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보다 더 큰 대지지분 <약 2배> 의 건물을 가지고 있는 할아버지다. 1층에 2개의 상가가 있고 2층과 3층은 모두 주택이다. 할아버지는 매일 새벽 마실을 나간다. 그리고 주변의 폐지를 줍는다. 특히 다가구 앞에 나온 종이박스는 모조리 가져가신다. 그리고 한참 떨어진 고물상에 판다. 이것을 몇년째 하고있다.
솔직히 나는 이른 아침 매번 우리집 폐지를 줍는 그냥 할아버지인줄 알았다. 다른 사람들보다 가장빨리 일어나 항상 가져가던 그 할아버지가 그 큰 건물주일줄 생각도 못했다.
그때부터 유심히 살펴보았다. 할아버지는 4시 반쯤이면 리어카를 끌고 나가신다. 폐지를 주어와 뒤편에 있는 건물 마당에서 차곡차곡 정리를 한다. 간혹 폐지뿐만 아니라 돈이 되어 보이는 고물들도 챙겨 오신다. 그렇게 매일같이 작업을 해서 근처 고물상에 파신다. 하루종일 하는 게 아니라 새벽에 두세 시간씩 일정하게 돌고 온 후 다시 정리한다.
새벽 운동하러 나갈 겸 겸사겸사 한다는 것이다. 돌아만다녀도 바닥에 돈이 떨어져 있는데 요즘 사람들은 그걸 안 줍는다고...... 운동한다고 걷고 엄한데 돈들이는데 정작 걷기만해도 보이는 돈은 내버려둔다고.....
우리 골목라인에 있는 또 다른 할머니. 그녀 역시 건물주다. 그분은 매일같이 청소를 하러 다니신다. 다른 건물 청소를 하러 가는 것이다. 운동도 할 겸 청소를 하면 건강해지기도 하고 돈도 벌고 일석이조라고 한다. 종일 하면 힘들겠지만 몇 시간 정도의 노동은 오히려 건강과 삶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누가 그랬던가? 건물주가 되면 세입자들에게서 편하게 세받고 노후를 즐기며 골프치고 여행하고 산다고......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그럴줄알았다. 그리고 그게 이상적인 삶이라 생각했다,
머리가 커가며 내가 만났던 건물주는 이상과는 멀었다. 오히려 더 안쓰고 더 작은것에 검소했다.
자신의 건물 앞을 매일같이 청소한다. 세입자들이 대충 정리가 안된 채 쓰레기를 내놓으면 쓰레기차가 잘 수거되게 다시 분류를 하고 내 건물 앞이 더러워지지 않게 신경 쓴다. 눈이 오면 제일 먼저 나가 건물 앞과 도로를 쓴다.
물론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오히려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았던 것 같다. 물론 이분들이 먹고살게 없어서는 절대 아니다.
그렇다면 취미일까? 그것도 아니다.
예전 해왔던대로 돈을 벌었던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리라. 꼬박꼬박 세를 받든, 건물을 샀던 그냥 열심히 살고 있다는 것이다. 폐지도 줍고 자신의 건물을 직접 쓸고 닦고, 혹시라도 뭐가 고장 나면 직접 고치고.....
사람을 쓰는 순간 그때부터 '인건비'가 나간다. 그러기에 웬만한 것을 직접 하려 한다. 한 건물에 세만 몇백~몇 천씩 나오더라도 작은 돈을 소중이 여기는 것이다.
화장실에서 청소를 하시던 아주머니끼리 나누던 대화가 떠오른다. 내가 몇 년 전 다니던 필라테스학원 건물이다.그 건물은 학원 및 병원이 모여있는 알짜배기이다. 각종 상가만 못해도 20개, 10층짜리 빌딩건물에서 초창기부터 건물청소를 하고 있는 두 분이 계셨다고 한다. 알고 보니 그 건물주인 부부다. 세만 받아도 몇 천이 나오는 그 건물이다. 다른 사람을 써도 충분하고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될 텐데.....
어찌 보면 그런 삶의 태도가 있어서 그런 건물을 가질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오늘도 돈에 대한 나의 태도를 다시 한번 점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