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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작가K Dec 12. 2022

45일간의 가족 배낭여행 후 남은 것들

여행은 사람을 유연하게 만들더라

2013년 5월 뜨거운 여름,

난생처음 앞만 보고 달리던 내가 처음으로 ' 멈춤'이라는 것을 택했다.   진급을 위한  최상의  커리어를 애써만들어 놓고' 가족배낭여행'을 간다고 진급심사 1년 앞두고 ' 휴직'을 한 돌아이가 되었다.



걱정되는 앞으로의 일은 잠시 내려놓고, 내 곁의 사람들을 한 번만 둘러보기로 했다.


'까짓것, 진급 좀 느리게 하면 어떠냐'

라는 이런 마음 반. 하지만,

' 휴직한다고 1차 진급 안되리란 법은 어디 있나?'

라는 조금은 덜 내려놓은 마음도 인정하기로 했다.


어찌 되었든, 일단 지금은 내가 마음먹은 것을 실행하는 게 옳다는 강한 ' 직감'이 있었다. 앞으로의 일은 여행을 다녀와서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게 호기롭게 떠난 3대 가족 배낭여행,


수많은 여행 중, 배낭여행이 주는 의미는 조금은 다르다.  유통기한이 있는 우유 같다고나 할까? 나이가 들 수록 시도하기가 힘들어진다. 솔직히 사서 고생인 듯 한 느낌도 없잖아 있었다. 모든 루트를 내가 짜야했고 숙소ㆍ식사ㆍ몸컨디션  체크등 신경쓸게 너무많았다. 국경을 넘을때마다 전적으로 다 내가해야하는  6살짜리 꼬마와 60세 다된 엄마의 서류들까지.



그냥 남들처럼 편한 패키지여행을 다녀왔다면 몸은 한결 편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랬다면 특별함도, 지금까지 남은 당시 감정과 시간을 기억하는 일은 훨씬 줄지 않았을까 한다. 더 예측할수 없었고 돌발상황도 많았다. 그러면서 우리는 더 성숙했다.



 45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우리 셋은 약속이나 한 듯이 모두 앓아누웠다. 한국에 오는 날을 기다렸듯이 38도에 이르는 팔팔 끓는 고열에 시달렸다.  긴장감이 풀리면서 모든 게 스르르 녹아버렸다.



여행을 다녀온 후 많은 것이 변했다면 그것은 착각이다. 잠시나마 당시엔 그 장소에선 변했다고 느꼈다. 하지만  빠르게 예전 습관으로 복귀했다.


'역시, 사람은 안 변해 ㅎㅎ'



단 하나 변한 게 있다면  삶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은 유연해졌다는 것이다.


엄마는 이제 다른 사람이 만든 음식과 집떠나면고생이라는 편견에서 조금은 관대해졌다.

6세 꼬마는 조금 더 독립적이 되었고 세상을 호기심있게 보았다.

나는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내려놓음을 택했다.  조금은 남들보다 뒤쳐져도, 느려도 나는 괜찮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냥 세상의 시선보다 내 시선에서 살아가는게 더 재미있음을 다시 느꼈다.




여행이란 그렇다. 마치 인생을 압축해놓은 지도 같은 것, 그리고 진정한 나를 마주하는 것.




짐을 싸는 일만 해도 그렇다. 출발 전엔 다 필요할 것 같았다. 그래서 바리바리 챙겼건만 정작 돌아올 때는 온통 다른 것으로 채워져 있었다. 심지어 현지에서 오히려 불필요한 것도 많았다. 그렇게 우리는 여행을 마주하며 인생에 진짜 필요한 것을 알아가는 것 같다.






에필로그


여행 후 몇 개월 뒤 복직을 했다. 그리고 소령으로 1차 진급을 했다. 더불어 10년 동안 떨어졌던 해외 위탁교육도 합격했다. 사람의 셈법으로는 안될 결과다. 인생은 계산한다고, 계획 세운 다고 다 그대로 되는 게 아님을 다시 깨달았다.


  다만 그 순간에서만큼은 좋은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먼 미래보다는 오늘 하루에 조금더 충실할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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