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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작가K Jan 02. 2023

선을 지키며 사는 임대인과 임차인 되기 연습

옥탑방 건물주, 반려동물 키우기 편

2층 원룸에 살고 있는 그녀는 임용고시 준비생이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 같은 건물에서 마주쳐도 인사를 잘 안 하는 일이 허다하다. 인사성이 밝은 그녀는 잘 모르고 스쳐도 금세 알아보았다.


"저~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는데 기분 나쁠 리가 없다. 그녀는  성격도 쾌활하고 인사성도 매우 밝았다.  


 그녀와 첫 계약을 할 때다.


"저기, 집이 마음에 들어서 그런데 혹시 반려동물을 키우면 안 될까요?"

"아~ 죄송한데, 저희 집은 반려동물은 안돼요."

"작은 고양이예요. 제가 신경쓰이지 않게 잘 관리할게요"


어린 길고양이였다고 한다. 버려진 것 같아 안타까워 밥을 주다 자기가 키우게 되었다고...... 나갈 때는 깔끔히 청소업체에 맡겨 청소를 하겠다는 조항과 파손 시 책임을 지겠다고 하였다. 결국, 그녀와 어린 고양이를 받아들였다. 그게 시작이었다.



보통 임대인들이 반려동물을 함께 받아들이기는 것을 꺼리는 이유는 반려동물을 싫어해서가 아니다. 물론 반려동물 그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주된 이유는 소음과 냄새다.  교육이 잘 안 되어 건물 안에서 종일토록 짖기라도 한다면, 다른 세입자들은 싫어한다. 당연히 항의감이다. 나 역시 버려진 개와 고양이를 어쩌다 집에서 십 년째 키우게 되니 그 마음을 알 것 같다. 





 엄마는 매우 깔끔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집안 곳곳은 잘 정리가 되어있고 청소도 반짝 반짝이다. 하지만 개와 고양이를 키우는 집은 아무리 깨끗하게 해도 그 흔적을 완벽하게 지우긴 어렵다. 청소를 매일 완벽하게 해도 냄새가 조금은 남아 있던가, 털이 날리던가 그렇다. 다행히 우리 집 개는 거의 짖는 일이 없다. 그나마 다행이다. 


나는 동물은 좋아하지만 집안에서 키우는 것은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유는 털과 냄새 때문이다. 그래서 키우려면 밖에서 키워야 한다고 생각을 하지만...... 엄마와 같이 살게 되면서 나는 내 고집을 꺾어야만 했다. 


임대인의 입장에서는 공동주택이다 보니 민원의 불씨는 사전에 제거하고 싶다. 새로 집을 구하는 사람은 당연히 내가 살게 될 집이 깨끗했으면 한다. 그렇기에 반려동물을 키웠던 곳을 다시 임대를 주려면 임대인은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1. 다음에도 반려동물을 데리고 오는 세입자를 들인다.

2. 특수청소를 한 후 완벽하게 흔적을 제거한다.


특수청소비는 당연히 일반 청소보다 배 이상으로 비싸다.  거기에 가끔은,  특수청소 후에도 복구가 안 되는 슬픈 상황도 있다.


다른 애매한 상황은 이렇다.


" 저기, 사모님. 반려동물을 키우면 안 될까요? 이층에서는 키우는 것 같던데....."


1층 그녀는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기로 하고 계약을 했다. 살다 보니 적적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키우고 싶은 상황이다. 마침 2층은 반려동물을 키운다. 그래서 물어보는 경우다.

그래서 항상 원칙과 기준이 있어야 한다.


" 실은 이층은 계약 때부터 특수청소를 하기로 해서요. 고양이라 소음이 없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어요"


고양이는 되고 개는 안된다는 건가? 내가 말해놓고도  이상하다. 개가 짖지 않는다면 괜찮다는 건가..... 주인인 나는 개도 있고 고양이도 있는데 세입자는 안된다. 참, 말하고도 궁색하다. 다행히 1층 세입자는 큰개를 키우기 원했고 잘 짖지는 않지만 전체가 울리는  소음이 있을 것 같다고 판단하여 이해를 해 주었다.


하지만 결국 한번 반려동물을 허용하니, 우리집은 폐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점점 함께 하는 임차인이 늘어나게 되었다.  



비가 엄청 내리는 장마였다. 카톡 메시지가 온다.

2층 그녀다.



"네~ 차 번호나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실래요. 제가 연락해 볼게요"


그녀의 차도 아니다. 어린 길고양이를 책임지던 그녀답다. 알고 보니 비가 들이닥치던 차는 내 차였다. 


옛날 어렸을 적 tv에 나오던 '한지붕 세가족' 이런 분위기는 이제는 어렵다. 하지만 한 건물 , 다른 공간에서 기본적인 선을 지키면서 남을 배려하며 살면 조금은 더 포근해지지 않을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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