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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작가K Jan 03. 2023

나를 도닦게 만든 고마운? 세입자

서로  기본만하면 좋을텐데.

"혹시, 도배해주실 수 있을까요?"


새로운 세입자를  들이는 시점에서 부동산에서 온 전화다. 내가 가지고 있는 건물은 이 지역에서 년수가 얼마 되지 않은 비교적 좋은 컨디션의 물건이다. 건물의 외관도 그러하거니와 방의 상태, 안의 기물상태도 좋은 편이다. 하지만 세입자가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그 방의 상태는 천차만별이다.


2층의 한 세입자가 3년을 살다 나갔다.  건물주인 나도 3년 만에 그 방을 보게 되었다. 고맙게도 얌전하게 잘 살아주었다. 감사함이 절로 나온다.  도배되어 있는 상태가 그리 나쁘지 않았다. 물론 건물주의 입장이다. 세월에 누르스름한 부분이 있지만 괜찮아 보인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데....."


요즘 경기도 경기이거니와 도배 비용도 만만치 않다. 잠시 고민에 빠졌지만 이왕이면 새로 도배한 곳에 들어오면 기분도 좋고 관리도 더 잘 할것 같아 그냥 도배를 해주기로 했다.


건물을 관리하다 보면 유지비용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웬만하면 본인의 과실이 크지 않다면 별로 따지지 않고 즉시 바꿔주거나 교체를 해준다. 다른 이유는 없다.


첫 번째는 살고 있는 사람이 불편하니깐.

두 번째는 내가 살던 남이 살던 내 건물이니깐


가끔 부동산 관련 카페나 건물주 카페에 임대인과 임차인의 트러블이 올라온다. 대부분이 '돈'이 들어가는 문제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처음에 세를 내줄 때 도배까지 해서 좋은 상태로 세를 준다. 당연히 쓰는 사람이 나갈 때까지 그 상태를 유지해주길 간절히 바란다.그리고 대부분의 세입자들은 그렇게 한다. 다 그런줄 알았는데, 간혹 도배도 전혀 안해주고 보일러가 터져도 조치를 전혀 안해주는 임대인도 있다고 한다. 좀 이해가 안간다.  





이렇듯 사람은 천자만별이다. 우리 어떤 세입자가 그랬다. 그런 사람들이 한명도 없었는데 2호에 살았던 한 학생은 내 생애 최대 오점이었다. 어느 날 , 2호의 옆방 3호 세입자에게서 문자가 왔다.


" 밤마다 노래를 불러서 미치겠어요. 몇 번 참았는데 찾아가서 말하면 싸울까 봐요 "


그 문자가 온 여름 그날도 그랬다. 남편이 내려가 문을 두드리고 이야기를 했다. 술을 거나하게 걸친 그는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조용히 해달라고 , 밤에 기타 치며 문까지 열고 노래를 부르는 것은 좀 삼가달라고......


그는 그 후로도 몇 번을 그랬다. 결국 참다못한  3호 세입자가 전세기한이 남았는데도 3개월이나 빨리 나갔다.


어느 날이다. 모든 쓰레기는 일자에 맞춰 집 앞에 분리수거를 해서 내놓아야 한다. 치킨 박스가 앞에 '떡'홀로 놓여있어 재활용 분리수거와 합치려고 박스를 뜯었다. 먹다만 치킨, 뼈가 양념들과 함께 놓여있다. 범인을 찾아야 한다. 직감적으로 누군지 알았다. 우리 세입자 중에 이런 짓을 하는 사람은 단, 하나.


그는  배**의 민*을 이용한 영수증을 함께 박스에 버렸다.


'쓰레기 분리수거를 잘 해시면 좋겠습니다. 치킨뼈는 일반쓰레기에, 박스는 양념이 안뭏은 부분만 버리셔야 해요'

이렇게 친절하게 2호 세입자에게 문자를 보냈다.



' 저 아닌데요' 몇 분 후 친절하지 않은 문자가 돌아왔다.

그래도 나는 친절하게 문자를 보냈다.

'아~그래요. 그런데 박스에 2호 주소와 전화번호가 찍힌 영수증이 있네요. ' 하며 사진을 함께 전송했다.


' 아. 저 맞네요. 죄송합니다.' 그나마 빠르게 인정을 했다. 그래서 나의 빡침을 잠시나마 넘겼다. 부디 분리수거를 잘하길 바라면서...... 하지만 그는 사는 내내, 제대로 한 적이 없었다.



한 번은 쓰레기를 쓰레기봉투에 버리지 않고 검은 봉지 여러 개를 던져놓았다.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엔 증거가 없다. 봉지를 다 까서 영수증이나 흔적을 찾았지만 아주 잘게 다 찢어놓았다. 학습이 된거다. 결국 봉지를 다 오픈해서 출입구 옆에 놓고 봉지에 담아 버려 달라고 메모를 써붙였다. 3일째 되는 날, 그 봉지들이 사라졌다. 알고 보니 보다 못한 엄마가 치웠단다. 나는 그가 누군지 안다. 나는 도 닦는 중이다.



그와 계약만료일이 두 달이 남았다. 그는 감사하게도 나가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아 ~이제 이 전쟁도 끝이 나나보다 했다. 부동산에서 새 세입자와 계약을 쓰는 날 2호와 퇴거 날짜를 서로 협의하고 확답을 주었다. 새로운 2호 세입자와 계약서를 썼다.  퇴거 2주일 전, 연락이 왔다. 자신의  퇴거일자를 좀 미루겠다고 한다.


'무슨 말인가?'


자기가 이사 가려고 하는 집을 구했는데 거기에 사정이 생겨 좀 늦게 들어오라고 한단다. 나도 여유가 있으면 계약이 끝나도 나는 그러라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에 맞춰 새 세입자가 이사를 들어오기에 안된다고 했다. 갑자기 돌변한다. 자기는 퇴거날짜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 발뺌한다.



새 세입자와 계약서를 쓸 당시 그 앞에서 부동산에서 전화를 해서 협의해 놓고, 그 날짜에 동의해놓고 그런 적이 없다니  미칠 노릇이다. 처음부터 계약서 쓰기 전에 이야기를 할 것이지.  솔직히 퇴거일도 계약 만료일 하루 전이다. 새 세입자는 대출도 받아서 절대 날짜를 옮길 수 없다고 한다.


막무가내다. 자신은 원래 계약 만료일인 하루를 더 살고 나가겠다고 한다.

'그래? 하하하하.....'  

이런 경우 살다 살다 처음이다. 부동산 사장님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새 세입자와 계약이 파기되어도 할 말이 없다. 스트레스가 극에 다다른다. 결국,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자신도 변호사를 고용 후 보자고 한다. 알았다고 했다. 아~ 끝까지 가는구나.  


그렇게 대치상황 4일째, 갑자기 그냥 협의된 퇴거일에 퇴거하겠다고 한다. 엥?

왜 마음을 갑자기 바꾸었는지 궁금하지도 않다. 그냥 그 날짜에 나가주기를 바랄 뿐이다.



2호가 퇴거하는 날.... 나는 그의 방을 처음 보았다. 욕실과 이어진 문턱 나무는 썩었고 곰팡이가 피었으며 벽지 한쪽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날도, 분명 청소비를 주고 퇴거를 하여야 함에도 시골에 계신 어머니 아버지가 올라와서 청소를 대신하겠다고 했다. 어르신들이 그러는지라, 더 이상 실랑이도 하고 싶지 않아 그러라고 하였다. 하지만 그날... 청소를 처음부터 업체에 다시 맡겨야 했다. 오래된 곰팡이와 썩음은 어쩔 수가 없다.


그냥 그렇게 나가줌에 감사했다.나는 아직도 더 내공을 쌓아야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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