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예기치 않은 만남의 연속
또바에서 나와 다시 메단 공항으로 갈 때는 조금은 더 현명해지기로 했다. ' 프라팟 선착장'근처에서 여행자들을 모아 달리는 승합차를 타기로 했다. 처음 올 때보다 몇 배이상의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노 에어컨, 버스 안에서 피는 줄담배, 찜통더위~ 안녕!'
확실히 돈을 지불한 만큼 돌아가는 길은 매우 쾌적했다. 올 때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가만 생각해보니 오는 길이 지옥을 연상할 만큼 험난하고 힘들었기에 또바의 일주일이 더 귀하게 느껴진 게 아녔을까?
가만 보면 태국 ' 빠이'로 가는 길이 그랬다. 저번에 소개했던 해외에서 살고 싶은 1순위로 나는 ' 치앙마이'를 꼽은 적이 있다. 치앙마이에서 더 위쪽에 위치한 빠이는 여행자들의 또 다른 쉼터이다. 미니밴으로는 3~4시간 정도 걸린다. 하지만 가는 길이 또~~ 만만치 않다.
' 천국을 보려면 기꺼이 지옥을 거쳐라'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또 다른 곳.
그 유명한 762개의 급커브 구간의 고개를 넘어야 한다. 급경사의 's자 커브' 762개를 차 안에 함께 돌다 보면, 멀미약을 미리 먹었음에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이 빠이로 가는 길의 ' 운전기사'도 인도네시아 ' 또바' 기사만큼 운전 실력이 좋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그래도 또바로 가는 길이 더 험난했던 것 같다.
하지만 항상 여행은 예기치 않은 만남을 준다. 정말 오래간만에 느끼는 편함속에 내 몸을 맡기고 메단 시내에 이르렀다. 아까부터 조금씩 막히던 구간이 아예 멈춰버렸다. 또다시 메단의 소음과 교통체증에 갇히게 되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문을 열지 않아도 쾌적한 에어컨이 있어 ' 매연'부터는 잠시 해방될 수 있는 것이다.
벌써 1시간 전에 도착해야 하는 우리 차는 아직도 길 한복판이다. 슬슬 걱정이 된다.
"비행기 시간 얼마 안 남았는데 갈 수 있어?"
"노 프라 블룸"
이 놈의 노 프라블룸은 동남아의 시그니처인가 보다 뭐든지 노프라블룸이란다. 그들에게서 한번이라도 'problem'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들의 프라블룸 기준이 의심스럽다. 아직도 한참을 더 가야 하는 것 같은데.....
10분, 20분이 지나고 차는 더 기어간다. 함께 탑승했던 백인 외국인들이 점점 시끄러워진다. 그들도 우리처럼 메단에 비행기를 타나보다. 이러다가 비행기를 놓칠 것 같다.
"엄마! 비행기 놓칠 것 같아요"
꼬마도 연신 불안한 기색을 내보인다. 이미 엄마는 눈을 감았다. 짜증이 밀려온다. 이놈의 메단과의 인연은 정말 악연이다. 길바닥에서 2시간째이다.
'아~~~'
공항 입구가 서서히 보인다. 가방을 들고 우리 셋은 미친 듯이 뛰었다. 뭘 챙겼는지 뒤에 누가 따라오는지 모르다. 함께온 일행과 인사도 못했다. 나라도 먼저 도착해야했다. 그렇게 정말 간단하고 작은 공항을 가지고 있던 인도네시아 메단에서 말레이시아로 가는 비행기를 수속 마감 5분 전에 도착했다. 비행기 놓칠 뻔했다. 분명 에어컨 택시를 타고 온 것 같은데.... 왜 다시 땀에 절여져 있는지는 미스터리다.
첫 만남부터 마지막까지 잊지 말라고 이런 추억을 남겨주는구나!
' 진짜로 안녕이다! 메단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