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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작가K Dec 28. 2022

초보 건물주, 첫 번째 숙제 공실 메우기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딨어?

건물을 매입하기전 궁금했던 점이 있었다. 우리 집엔 같은 형태의 원룸이 7개가 있다. 그런데 전 주인이 임대한 원룸의 가격이 다 달랐다. 물론 원룸이 계약하는 시기가 달랐기에 다소 차이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같은 전세여도 A는 6000만 원, B는 8000만 원이라고 하자. 만약 B를 계약한 세입자가 이 사실을 알면 기분 나쁠 것 같다는 기우?를 한 적이 있다.


각 물건엔 보이지 않은 가격이 있다. 원래 값어치가 있는 물건이 당시에는 급한 사정상 싸게 매물로 나왔을 수가 있다. 사회통념 상, 그 주변의 시세에 따라 책정이 되기도 하지만 결국 받고 싶은 가격을 최종적으로 정하는 것은 임대인이다. A는 그 시기에 잘 잡은 것이고 B는 오른 가격중에 본인이 선택한 것이다. 당시 임대인의 가격옵션에 임차인이 다른 건물들과 비교해서 선택한게 그 것이다. 하지만, 어차피 전세금을 내 돈이 아니라 내 주어야하는 돈이다.


건물주의 최대의 적은 누굴까?

바로 '공실'이다. 


만약 임대인에게 건물이 있는데 공실이 많다고 하자. 여기서 공실은 말 그대로 빈방이다. 계약이 되지 않아 놀고 있는 것이다. 임대인의 최대 숙제는 빨리 공실을 메우는 것이다. 그렇다면 원래 시세대로 가격을 받을 수 없다. 조금이라도 싸거나 메리트가 많게 보여야 이 숙제를 해결할 수 있다.


시간=돈이다.


현금이 많다면 상관없다. 일반적인 경우 가격을 좀 낮추어서라도  빨리 공실을 메우는 것이 임대인에게 현명하다.  그동안 융자가 있는 임대인의 경우 이자는 계속 나갈 것이고 나처럼 영끌한 건물주의 경우는 돈이 돌지 않는다. 


당시 우리에겐 2개의 방이 비어있었다. 처음엔 거래를 한 부동산 한군데에게만 맡겼다. 하지만 거래가 도통이 루어 지지 않았다.  그게 '의리'라고 생각했나 보다.  매매도 했으니 계속해서 신경써줄줄 알았다. 일단 < 건물 매매>라는 목표를  달성? 한 부동산은 예전과 같은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다. 좀 서운했다. 


하긴, 임대를 놓고자하는 사람이 나만 있을리 만무하다.



결국 목마른 자가 스스로 우물을 파야한다. 모든 부동산에 전화를 했다. 일부러 차 한잔 마시러 부동산에 들어가 소장님들과 안면을 텄다. 


"아~ 그 건물 주인이 바뀌었네요"

이렇게 말하는 부동산 소장들도 있었지만 어느 나이 지극하신 소장님은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젊은 친구가 대단하네. 어린 나이에 건물 살 생각을 다하고"

"네~ 운이 좀 좋았습니다"

이렇게 대답했지만 내속은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할아버지! 다 빚이고 영끌해서 죽을 맛이에요. 그러니 빨리 공실 빼주세요'


가만히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었다. 각 부동산에 전화해서 다른 임대인들과 건물을 비교해 보았다.

" 소장님  다른 곳은 옵션이 어떻게 되나요?"


옵션이 아무래도 적은 곳보다는 많은 곳이 더 유리하리라. 중고거래, 반품매장등을 뒤져서 괜찮은 것을 찾아내었다. 낡은 부분은 바로 교체를 해서 보기 좋고 사용하기 편하게 채웠다. 문고리나 욕실 선반 같은 것, 전구교체등은 간단했다. 셀프로 할 수 있는 것은 해서 바꿨다. 비어있는 곳의 청소는 모두 셀프로 했다.  확실히 내 건물에 내 세입자가 들어오니 웬만한 청소업체보다 훨씬 깔끔하고 신경 써서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냥 부동산만 믿고 있을 수가 없었다. 집 앞에  적극적으로 홍보도 했다. 주인이 직접 이렇게 움직여 세입자를 구하면 계약서를 부동산에서 쓰는 비용만 지불하면 된다.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부동산 중개료를 아낄 수 있다.  그렇게 정성을 들인 결과 덕 일까?

 

몇 주 동안 요지부동이던 건물에 슬슬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공실은  빠르게 채워졌다. 역시 가만히 기다리기보다는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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