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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작가K Nov 25. 2022

내가  화장실에서 스쿼트를 하게 된 이유

여행은, 당황함에도 불구하고 해결하는 방법을 찾는 것

내가 처음 태국을 여행했을 때 가장 당황한 것 중 하나가 있다. 바로 ' 화장실' 이다.


20대, 첫 배낭여행 때 아니나 다를까 배탈이 났다. 나는 선천적으로 과민성 대장증후군이 있다. 음식을 조금만 잘못 먹거나 과식을 해도 설사를 한다. 우유 같은 것은 꿈도 못꾼다. 장거리 이동이나 중요한 행사를 앞두면 이런건 무조건 패스~. 하지만  태국에 도착하자마자 배탈이 났다.



근처 화장실로 직행했다. 하지만 변기에 앉지 못하고 한동안 우두커니 서있었다. 바로 낯선 화장실 형태였다. 내가 살아오면서 겪은 화장실은 좌식, 수세식, 푸세식이다.  태국에서 처음 만난 변기는 양변기 스탈인데 변기커버가 없었다. 더욱이 난감한 건 휴지가 없다.



변기커버가 없으니 양변기의 좌우는 너무나 얇아보였다.  수많은 생각이 오갔다.


'그냥 저기 앉는 건가? 빠질 것 같은데'

'저 변기 위로 올라가서 앙거 자세인가?'

'그래 볼일 봤다고 치자. 화장지가 없는데 어떡하지?'

'저기 저 호스는 뭐야. 설마 비데처럼 똥꼬에 쏘는 건가?'



점점 참을성에 한계가 느껴진다. 일단 급한 볼일을 보기로 했다. 자세는 '앙거자세'다. 변기를 잘 닦고 앙거자세를 취했다. 아무래도 빠질 것 같은 불길함이 몰려온다


도저히 안돼서 '스쿼트' 자세로 바꿨다. 온 허벅지에 힘이 쏠렸다. 그래도 견딜만했다.



그러면서도 계속 머릿속이 복잡했다.


'휴지가 없는데 어떡하지? 호스로 쏴서 씻어야 하나'

옆에 보니  통에 바가지도 떠다닌다.


' 저 바가지 물로 씻으라는 건가'


볼일을 다 봤는데 물도 못 내리고 한참을 서 있었다. 찝찝함과 익숙한 냄새? 속에서 한참 있었다.  어찌 되었든 그대로 놔두고 갈 수는 없었다.


결국 호스로 뒤를 쐈다. '앗!! 너무 아프다'

수압이 장난이 아니다. 이건 씻는 게 아니라 다 튈 판이다.

이번엔 힘을 조절해서 살짝 쥐어봤다. 너무 약했는지 쫄쫄이다.  


' 바가지에 물을 담아 손을 닦을까'는 도저히 할 수 없었다. 그냥 내가 손으로 호스의 수압을 잘 조절하기로 했다. 우여곡절 끝에 뒤처리까지 해결이 끝났다.


이제 문제는 ' 내 업적'을 내리는 일이다. 호스로 쏘나? 물이 다 튈 것 같았다. 옆에 바가지가 있길래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바가지에 물을 퍼서 변기에 부었다.


갑자기 ' 모세의 기적'이 일어난다.


"오~~ 내려간다."


수압이 약해 안 내려갈 줄 알았는데 내려간 것이다. 갑자기 난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한번 더 바가지에 물을 퍼서 부었다. 깔끔하다.


태국 여행에서 처음 만난 나의 숙제였다.  다음번 숙제는 다른 형태의 변기.... 도 말끔히 해결했다.




몇십 년이 지난 지금도 화장실은 크게 변함이 없다. 하지만 이젠 변기 커버가 있는 곳도 많다. 하지만 쇼핑타운이나 숙소를 돌아봐도 아직 수세식 형태가 많은데 옆에 바가지 항상 물이 있다.


염려하지말고 그 바가지 물로 내리면 된다. 수압이 약한것 같은데 내려간다. 이게 싫으면 휴지를 들고 가서 처리하면 된다. 요즘은 앞에서 휴지통도 비치되고 앞에서 휴지를 팔기도 한다.  혹시나 휴지가 없더라도 당황하지 말 것!


볼일 보는 자세는 그냥 수세식은 자세는 ' 앙거자세' , 변기 커버가 없는 곳은 ' 앙거자세' 또는 ' 플랭크'다. 편리한대로 하자.




이번 여행에서 문제는 아이다. 아무래도 변기커버가 없이는 빠질 것 같았다.  그래서 ' 휴대용 변기 커버'를 가져갈까 하다 주책인 것 같아 망설였다.  매번 이동할 때마다 들고 다니는 것도 우습다. 결국 학습을 시키자로 결론이 났다.


결국, 6세 꼬마가 ' 거사'를 치를 때마다, 함께 화장실에 들어갔다. 매 순간을 함께 했다. 앉는 순간, 자세를 취하는 순간, 힘을 주는 순간, 그리고 물을 내리고 닦는 그 순간......


엄마니깐....


앞으로 운동도 될겸 '스쿼트'를 시켜야겠다고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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