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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작가K Dec 29. 2022

나는 옥탑방에 살고 있습니다.

옥탑방에 사는 건물주 이야기


나는 옥탑방에 살고 있다. 그것도 4년째,  바깥에서 보면 그냥 평범해보인다. 아무도 이게 옥탑방인지 모를 정도로.  하지만 내부로 들어오면  엄연한 옥탑방구조이다.  



입구는 일반 집보다 3센티정도 낮다.   천장은 평평하지 않고 기하학적으로 생겼다. 높은 곳과 낮은 곳의 차이가 무려 성인키의 반이다. 일정하지 않은 높이의 천장과 울퉁불퉁 못난이 벽, 그 덕에 나는 뒤통수가 얼얼할 때가 많다. 물건을 무심코 들다 머리를 찧고, 의식하지 못한 이상한 벽에이 마를 찧고,,, 알싸한 느낌과 동시에 나도 모르게 방언처럼 ' 이 씨 김 씨'를 외치는 순간 또한 많다. 날것의 나를 드러내는 그 순간이다.



구조는 정사각형의 딱 떨어지는 모양과 천장이 아니라 딱히 예쁘지 않다. 살짝 애매한 투룸구조인데 한 칸은 주방 겸 운동공간, 다른 한 칸은 침대와 서재 그리고 욕실이다. 하지만 각 방 양옆으로 사이즈가 작은 베란다?같은 것들이 있다. 나는 여기에 화분도 놓고 나가서 밤하늘을 바라보기도 한다. 한 건물에서 동쪽과 서쪽의 다른 하늘을 바라본다는 것은 , 굉장한 메리트다.

  

침대가 있는 벽은 창과 연결이 되어 있다. 새벽 공기의 내음이 바뀌거나 오늘 하루의 날씨를 뉴스를 보지 않아도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나는 이 건물의 건물주이다. 예전 이 옥탑방을 세를 내주려고 했으나 옥탑방이라는 이유로 제 값을 받지 못하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 사람들이 옥탑방을 불편한 곳,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곳, 좁은 곳 대부분 인식을 한다. 하지만 그것도 옥탑방 나름이다. 옥탑방에 다른 구조물이 없다보니 일반적인 원룸보다 더 크고 효율적이다.


하지만 옥탑이다 보니, 계절 변화에 민감한 불편함은 좀 있다. 여름엔 좀 더 덥고, 겨울엔 좀 더 춥다.  하지만 대부분 직장생활을 한다면 하루종일 집에 머물 것은 아니니 주거공간의 한 형태로 생각한다면 가성비도 좋고 매력적인 공간임은 사실이다. 폭염 때는 집에 머물지 않고 시원한 곳을 찾아 나가고, 추울 때를 대비하여 문풍지, 창문에 뾲뾱이, 장판등으로  미리 준비를 하면 일반 집과 비슷하게 생활할 수 있다. 


 나도 처음에 일과 가정을 분리해야 하는 공간이 필요했고 그렇게 나는 미운 오리새끼 같은 옥탑방을 나의 사무실이자 삶의 공간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렇게  나만의 생활공간이며 상상의 공간이 되었다


"옥탑방! 진짜 매력 있다. 그냥 안 좋다고만 들었는데 살기 나름이구나. 나도 옥탑방 살아보고 싶네" 이제는 지인들마저 최애공간이 된 이곳!  하지만 난 안다. 돈이 있으면 굳이 여길 선택하지 않으리란 것도......


 누구나 한 번쯤 옥탑방인생을 꿈꾼다. 누구에게는 옥탑방이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가난과 서글픔의 공간이고, 어느 누구에게는 인생의 한 자락의 꿈을 펼치는 그런 공간이다. 나에게 이 옥탑방은 내 생애 첫 내 집마련이라는 희망과 기쁨을 주었고, 흟어져살던 가족이 처음으로 모두 한 공간에 모일 수 있는 그런 공간이었다. 하루종일 수입이 없는 가운데에서도 뭔가를 해야 하는 압박감을 나 자신과 마주한 공간이었고, 불안한 미래와 스트레스로 넘어가는 숨을 옥탑방 창문을 열고 쉬게 하는 공간이었다.



가만 보니, 유명한 아티스트 영화배우들도 한때는 옥탑방인생을 많이 거쳤다. 빛이 찬란하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그들의 뒷길도 좁고 어두워 보이는 그런 때가 있었다. 이런 삶은 또한 그들의 경험이 되고 감정이 되어 내재되어 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는 순간 폭발적으로 튀어나온다. 


인생이란 게 참,,, 준비되어 있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준비되어 있더라. 그것을 미리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라지만,


내가  건물주가 되어도 하고 많은 방 놔두고 이 옥탑방에 4년동안 살고 있을 줄 어떻게 알았을까? 


-새벽 5시, 옥탑방에서 미래를 꿈꾸며 글을 작성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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