가보자~는 나의 이기적인? 판단을 따라준 엄마가 고맙다.
나는 하필 왜 이 순간, 이런 여행을 떠난 것일까?
그렇게 미친 듯 앞만 보고 달리다 이때 왜 ' 멈춤'이라는 것을 택했을까?
' 끌어당김의 법칙'에 의하면, 신은 중요한 기로에 섰을 때 항상 우리에게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려준다고 한다. 중요할수록 언어적인 것이 아닌' 비언어적인 ' 것으로. 어떤 것은 직감, 사물, 느낌일 때가 있고 갑자기 책을 보다 튀어나온 글귀 일 수도 있다. 어떤 때는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서 일 수도 있다.
내겐 항상 직감이었다. 그것도 '새벽에 오는 직감' '이때가 아니면 안 되겠다는 직감'
나는 나에게 물음표를 잘 던진다.
'잘 가고 있니? 네 방향이 맞니? 너답게 살고 있니?'
이런 물음표에 대한 대답은 당시엔 항상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보면 나를 항상 바른 방향으로 이끌었다. 남의 시선이 아닌 온전한 나로 살게 했다. 당연히 나는 후회란 것을 거의 하지 않는다. 내가 선택한 것이 매번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나를 배우고 성장하게 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 이 3대가 함께한 배낭여행'에 대한 나의 질문은 이러했다.
'나이 60을 앞둔 엄마의 건강이 나빠지면서 언제 배낭여행을 할 수 있을까? 아니, 여행이란 것을 할 수는 있을까?'
'몇 년 뒤 초등학교를 가면 6세 꼬마는 학교와 공부에 바쁘겠지. 아이와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을까?'
'나는 진급을 또 하면 몰두, 안 해도 몰두하겠지. 재정비를 할 시간인가? '
여행은, 인생의 속도를 조절하는 법을 배우게 한다. 예기치 못한 일들에 당황하기도하고 계획했던 것들을 내려놓기도 한다. 기대하지 못했던 장소에서 낯선 이를 만나고 그들로부터 환대도 받고 기분 나쁜 경험을 하기도 한다. 갑자기 아프기도 한다. 함께 했던 누군가의 몸에 이상이 생겨 병원에 가면서 모든 일정을 다 쉬어야 할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적지로 가는 게 맞다면, 조금은 늦은 들 어떠한가? 한참 가다가 방향을 전환하는 것보다 빠를지 누가 아는가?
그런 점에서 여행을 한다는 것은 인생을 압축한 것과 닮았다.
여행의 속도는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다. 어떤 일이 생기는 것,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방향을 잃지 말라는 신의 다독임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